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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Sep 19. 2021

<세계관 제작자가 글로서리를 만드는 이유>

김동은WhtDrgon.210919#게임기획자하얀용

글로서리는 번역자를 위한 단어 색인집 같은 것을 말합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게임, 소설, 대본, 게임 스크립트 등의 개발 작업에 수반되는 다양한 번역 의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세계관 제작과 엮어 글을 적어봅니다. 


왜 작가라고 안했냐고 하면 스토리를 쓰는 과정에서 '설정'영역이 단순한 참고자료 조사가 아니라 세계의 질서나 정서, 뉘앙스, 역사의 흐름 등이 언어에 담기기 때문이죠.


특히 세계관의 텍스트들은 '작품 본문'과 달리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더 충실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설 텍스트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음악, 노래 가사, 기믹 등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는 방식인 키워드 리스트부터 계속하여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작업 자체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이 방식은 제 개인의 방식일 뿐 업무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일이야 어차피 다른 일은 다른 사람이 할 것이고 산출물 대비 비용과 작업의 문제가 있으니 내부 담당자의 결정에 따라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유지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창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을 위해 질서 있는 방법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량이 생각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잘 정리해놔야 합니다. 스토리 개발이 진행되면서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출처/어원을 정리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키워드들을 추출한 후 이 키워드 리스트를 각 유간 작업자에게 보내는 자료를 추출하는 기반자료로 쓰게 되는데, 그중에서 번역자에게 보내는 산출물이 글로서리입니다. 


그리고 이 글로서리는 마치 로제타스톤처럼 언어 간 교차 표기가 뉘앙스를 매우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글로서리에는 가능한 번역 언어들이 함께 표기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점점 양이 늘어납니다.  이때 이 정확했던 번역. 혹은 이렇게 하기로 약속했던 것들을 기억했다가 다시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3 국어라고 부르는 영역으로 가면 영문 자료 외에는 모두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글로서리에 정보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1. 고유 단어 식별.

글로서리를 위해 첫 번째로 이 단어가 뭔가 '묻은' 것인지 확인해줘야 합니다. 일반 단어는 말 그대로 일반 단어입니다. 고유가 되기 위해서 작가가 만든 말일 필요는 없습니다. 고유는 '주석' 같은 것이 필요한, 번역자에게 뭔가를 말해야 하는 제작자 고유의 단어를 말합니다.  


만일 영어, 일어 등을 주요 언어 외에 제3 국어로 번역된다면 번역가의 전문성은 확보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의 있는 해당 작업자가 충실한 번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추가 설명을 위해서 분류를 하자면 제 임의 분류로 전문 용어, 장르 전문 용어, 신화 전설의 지역성,  매체 기반의 소셜, 말장난, 아나그램, 유행어, 줄임말, 비꼬기, 사연,  관례, 신조어가 있습니다. 


1-1 전문용어


 해당 단어가 어떤 분야의 전문용어임을 의미합니다. 의학, 법률, 요리, 심리학 등 학술, 업종, 종교, 취미, 스포츠, 직업군 등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들은 문맥을 통해 파악 가능합니다만, 일단 분류를 해두면 번역자가 편하고, 작품의 번역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1-2 장르 전문용어


 판타지, 마법, 이 세계 물, 뱀파이어, 무협, 사극, 중세, 메르헨 등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의미들의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는 특히 중요한 이유가 매우 체계적인 분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변신만 해도 해당 종으로 변신하는 것인지, 고유한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면 드래건이 사람으로 변하면 (의도적으로 다른 외모로 바꿀 수 있는 능력과 별개로 식별 가능한 고정된 외형을 가지게 되는지). 아니면 무언가를 복제하여 똑같이 변신하는 것인지.  다른 예로서 소환의 경우 초혼인지 소환인지, 소환 대상이 누군지. 신급인지 아무 나인지, 지옥의 군대인지, 마법적 종자인지에 따라 사용되는 단어가 다릅니다. 지금 말한 마법적 종자도 보통 '패 밀리어'라고 하는데 이를 설명해놔야 합니다. 


1-3 지역성

 어떤 단어는 고유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성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용어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도 그 전설이 있어서 부르는 별도의 표현이 따로 있는 경우이죠. 세계 각지에는 저마다 '용'을 부르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용은 유명하니까 다행인데 가령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어떤 표현들이나 성경에 나오는 것들은 나름의 표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성을 따라야 하는 단어인지 써놔야 합니다. 


1-4 매체 기반의 소셜 

 매체 기반의 소셜이란 지역성과 유사한 것인데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부르는 별도의 표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단어가 그런 단어가 아니라도 번역에 있어서 해당 소셜을 번역에 참고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 역시 작가 의도를 표시해야 합니다.


1-5 말장난, 아나그램

 말장난은 이게 어떤 작용을 이용한 말장난인지 설명해놔야 합니다. 아재 유머 같은 말장난을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번역가들은 이걸 또 잘 살려주기 때문이죠. 적어도 후보군 중에 더 적절한 단어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아나그램은 해당 단어가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Dracula와 alucard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와 라큘라드로 번역되거나, 드라큐르아로 번역되어 아르 큐 라드로 연결 번역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예시로 든 드라큘라는 그렇게 변형하기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요.) 


1-6 유행어, 줄임말

유행어는 이 단어가 사전 등에 등재된 일반 단어가 아니어서 어떤 의도로 이 단어를 쓰는지 설명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어떤 긴 단어의 앞글자만 딴 단어라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입덕, 휴덕, 탈덕 같은 단어들이 있겠네요.  


1-7. 비꼬기, 

이건 글로서리가 아니라 본문 텍스트가 전달될 때 따로 표기하긴 하지만, 키워드 분류가 될 정도로 사용되는 단어. 비꼬기는 문맥상 알 수도 있지만 번역 작업이 하청을 거듭하고 제2외국어로 가는 과정에서 원고가 통으로 넘어가기보다는 문단별로 분해될 확률이 높습니다. 한글 - 영문/일문 -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뉘앙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간단히라도  이 단어가 비꼬기임을 표시해줘야 합니다. 


1-8 사연

 사연은 별명이나 호칭, 별호, 특별한 표현 등에 대한 세계 내부에서의 작명의 사연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스트라이더'리고 부를 경우 사연이 있어야 이게 스트라이더, 수투 라이다라는 이름인지 성큼 걸이나 走男으로 번역할지를 알 수 있게 되죠.  더 깊은 세계관의 경우에는 내부의 어떤 역사나 환경에서 연유하여 '통나무꾼'이 전혀 다른 뉘앙스와 의미일 수 있죠.  그래서 최소한 '사연'이라고 태그를 달아둬야 담당자가 체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1-9 관례

이건 한국에서 그 단어를 특별한 관례적 표현으로 써서 사전과 의미나 용도가 다른 경우입니다. 보통 외래어나 콩글리시 등입니다. 예를 들면 '메일' 같은 것이 있겠네요. 편지는 우표 붙여서 가는 거고, 메일은 인터넷으로 보내는 거고. 인쇄기와 프린터, 카페와 커피. 하드, 교회 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편 국가에도 비슷한 관례적 표현이 있을 수 있겠죠. 거꾸로 교회/성당은 모두 church인 경우 같은 것이죠.  이 단어들이 한국어일 때는 괜찮은데 번역되면서 관례적 사용이 섞여버립니다. 편지도 메일도 모두 메일이니까요.  그래서 관례 태그를 단 후에 필요하다면 적절한 원래 용법을 써줘야 합니다. 그래야 번역자가 레터나 메일, 스네일, 핸드라이팅, 페이퍼 등의 단어를 추가할 여지가 생깁니다. 

특히 장르 용어들을 영어나 프랑스어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그 국가에 가면 일반 단어가 돼버립니다. '스페이스 마린'이나 '파이어볼'은 외국어다 보니 전문용어/명사화되어 사용되는데, 정작 번역되면 '우주 해병'이나 '불공'이랑 다를 바가 없거든요. 특별한 뉘앙스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별도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1-10 신조어. 음역 기준.

신조어는 완전히 만든 말입니다.  없는 단어인 거죠. 신조어는 1. 고유 외에 2. 어원과 6. 철자 준수 항목을 함께 보시면 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단어 "F$FSsd4 Fㅌ!#@$力féil" 같은 단어라면 6. 철자 준수 규정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조어들은 (내가 만들었으니 매우 짧은 상태긴 합니다만) 어원이 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라거나, '메 뚱때지'라는 몬스터라거나 '서울랜시스'같은 몬스터를 만들었다거나, 작중 도시 이름이 개을러서 '게으른'이란 이름이어서 거기 사람들을 '게으른 맨'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요.  

 다양한 작가 의도에 따라서 2. 어원과 6. 철자를 절묘한 비율로 섞어서 주문해야 합니다. 게으르다는 뜻으로 번역한 후 일관되게 사용되어야 하거나, 아니면 'ge-u-reun'이 음역 되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2. 어원의 식별. 

어원에는 시대, 국가, 문화, 성별, 세계관, 성격, 스토리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걸 합쳐서 '뉘앙스'라고 해두죠.  예를 들면 이름이 '가롯(유다)'이라거나 '베엘제(불)', '염라', '세이튼', '아쿠마', '페도'라는 식의 이름이라면 말이죠.  그리고 '귀요미'라거나 '도도걸' 같은 이름도 있을 수 있겠죠. 이런 이름을 6. 철자 준수로 원어 유지로 갈 것이 아니라면, 어원을 하나 표기해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음역으로 갈 거라도 어원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특히 몬스터나 마법 이름을 영어, 프랑스어 등에서 빌려오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Fire에서 온 파이어 시티를 '火市'로 번역되길 원치 않아서 6. 철자 준수 규칙을 설정해도 이게 음역이 되면서 Pier City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혹시 작가 의도가 이런 어원 식별용 칼럼을 추가합니다. 그러면 성의 있는 번역가가 음역을 하더라도  火爱儿 [huǒ-ài-er] 市 라고 해줄 수 있겠죠. 

 이 외에도 작명을 할 때 뉘앙스를 위해 라틴어나 히브리어 등 각종 언어를 빌려오는 경우가 있을 텐데 이건 한국어에서만 통하고 번역할 때 잘 지정해주지 않으면 느낌이 모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어원과 함께 이 어원의 어떤 뉘앙스를 가져온 건지 적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지고 싶은 뉘앙스가 시대였나? 파시즘적 느낌인가? 야생. 토속적, 원시적, 강인함 같은 것들 말이죠.  


3. 이름의 식별. 

 다른 작명과 달리 이름은 특히 더 민감하게 앞서 이야기한 어원의 뉘앙스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심지어 유리와 해리처럼 성별이 뒤집어지거나 말자 숙자 철수 같은 시대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국가마다 같은 철자의 이름이 바뀌기도 하고, 철자 몇 개가 바뀌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3-1  이름의 어원.

이름은 어원이 있고 그에 따라 위키피디아를 포함해서 인터넷에는 이름의 어원을 알려주는 많은 사이트들이 있어서 참조용으로 태그 해두면 좋습니다. 특히 그 이름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게 만든 어떤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히틀러라거나) 인명사전도 검색해봐야 합니다.

어원은 특히 작가의 의도 보호를 위해 명시되어야 합니다. 가령 만든 이름이 '불같은 성격'을 의미하는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면, 번역에서도 될 수 있으면 이 의미가 실리는 것이 좋겠죠. 가령 이름이 '티끌'이나 '송사리'일 수 있으니까요. 


3-2 이름의 국적. 언어권. 

국적, 언어권에 따라 서로 다른 발음들이 있습니다. 같은 글자라도 서로 다른 그림이 됩니다. 위키피디아를 참조할 수도 있고 https://www.pronouncenames.com/ 같은 이름들의 발음을 알려주는 사이트들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름 발음이 정말 관례에 따르거나 좀 더 복잡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건 각국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게 좋습니다.  


3-2 이름의 나이

철수, 영희, 숙자, 김철처럼 이름도 나이가 있습니다. 

미국 이름의 경우에는 아래 사이트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abycenter.com/

https://www.babycenter.com/baby-names-tony-4468.htm 

이 이름은 제가 사용하는 Tony라는 이름인데

이 Tony라는 이름은 1960~1974년쯤 피크를 이룬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제 나이보다 약간 많긴 하지만 적당히 나이대가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3 이름의 성별

당연히 이름에도 성별이 있는데, 유리, 해리 등 한국어 감에서는 여성 이름들이 서양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만든 이름은 더 어려운데, 발음 자체의 어감 차이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좀 더 미묘한 어감의 차이는 현지어 수준의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영어권에 S/he, her/him 등의 표현이 있기 때문이죠. 


3-4 이름과 유사한 발음의 멸칭. 

이건 초보자가 번역으로 알기 힘든 부분이라 이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죠.

이름 가지고 장난치거나 별명이나 모욕적 단어를 붙이는 것은 모든 문화권에서 다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애들이 다 그렇죠 뭐. 


3-5 결혼 여부.

캐릭터는 결혼 여부를 따로 명시해놓을 수 있습니다. 이게 필요한 언어도 있거든요. 


3-6 관계, 지위

지위, 신분은 '귀족', 왕족, 천민 등을 말합니다. 언어적 대우가 특별히 달라지는 언어와 문화권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ir가 있겠네요. 

관계는 한국도 관계에 따라 '존댓말'이라는 언어체계가 별도로 쓰이는데, 이건 혼자서 규정되는 게 아니다 보니 캐릭터 관계도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7 멀티 페르소나. 신분.

주인공급은 애초에 글로서리 단계에서 같은 인물의 여러 페르소나/신분을 구분해 놓을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정치인으로서 연인으로서 위장한 신분의 노예나 해커일 수도 있으니 어떤 배역과 의상으로 연기하는가? 정도의 느낌으로 캐릭터와 역할을 분리할 수도 있겠죠.


4. 단어의 속성

인물 외에도 일반 단어도 특징을 가집니다. 


4-1 성별

국가별로 단어에 성별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성 명사, 여성명사.  그래서 사람이나 생명체가 아닌 단어도 남/여로 뉘앙스를 정해놓는 편이 좋습니다. 만일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소신에 어긋나면 적당한 다른 단어를 찾아도 되겠죠. 음/양이라거나. 

동시에 이 단어가 남성 전용인지, 주로 남성인지, 혼성인지, 주로 여성인지, 여성 전용인지, 다른 특정 성별인지 구분해놓을 수 있습니다.  언어권에 따라 집단을 호칭하는 단어도 성별이 분리되어있기도 합니다. 


4-2 규모

집합 명사. 엘프족, 기사단, 특수부대, 좀비들, 괴물 떼, 서울시민 등 여러 개체로 구성된 단어의 경우 규모를 대략적이라도 명시해줘야 적절한 단어를 붙일 수 있습니다. 군단, 사단, 군대, 분대, 대 등의 군대뿐 아니라 -떼를 나타내는 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4-3 생물, 물건 

보통은 다른 부분에서 설명이 되지만, 어떤 단어들은 이게 생물인지 물건인지 명시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4-4 분리된 의미. 

작중에서 똑같은 단어가 행위. 능력. 사물. 사람, 사건, 상태를 복합적으로 의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매하다 싶으면 분리해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학교는 단체, 장소, 시설, 집단을 각각 의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5. 연관 키워드 

연관 키워드는 어원과 비슷한데 글로서리 내에서 어원을 가지는 경우입니다.

극 중에 '퀘 카이트'라는 어떤 능력이 있는데 이걸 퀘 카이팅 하다, 퀘카이터, 퀘 카이팅. 퀘 카이시 티. 퀘칸 등으로 자체 변형이 쓰이는 경우 이 단어에 관련된 내부 단어를 연관 키워드로 연결해놓을 수 있습니다.



6. 철자 규정. 

이것은 '철자 표기'에 대한 규칙입니다.


6-1 철자의 유연성.

가령 이름이 '활 칡'일 경우 HWAKCHIRK 이냐.. HACHI로 표기해도 되느냐는 글로서리에서 명시해서 지정하거나, 적절한 유연성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6-2 일관

이 단어가 뭐로든 일단 번역되면 작중에서 계속 이 단어로 유지해야 하는지 명시할 수 있습니다.

풍경을 보고 '노을이 아름답다'라는 표현과 '노을빛 광역 중독 빔' 마법주문은 분명 다르니까요. 


6-3 움라우트 등. 

글자에 붙은 부수 기호들을 유지해야 하는지 알파벳으로 변경해도 되는지.

대소문자를 그대로 지켜야 하는지, 번역 필요에 따라 변경해도 되는지. 

단어에 들어있을 수 있는 하이픈 등의 표기를 빼거나 넣어도 되는지. 

상표권의 경우에는 가장 강한 규정으로 공백을 포함한 동일 글자여야 하고.

특수한 경우에는 같은 모양이어도 변경하지 못하도록 유니코드 유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예 '이미지'가 박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게임은 '馬(마)' 한자 및에 점이 4개가 아니라 2개입니다. 


6-4 글자 수 제한

이것은 일반 번역이 아닌 게임이나 웹툰 등 글자를 표기하는 공간의 한계가 있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보통은 글로서리가 아니라 번역 본문과 함께 제공되는 가이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죠.


7. 업데이트

글로서리는 기존 번역 테이블과 함께 연결되어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일단 영어 번역이 한번 이뤄지면 이 번역에서 사용된 단어들이 추출되어 테이블에 구성되어야 합니다. 여러 판본에 따라 다른 단어들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원문 출처를 명시하여 참조할 수 있도록 해야 다른 번역자들이 사례를 확인하고, 또 뉘앙스를 훨씬 명확하게 파악해서 충실한 번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서리는 단어를 삭제하지 말고 계속 추가하고 폐기되는 단어는 중간선을 그어 폐기됐음을 표시해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메모되어있는 폐기 단어는 중요한 정보니까요. 


8. 정리

정말 이렇게까지 하느냐? 아닙니다.  글로서리를 이렇게까지 작성해서 전달하는 경우를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 글을 쓰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8-1 퀄리티를 위한 노력

 초기 설정을 하는 분들은 번역에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못합니다. 단어당 50원 같은 헐값부터 150원, 300원을 지나 700원, 1000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비용으로 번역이 진행되는 경우 창작자가 작품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낮은 가격에 모티베이션이 떨어진 번역자들을 어떻게든 돕는 데 있습니다.


8-2 진심과 가치의 전달.

 이 작품이 진지하게 임할 가치가 있느냐는 작가의 정성을 느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름이 걸려있다거나 돈을 많이 받는다고 좋은 퀄리티를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성을 가진 분들은 이 진심을 느끼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작업에 보상으로 받고 그에 호응해줍니다. 


8-3 설정의 체계화.

 하나의 언어를 번역해서 관찰하는 것은 설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마구 남발되는 영어들에 대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 줍니다. '운명의 데스티니'나 '다크 프로스트 파이어!' 같은 단어들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글로서리 작업은 반드시 번역자를 위한 작업이라기보다 장차 글로벌급 IP가 될 세계관을 설계하는 설계자의 설정 작업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0919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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