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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Apr 14. 2021

제주도의 별이 빛나는 밤에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기대하기'를 다짐해본다

(쉬시시시시식~~ 파라라라라락~)


"여보오~~ 별 좀 봐~"


"어? 와아~ 진짜 별 많다. 별 진짜 예쁘다. 오빠 대박이야"


스쿠터 뒷자리에서 남편의 허리를 껴안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볼 수 있었던 별들만큼이나 많았다. 얼마 만에 보는 별들인지. 고개 아픈 줄 모르고 계속 올려다봤다. 




이틀 전인 수요일, 사내커플인 우리는 회사에서 나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따뜻한 날씨 아래 차를 타고 가는데 남편과 여행을 가고 싶어 졌다. 


"아~~ 아~~ 제주도 가고 싶다 오빠. 우리 임신하기 전에 여행 많이 다녀야 하는데~"


"제주도? 제주도 갈까?"


"그럴까? 진짜 갈까?"


충동적인 기질이 닮은 우리 부부는 단번에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출발은 내일 모레인 금요일로 정했다. 재작년 여름에 괌도 3주 전에 결정해서 다녀왔던 터라 제주도쯤이야 별거 아니었다. 

금요일에 나란히 회사 휴가를 내고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비행기를 예약했다.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서 에어비앤비를 열심히 뒤져보았다. 아쉽게도 감성 넘치는 인기 숙소는 이미 예약이 다 차있었다. 남아 있는 숙소들은 촌스럽거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성비 좋은 예쁜 숙소들이 모두 예약이 마감된 걸 볼 때마다 아쉬웠다. 얼마 전 제주도를 다녀온 친오빠에게 물어보니 신화월드라는 5성급 호텔을 추천해 주었다. 찾아보니 이용 가능한 방은 있었지만 비싸서 망설여졌다. 1박에 22만 원이었다. 일단, 신화월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2박을 예약했다. 44만 원이었다. 총액을 보니까 비싸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너무 비싸다. 이건 아니지'


숙박 전일까지 취소가 가능했기 때문에 혹시 가성비 좋은 다른 호텔이 있나 다시 검색했다. 1시간가량 찾아봤다. 숙박 이틀 전에 좋은 호텔에 저렴하게 묵고 싶은 바람은 맞지 않았었다. 

검색하던 중에 신화월드 숙박권을 저렴하게 팔고 있는 트립닷컴을 발견했다. 1박에 19만 원이었다. 신화월드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한 것보다 3만 원이나 저렴했다.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홈페이지 예약 건을 취소하고 트립닷컴에서 예약을 다시 했다. 총액은 38만 원이었다. 44만 원 보다는 부담이 덜했다. 


남편과 전에 괌 여행을 가서 돈을 아끼려고 찜질방에서 잤다가 여행 내내 고생 했던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놀러 가는 거니까 돈을 좀 써서 제대로 즐기자는 생각으로 다시 위안을 삼았다.

문득 평소의 1.5배 정도 비싸게 지불한 항공료와 숙박료가 떠올랐다. 괜히 급하게 떠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약한 숙소가 환불이 안 되는 옵션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고민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결심으로 여행에 비하여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가라앉혔다. 


호텔 예약을 마치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가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카니발과 같은 대형차량만 렌트가 가능했고 비용은 하루에 20만 원이 넘었다. 

남편이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 비용도 저렴하고 낭만적이라서 괜찮을 것 같았다. 애기가 생기기 전에만 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급하게 가는 여행이라서 차 렌트를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호텔료 환불이 안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야 했다. 스쿠터 여행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스쿠터 여행이라서 조금 설레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에 대한 후회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고 비행기를 탔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제주도의 공기를 한 껏 느꼈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낭만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제주도 바람과 까만 밤하늘의 별들이 우리와 한 몸이 된 기분이었다. 볼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자꾸 느끼고 싶을 만큼 좋았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 좋다. 오빠~ 너무 좋다~ 밤하늘의 별도 마음껏 보고 스쿠터 여행 좋다"


"그러게. 별 진짜 많다"


낮에는 구름 사이로 햇살 미끄럼틀이 내려왔었다. 스쿠터 뒷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젖히고 실컷 하늘을 바라봤었다. 마치 하나님이 우리 부부가 잘 쉬러 왔다며 기쁘게 맞아주시는 것 같았다. 

낭만은 이렇게 느끼는 거구나 싶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제주도 여행에 대한 회의감을 일으켰던 신화호텔도 좋았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원했던 것 이상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잘 쉬었다. 남편과 늦은 밤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힘들게 만든 계획도 완벽했었다. 


이렇게 좋은 여행을 괜히 급하게 가나 싶었던 후회가 무색해졌다. 역시 사람 일은 겪어봐야 아는 법인가 보다. 지금 하는 결정이 미래에 좋을지 나쁠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기대하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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