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 대한 의심

오늘도 그냥 씁니다.

by 여름바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신났었다. 브런치에 열심히 글도 올리고 브런치북도 만들었다. 무려 3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서 책쓰기 코칭도 받았었다. 올해 꼭 출판하겠다는 당당한 포부가 차오르는 날들도 있었다. 남들에게 이야기할 만한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생각에 때로는 글쓰기를 미루고 싶었다. 더 경험한 뒤에 쓰면 쉬울 것 같다는 합리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또 글이 잘써지고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소재라며 들뜨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쓰기 자체가 별로 재미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이런. 책의 주제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는 여정기인데 결론이 없다니, 말이 안되었다. 글쓰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였다는 말인가. 하. 그럼 나의 좋아하는 일 찾기 여정은 1년반 전처럼 원점으로 돌아온 것인가. 아니, 아니. 절대 안되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나도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 때의 그 기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억지로 짜맞춰 놓았던건가.


고민의 시작은 주말에 남편과 옛날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를 본 뒤부터 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글쓰기가 주춤하던 시기였다.(방금 확인해보니, 좋아하는 일 사업화 시켜서 춤추던 날이 4일전이었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영화에서 브루스는 본인이 하는 리포터 일을 하찮게 여긴다. 대신에 뉴스 앵커자리를 갖고 싶어 안달나있다. 이런 브루스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얘기하신다.

“자네는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능이 있잖아. 내가 그렇게 만들어서 잘 알아”

영화가 끝나고 머릿 속에 글쓰기가 내 재능이 맞고 좋아하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떠나질 않았다.


혼자 이런저런 머리를 굴려본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원래 책쓰기란게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어? 회사에 입사하려고 공부했던 만큼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지금 별로 특별한 노력도 안했잖아.’

‘아니야, 글은 나중에 쓰고 당장 빨리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볼까? 공인중개사를 딸까? 시험은 잘 볼 자신 있잖아.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 재밌을 것 같기도해. 공인중개사를 따긴 따겠지. 따고 나서 매일 부동산 공부하는건 재밌을 것 같니?’

‘더이상 좋아하는 일은 찾아헤매긴 싫어! 이런 고민들이 끝날 때가 있을까? 잘하는 일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여기자’

‘그래도 이 길이 진짜 아닐 수 있잖아. 괜히 고생만 하는거 아냐?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해. 뭔가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지 말이야. 그리고 이미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확신도 못하는데 좋아하는 일 찾기에 대한 책을 어떻게 써’

앞일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둘 다 맞는 얘기였다. 답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그저 기도하려고 방에 들어갔다. 그냥 털어놓고 싶었다. 남편의 회식 덕분에 오랜만에 오롯이 혼자서 길게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주님과 대화하며 찬양하며 1시간을 보냈다. 왜 그동안 이렇게 주님과 친밀히 만나지 못했었나 싶었다. 형식적인 기도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기도를 하고 나니 마음에 평안을 가득히 주셨다. 이렇게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새 힘까지 주셨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된 후에야 더 재밌지 않을까.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얼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 아니, 구체적으로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작가들은 얼마나 노력을 쏟는 걸까? 짐작가는 만큼 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매일 1시간씩도 쓰지 못하고 있는 글들이었다. 오히려 그에 비하면 이정도면 훌륭했다. 앞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그만두려 하지 말자. 하기 싫은 마음에서 드는 합리적인 생각들은 핑계일 수 있다.

다시 힘이 나니 다행이다. 생각해보니 ‘즐기자’는 마음이 어느새 사라졌었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다시 즐기는 마음으로 고우!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 도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