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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Apr 20. 2021

우리 부부가 행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대화' 그리고 '먹기'

행복의 기원(서은국)’ 책에서는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으며 대화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30년간 행복에 대하여 연구한 내용을 종합하여 저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남편과 결혼 한지 2년 5개월째이다. 갈수록 행복한 건 왜일까. 종종 하던 다툼 조차도 거의 사라졌다.
‘행복의 기원’에 비추어 우리 부부가 행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가장 독특한 점은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이호선 심리상담학 교수가 ‘꿀 떨어지는 부부의 특징’에 대해 유튜브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꿀 떨어지는 부부의 특징’중 한 가지가 한 사람이 말이 많고 다른 사람이 잘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유튜브를 보고 남편에게 내가 얘기했었다. 오빠가 말이 많고 내가 잘 들어줘서 우리가 꿀이 떨어지나 보다고.
하지만 남편은 반대로 생각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남편은 내가 주로 말을 많이 하고 본인이 많이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었고 덕분에 각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었다.
이호선 교수가 얘기했던 케이스보다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말을 많이 하면 누군가는 잘 들어주는 게 좋은 관계의 핵심이지 싶은데, 우리 부부는 이게 서로 번갈아가며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흔하게 하는 얘기는 사내 커플인 관계로 회사나 직장 동료들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자주 나오는 얘기는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것이었다. 남편은 부동산에 대해서, 나는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스스로 얘기하거나 상대방이 관심사에 대한 근황을 물어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렇다.
“오빠, 요즘 무슨 부동산 물건 보고 있어?” 혹은 “망고 선생님은 요즘 어떠셔?” 등 상대방의 관심사에 같이 흥미를 갖고 물어본다. 그동안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듣고 관심을 많이 가진 덕인지 마치 내 일처럼 궁금하고 재밌다.
“여보, 요즘 무슨 책 읽고 있어?” 혹은 “여보, 오늘은 가서 무슨 그림 그려?” 남편은 내게 이렇게 물어봐준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진지할 법한 얘기를 우리는 수시로 한다.
최근에 내가 읽은 ‘행복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행복의 기원’을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남편에게 추천해 주었다. 남편은 무슨 내용인지 물어봤고 나는 책 내용을 주절주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에 대해서 논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거기에 남편이 부동산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한 여자분 얘기가 더해졌다. 그분이 돈을 진짜 힘들게 모았고 주식, 부동산 등 투자를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불렸다. 그러자 그분은 자녀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태국에 가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가 추가되면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우리가 평생 먹고살려면 대략 얼마가 필요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저녁 10시 정도 됐었고 처음에는 선 채로 내가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소파에 앉았고 남편은 컴퓨터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우리의 수다는 그렇게 끊일지 몰랐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예배를 드렸다. 찬양하고 말씀을 읽고 가정예배 교재에 있는 질문에 답을 한다. 남편이 한 주간의 믿음 생활이나 다른 할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인도를 하면, 우리의 수다는 또 터져 나온다. 피곤하니까 빨리 끝내자고 했던 날도 보통 1시간은 채웠었다. 말씀에 비추어 평소보다 더 진지한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생각에 대해 몰랐던 것들이 또 새어 나온다. 매우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이다.

다음으로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언제 사업을 시작할 껀지, 무슨 책을 쓰고 싶은지, 카페를 차리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레스토랑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흥분이 되고 재밌다. 우리는 서로를 격하게 응원해준다.
이번 주일 저녁에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남편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하면 내가 운영할 카페에서 후식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아니면 남편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영수증을 가지고 내 카페에 오면 30% 할인해주자고 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낄낄거린다. 낄낄 거리면서 간지럽히거나 간지럽혀서 낄낄 거리게 만든다. 생각해보니 웃긴다. 침대에 누워서 그렇게 놀다가 잘 시간을 넘겼다며 다급하게 불을 끄고 행복하게 잠들었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아주 사소하게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묻는 안부였다. 잘 잤는지 물어보고 잘 잤으면 왜 잘 잤는지 이야기한다. 못 잤으면 왜 못 잤는지 이야기한다. 그냥 그렇게 주절주절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 상대방은 잘 못 잤다면, 아주 안타까워하며 이불을 털어야 하느니, 베개를 바꿔야 하느니 걱정을 해준다. 잘 잤다고 하면 아주 잘했다고, 잘 됐다며 개운하겠다고 칭찬을 해준다.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청소를 하면서 혹은 핸드폰을 보면서 듣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끝까지 들어줬다. 바쁘다며 못 들어준 적은 없었다.
공감과 응원은 필수였다.
“맞아~”, “그렇지~”, “그러게~”
다른 의견이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부부가 대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둘이 떨어지는 걸 안 좋아해서였다. 아니면 대화가 재밌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 걸까.
여하튼, 오죽하면 각자 방에 있던 책상을 거실로 모아서 언제나 같은 공간에 있도록 만들었다. 회사 출퇴근도 같이하고 퇴근길에 골프연습장에 들러서 골프 레슨도 같이 받는다. 저녁에도 특별히 따로 약속이 없었다. 왜냐하면 둘 다 전주가 타지라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주말에 남편이 부동산 강의 들으러 가는 것 외에는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맛있는 걸 만들어 먹으며 놀았다. 시댁이나 친정을 갈 때도 꼭 같이 다녔다.
차로 이동 중에도 우리는 수다를 떨었다.

우리 부부가 행복한 두 번째 이유는 맛있는 음식 먹기와 요리하기를 둘 다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한 껏 행복해했다. 남편 역시 뭐든지 잘 먹었고 남들이 먹고 싶게끔 만드는 재주까지 있었다.
남편은 한식 자격증 수업을 들었을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 결혼 전부터 닭튀김, 파스타를 만들 줄 알던 남자였다. 나는 파스타를 좋아해서 남편을 알기 전에 친구들과 레스토랑을 자주 갔었다. 이제는 파스타가 먹고 싶으면 남편에게 요청하면 되었다. 남편은 파는 것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줬다.
나는 결혼 전에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었다. 하지만 광주 여자의 유전자인지 사랑의 힘인지 결혼 후부터 요리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요리를 할수록 음식이 맛있게 되자 흥미가 생겼다. 내 요리실력을 향상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그릇을 들고 마셔주는 남편의 리액션이지 싶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행복의 기원’에서 얘기하는 두 가지 행복의 조건인 ‘대화’와 ‘먹기’를 모두 충족하고 있었다.
두 가지 중 특히 ‘대화’에는 아무래도 우리 부부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 같다. 대화를 자세히 관찰해서 많은 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특징으로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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