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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Apr 15. 2021

제주도 애월에서 나눈 꿈

응원해주기 때문에 함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것 같다.

남편과의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에서 느끼고 싶은 가치가 어떤 것일지 적어보았다. 재밌게 놀면서 삶을 점검해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정리해보니 원하는 일이 5가지 정도 떠올랐다. 

첫 번째는 남편과 4월의 제주도를 누비며 추억을 한 장 만들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좋은 경치 속에 여유롭고 싶었다. 특히, 제주도의 유채꽃밭을 함께 보고 싶었다. 

두 번째는 우리 부부가 세상을 살 때 어디에 가치를 두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세 번째는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모습의 올바름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었다. 

네 번째는 각자의 인생의 목표를 시기별로 겹쳐 보고 싶었다. 

다섯 번째는 곧 다가올 여름휴가 일정을 정해 보는 것이었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집필 노트에 잘 적어서 핸드백에 챙겨 넣었다. 


금요일 아침이 되었고 드디어 출발이다! 아침 8시에 차를 몰고 남편과 군산공항으로 향했다. 


“오빠~ 제주도 여행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설렌당”


“맞아아아아앙~ 나도~ 너무 재밌을 거야~”


“오빠, 나 제주도 가서 오빠랑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있어”


“하하하하. 뭔데? 너무 재밌겠다”


“잠깐만, 내가 수첩에 적어왔어. 기다려봐. 

첫 번째는 우리가 세상을 살 때 어디에 가치를 두면 좋을지, 두 번째는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모습의 올바름, 세 번째는 각자의 인생 목표 겹쳐보기, 네 번째는 여름휴가 계획 세우기야"


“와아~ 너무 좋다. 너무 알차다. 가서 꼭 얘기해보자”




어렸을 때 시골에서 외삼촌이 태워주셨던 오토바이 이후로 스쿠터는 처음 타봤다. 화창한 날씨 속에 남편과 스쿠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마치 해외에 온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제주도의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애월읍의 명소인 ‘몽상드애월 & 선셋카페’에 도착했다.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야자수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있었다. 모래사장을 그대로 구현해 놓은 선셋카페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기에 최고였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기대했던 랍스터 버거를 먹었다. 푸짐한 랍스터가 달콤한 스크램블 버거에 올려져 있었다. 빵의 달콤함과 랍스터의 식감이 잘 어울려서 정말 맛있었다. 북적대는 사람들 구경을 하며 랍스터 버거를 든든히 챙겨 먹었다. 달달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아메리카노를 즐길 시간이었다. 모래사장에 놓인 테이블에 남편과 바다를 보며 앉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오빠~ 우리 제주도 여행 너무 잘 왔다. 스쿠터도 재밌어. 온몸으로 제주도를 느끼는 기분이야”


“맞아. 바람 쐬니까 너무 좋다. 여보가 스쿠터 재밌다니까 다행이다”


“조금 춥긴 한데 괜찮아. 지금 아니면 못해볼 일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아. 오빠 우리 각자의 목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볼까?”


“그래. 좋아!”


“오빠는 언제까지 얼마를 모은다고 그랬지?”


“나는 50살까지 30억을 모을 거야. 저번에 얘기한 데로 10억 모으면 여보한테 1억 주고, 29억 되면 2억은 사업자금으로 쓰고 26억은 다시 투자하려고”


“오~ 50살까지 30억 모으기!”


“50살 이후에는 매월 고정적으로 1천만 원씩 나오도록 세팅하려고”


“이야. 2억이면 소형 창업하기에 좋겠다. 평균적으로 1~3억 든데. 우리 오빠 잘할 거야. 

무슨 사업하고 싶어 오빠?"


“글세. 그건 아직 안 정했어”


“오빠 아까 공항에서도 잠깐 했던 얘기인데. 우리가 30억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선한 목적이 있어서 함께 기도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예를 들어, 하나님 우리 부부가 30억을 벌어서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이웃들을 위해 무슨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다 라고”


“응 좋지. 내가 30억 정도 벌어야 사람들에게 컨설팅이나 세미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되는 것 같아. 그래서 교회에서 경제 강의를 해준다든지 성도님들 집 구하는 일을 도와준다든지 하면 좋을 것 같아. 

어제 말씀 묵상을 하는데 마음이 좀 많이 편해졌어. 나도 30억을 벌려고 애쓰는 게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이 맞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부담이 조금 있었거든. 근데 일상에서 우리가 말씀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면 되겠더라고. 이렇게 사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되고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이 올 텐데 그때 후회되지는 않을 것 같아 “


“맞아. 오빠 말에 공감해. 일상에서 하나님을 찾고 닮아 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소망을 갖는 건 좋은 것 같아”


“응? 무슨 소망?”


“오빠가 예를 들어 재테크 강의가 필요한 성도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날을 꿈 꾸며 기도 하는 거”


“글쎄.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서로의 생각이 항상 같을 수는 없었다. 내 의견이 옳다고 인정받기를 원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하고 인정하고 또 내 생각을 나누면 되었다. 서로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일어나야 했다. 계획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기대되었기 때문에 한 군데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스쿠터를 타고 ‘엉덩물 계곡’으로 향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아이유 신곡을 틀었다. 빵빵한 음악 소리와 함께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기분은 자유함 그 자체였다. 스쿠터를 타기 전에 남편이 물었다. 


“여보, 여보는 내가 무슨 사업하면 잘할 것 같아?”


“오! 오빠가 하면 잘할 것 같은 사업~! 내가 생각해볼게.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줄게 오빠”


“응~ 아 뭐~ 가볍게 물어본 거니까 머리 아프면 너무 생각 안 해도 돼”


남편의 등에 기대어 스쿠터를 타고 가면서 남편의 특성에 대해서 떠올려봤다. 사업을 하려면 좋아하는 일이어야 했다. 잘하는 일이면 더더욱 좋았다. 우리 남편이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은 맛있게 먹는 것 이었다. 요리도 꽤 잘하는 편이었고 좋아했다. 특히, 파스타 장인이었다.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 남편에게 얘기하면 크림 파스타, 토마토파스타, 로제 파스타 뭐든지 해주었다. 남편이 특히 좋아하고 잘하는 ‘면’을 생각하자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금방 생각났다. 

치킨집은 프랜차이즈점이 정말 많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때며 취향에 맞추어 떠올릴 수 있는 업체들이 많이 있다. 맛도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중식이 먹고 싶을 때는 고민이 많아진다. 동네 중국집에서 시킬 때면 잘하는 집인지 아닌지 먹어보면서 알아가야 했다. 맛 차이도 치킨보다 많이 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집에서 시킬 때면 불안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점은 ‘이비가’나 ‘교동짬뽕’ 등 많지 않았다. 

남편이 짬뽕 프랜차이즈점을 만들어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직 치킨 프랜차이즈처럼 레드오션은 아닌 듯했다. 남편이 면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 어울렸다. 


“오빠! 나 생각났어. 오빠 짬뽕 프랜차이즈점을 세워 보는 건 어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남편에게 설명했다. 


“오~ 좋은데. 레드오션인 것 같지만 블루오션일 수 있겠다. 맞아. 난 요식업이 잘 어울리긴 해. 좋아, 일단, 짬뽕을 만들어보자. 짬뽕에 만두도 엄청 맛있게 파는 거야!”


“오~ 좋다 좋아. 오빠 잘할 것 같아”


‘엉덩물 계곡’에 도착했다. 유채꽃이 살짝 져있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계곡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 데크가 놓인 길을 따라 우리는 손잡고 산책을 했다. 


남편과 짬뽕 만드는 법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이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것 같아서 기뻤다. 남편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면 함께 알아봐 줬던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에는 내 글들을 읽고 피드백해준다. 대부분 칭찬이었다. 서로에게 언제나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하기 때문에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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