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누군가 꿈꾸는 삶을 산다.

나 출세했다 출세했어

by 꿈꾸는왕해

오늘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VIP 행사를 다녀왔다.

경기도에서 서울 나갈 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기 때문에 간 김에 이것저것 할 계획을 세운다.

오늘은 프리즈서울 관람과 함께 호텔에 아이 생일 케이크를 주문해 놓고 찾기로 했다.


먼저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에 남편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평일이라 오픈하자마자 들렸더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식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평일 데이트가 주는 행복이란, 엄청 큰 메리트를 주는 것 같다.


올해로 3번째 프리즈 서울을 관람했다.

처음엔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큰맘 먹고 VIP패스를 사서 아이와 함께 관람했다.

그런데 나는 막상 미술 관람하러 가서 다른데 더 관심이 많았다.

'비싸고 유명한 그림들이 많다던데 이런 데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올까?'

'부자들이 많겠지?' 하며 그림보단 사람들이 더 궁금했다.

옷차림도 뭘 입고가야 부티가 날까 고민하며 집에 있는 좋은 것들로만 완전 풀로 꾸미고 갔는데

이젠 이런 행사를 몇 번 경험을 해보니, 편안하게 입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옷, 나를 편안하게 드러내는 옷을 입고 가면 더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역시 많이 보고, 많이 해봐야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그림반, 사람반을 구경하면서 다양한 계통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봤다.

외국작가들도 많았고 유튜버, 연예인도 봤다.

활기찬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을 보며 문화가 주는 힘을 느꼈다.


전시회 관람을 잘 마치고, 계획대로 호텔 케이크를 받아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출세했다 , 출세했어'라고 말이다.

정말 출세했다.

문화행사에 초청받아서 유명한 사람도 보고 호텔 케이크를 포장해서 집에 들어가고,

오늘은 셀럽의 삶을 체험하는 것인가? 라며 약간 오버 섞인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게 마음속엔 반지하에 살던 스무 살의 내가 있는데 말이다.

마흔이 된 지금도 그 기억이 남아있다.

아마도, 사회초년생의 내 모습이 안쓰럽게 남아있나 보다.

그때는 반지하 탈출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채광 좋은 아파트에, 좋은 차를 타고 전시회도 초청받아서 관람하는 삶.

드라마 같다.

다른 누군가는 그게 뭐 성공한 삶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감상은 다르듯이 어제의 기억은 나에게 꽤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누군가 꿈꾸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

남편과 평일 데이트를 하며, 전시회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참 감사하다.


20년 전에 내가 이런 삶을 살지 몰랐듯이,

앞으로 또 20년 뒤에 나도 출세했다고 느낄 만한 삶을 살고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 상상도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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