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이렇게 솔직할 수 있나? 놀랍다.

by 꿈꾸는왕해

오늘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가느냐고 지하철을 아주 오래 탔다.

아주 질리도록 탔다.

오가면서 보려고 소설책을 챙겼다.

무겁지 않아야 하고 재미있어야 할 것!

이 두 가지에 부합하는 게 바로 '단순한 열정'이었다.


소설은 처음부터 아주 자극적인 묘사로 시작한다.

포르노를 봤다는 얘기부터 나오는데... 적잖이 놀랐다.

이 작가는 자기가 경험한 것만 글로 쓰기로 선언한 작가라고 한다.

사실적인 문체로 202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나 자신을 드러냈을지 약간은 궁금한 마음으로 소설을 보기 시작했다.

와.. 감탄한다

작가는 소설을 쓴 시점에 유부남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불륜인거지..

오매불망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는 하루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썼다.

마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주 왔다 갔다 하는데 정말로 이렇게까지 표현해도 되나 싶었다.

누군가의 정열적인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았다.

자신이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옴짝달싹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여자를 잘 표현했다.


작가는 유부남과의 관계가 들킬까 봐 자신이 그 사람을 만난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그림자 속에 감춰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아주 조용히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면서, 그 사람과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을 위안 삼으면서 그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불륜을 하려면 이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하는 걸까?라고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좀 슬프더라.


책에서 초반에는 작가가 유부남에게 빠져서 그 사람만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갈수록 그가 없어도 되는 삶에 익숙해진다. 사랑이 불타올랐다가 식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너무 가감 없이 드러내서 오히려 편안했다.

헤어지는 과정도 엄청난 고통을 보여준다.

당장 달려가서 보고 싶은데 참아야 하고 , 또 안 만나서 편안하다고도 하고 혼돈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둘은 어렵게 헤어짐을 마무리하곤, 한참 뒤에 한번 더 만나지만 만남은 지속되지 않는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하나의 일에 대해서 어디까지 털어놓을 수 있느냐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 좋은 시선은 삼가 달라고 말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그 사람을 밝힐 수도 없다고 말한다.


나는 허구의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솔직한 게 오히려 허구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의 갈팡질팡한 심리를 체감할 수 있어서 꽤 즐거웠다.

나 또한 굉장히 기복이 있기 때문에 동질감도 느꼈다.


그리고 나도 솔직하게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읽는 내내..

아 저 정신으로 어떻게 살지?

바람피우는 사람들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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