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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Apr 04. 2021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

밥한 끼먹자고 먼저 다가가는 여유면 충분하다

현승원 대표의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 책에 대한 생각을 브런치에 적었다. 배경으로 함께 올릴 사진을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현승원 대표가 봉사하는 사진이 몇 장 나왔다. 아프리카 어린이와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보기 좋아서 클릭을 했다. 컴패션(COMPASSION)이라는 기부단체에 대한 글이 나왔다. 신애라, 션, 송은이 등 많은 연예인들이 후원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관심이 생겨서 한국컴패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았다. 컴패션 소개 페이지를 눌렀다. 컴패션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구구절절 있을 줄 았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10개의 질문 배너만이 놓여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이었다. 질문을 누르고 들어가 보니 감사하다며 이미 이런 질문을 가지고 있는 나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부끄러웠다. 

최근에 '내' 생각만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 이웃을 사랑하려는 작은 실천들이 있었지만 신앙을 위한 노력들이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도 결국은 내가 잘되어야 했었다. 꿈과 목표를 이루고 싶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는 않았었다. 세상을 바꾸리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도울 수 있는 이웃들을 섬길 뿐이었다. 시야가 좁았던 것일까. 


그렇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거창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웃에게 베푼 선행들이 '나'의 만족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더 낫게 만들고 있음을 인지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부끄러운 마음을 인정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았다. 


먼저, 남편과 상의 후 매월 4만 5천 원으로 1명의 해외아동을 결연하기로 했다. 필리핀에 사는 제이콥이라는 남자아이와 결연을 맺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었다. 회사 동료들과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었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내게 '시간'은 '돈'처럼 소중하기 때문이다. 책 쓰기를 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이 잘 없었다. 스케쥴러에는 하루 일과가 새벽 일정부터 정리되어 있었다. 


평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말씀 묵상(Q.T)을 했다. 이어서 유튜브를 보면서 요가를 35분 정도 했다. 7시가 조금 넘으면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오전 업무를 끝내고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얼른 먹은 뒤 운동을 했다. 퇴근 후에도 회사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은 뒤 남편과 골프연습장을 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쉬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할 시간은 사실 점심시간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아껴서 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점심때 외식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했었다. 회사 식당에서 먹어야 빨리 먹고 운동할 시간이 남았다. 저녁에 회식이 있는 날이면 일주일 내내 제발 회식이 취소되기를 바랐었다. 우리 회사는 회식을 하면 저녁 10시가 넘어야 끝이 났다.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못한 채 씻고 잠만 자야 했었다.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었다. 회의 때 팀장님이 팀원들을 잔뜩 불러놓고 쓸데없는 얘기를 할 때면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업무수첩에 미술학원에서 배운 그림을 연습하거나 글 쓸 소재를 정리했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시간을 많이 내어주지 못하고 팍팍하게 살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처럼 사는 걸로 알고 있었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삶이 중요해진 이유는 집 한 채 사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고 자기 계발은 필수였다. 재테크 공부를 하거나 N잡러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에서의 모임이 달갑지 않은 건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남들 사는 대로 살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조금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영향을 자주, 그리고 많이 받는 건 '시간'과 '돈'이었다. 직장 동료들에게 관심을 갖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친밀함 속에서 서로 행복할 수 있고 이런 모습들이 많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직원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책도 선물해줄 수 있겠다. 특히, 광주에 있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다른 일이 바빠서 쉽지 않을 수 있다. 분명히 시간이 아깝다는 유혹이 올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일을 했을 때 기대 이상의 선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럼 얼마큼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어느 정도 내 시간을 가져야 할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양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 평소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위로나 대화가 필요할 때면 시간을 내면 된다. 먼저 밥 한 끼 먹자고 다가설 수 있는 여유 정도면 될 것이다. 




남편과 컴패션을 통해 해외아동 결연을 한 오늘은 부활절이었다. 주님께서 부활절 선물로 주신 제이콥(후원 아동)을 기뻐하며 교회로 향했다. 설교 제목은 '부활, 기억하고 기억하라'였다. 부활을 기억하며 삶에서 부활의 생명을 나타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인상 깊었던 말씀 중 하나는 우리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 사람들 살아가는 것 보니까 천국이 진짜 있나 봐"


참 도전이 되는 말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그러다가 반대로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어떤 모습을 볼 때 천국이 있다고 느낄까. 


정말 의외로,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천국이 있다고 느끼는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은 좋은 이미지를 사람들로부터 얻었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내게 천국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항상 웃으며 기뻐하고 감사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이었다. 주말에 장애인을 돕거나 독거노인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고아들을 돌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천국이 느껴지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기적이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밝은 모습으로 동료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었다. 문제는 바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였다. 회사에서 그런 상황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예민해졌고 웃음기가 사라졌었다. 불평과 불만도 튀어나왔다. 힘들 때도 감사할 줄 알아야 나로부터 천국 소망이 드러날 것이다.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대로 살기가 어려운 만큼 천국이 드러나리라.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있나. 요즘에는 교회에서 가르쳤던 장애인 학생들의 전화조차 정성껏 받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친구들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하는 일은 안 한 지 오래되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새 식어버린 걸까.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을 반년 이상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교회를 옮기기도 했었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아이들인데 무책임했다는 반성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통화하지 못했던 것은 많은 이유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교만했었고 여유가 없었다. 

주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어려운 이웃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일에도 관심을 계속 두면 좋겠다. 




세상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하나님을 만날 생각에 무척 설렐 것 같다. 그때 인생을 되돌아볼 텐데 무엇이 가장 기쁠까.

많이 번 돈, 명예, 업적들은 아닐 것 같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겁게 살았던 일, 이웃들을 기꺼이 정성껏 섬겼던 시간들이 떠오를 것 같다. 


남은 날을 계수할 줄 아는 지혜란 하나님의 시선에서 더 중요한 가치를 분별할 줄 아는 모습인 것 같다. 


'돈'과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많이 사용할수록 내가 정해놓은 꿈과 목표를 이루기에는 더딜 수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볼 일을 생각하며 옆에 있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낼 시간을 아끼지 말자.


생각을 정리하고서 최 과장님과 소 차장님을 카카오톡 단톡방에 초대했다. 


"모두 즐주 보내고 계세요?^^ 우리 내일 점심때 브런치 카페 '오블릭'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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