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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Nov 19. 2019

<비게임기획을 한지 한달만의 느낌>

150613 #게임기획자하얀용 김동은WhtDrgon.

(이 글은 게임기획을 하다가 잠시 MCN업체에 취업했을 때의 소회를 <게임 기획자에서 안게임기획자가 된지 한달에 대한 긴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적은 글입니다. 이때 쇼엔터테인먼트와 영상촬영과 게임의 결합이 필연적임을 깨닫게되고, 그로부터 1년 반 뒤 2016년 12월에는 'BTS월드' 구상에 착수를 하게 되죠. 그리고 2020년에는 세계관을 파보기로 하고 빅히트에 갑니다. 이 추가 첨언을 쓰는 지금은 2021년 4월25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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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라이브의 반값인) 아마존 무제한드라이브를 시도해봤다가 포기. 구글드라이브 승. 포토,메일,닥스(오피스)와 파일공유,공유등급설정,스트리밍(아마존은 20분이만 가능) 등의 연계가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처음 시점에는 보안성, 안정성, 가격 (한달에 10불)이 가장 큰 요소가 되지만, 그 장벽이 일종의 '필터'로 작용해서, 일단 무제한 저장공간에 진입하고나면 life 즉 사고방식이 바뀌게 된다.

마치 차를 가지기 전에 용도와 사용량을 계산하고 그걸 택시에 개입해서 계산하다가 차를 산 후에 바뀌는 것처럼. ('얼음 쓸데가 많나? 찬물로 충분하지.' '얼음 정수기가 없으니까 쓸데가 없는거야.' 라는 그 멋진 광고멘트처럼.)

여담으로 안정성은 '구글 서버와 함께 자료가 날아간 상황이면 데이터 걱정보단 창밖을 봐야할 걸'이라는 수준의 신뢰를 가지고 있고,
(하드디스크와 대비하여 계산하던) 가격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

업무용 서피스프로3, 넥서스7,안드로이드 타블렛,안드로이드폰,아이폰,맥북x2,데스크탑x2를 쓰는 나로서는 효용성x기계수가 된다. 모든 기기가 무제한에서 합쳐진다. 어차피 난 텔넷통신할 때도 하이텔,천리안에 월정액으로 써왔으니까. 와우나 대항해시대도.

라이프와 보안성. 중복데이터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생각도 없고, 용량 계산도 없다. 개인파일들은 어차피 로컬에 위치한 개인용 NAS와 포터블 외장하드에 모이고 있지만 솔직히 이게 구글드라이브보다 안정적일거라는 믿음이 없다. ;;; 패스워드 보안에나 더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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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무제한일뿐. 숫자로는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더 빠른 속도와 더 빠른 용량은 곧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의미가 없는 것은 무의미하다.

게임기획이나 기획이나 모든 서비스도 마찬가지. 회사가 돈을 내고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마찬가지. 유저는 어차피 개인레벨에서는 모든 것을 무제한 무료로 즐기고 있다. mp3도 그렇고.

잡다한 데이터는 어차피 (저화질을 업로드했더니 고화질이 됐다는) 중국의 클라우드로 쏠릴 것이고, 연계서비스가 주는 '라이프'가 의사결정의 중심에 선다.

모든 영역은 이미 메이저가 있고, 숫자가 주는 감동은 시들고, 틈새 아이디어는 인수되거나 복제되버린다. 난 인터넷팩스로 엔펙스를 꽤 오래 써왔는데, SK에서 모바일 팩스를 내놨다. 내가 아직 안바꾸고 있는 이유는 아이폰 버전이 없어서 정도?

이미 기능적으로 훌륭하고,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들은 얼마든지 있다. 게임은 항상 장르를 창조한 컨텐츠와 경쟁해왔다.(혹은 베끼면서 차별점을 만들었다.) 게임이든 아니든 그 곳에 뛰어드는 우리를 오직 '의미'만이 지켜줄 것이다.

그 도전에 무료라거나 양이 많다거나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왜 무료로 주는지, 왜 받아야하는지 맥락이 필요하다. 지금 와서 리니지1을 그래픽이나 사운드나 컨텐츠 양으로 승리하여 유저를 빼앗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있나?

그래서 이제 촉에 의존하는 기획의 시대는 가고 데이터 분석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게임계는 대고객에 있어서 언제나 치열하고 다른 업계보다 2년 정도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 컨텐츠를 무료로 풀어버리는 것, 과금체계, 기술적인 성취, 요구 단말 하드웨어 등. 기능적 우위를 자랑하기 힘든 '재미있으면 장땡'이라는 특징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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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팀장에서 그렇지 않은 기획팀장의 일을 맡은 지 한달이 됐는데, 처음의 새로움에 대한 감동은 슬 걷히고 대동소이가 느껴지고 있다. 단지 기획의 중요 키워드가 창조와 흐름에서 흐름과 창조가 된 정도의 차이.

게이미피케이션은 MMORPG 기획이다. (어디선가 자주 보는 표현으로) '소름끼치도록 놀랍게 유사하다.' 그래서 앞으로 게임 기획자는 모든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게임기획자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난 여기가 게임기획자의 최전방이라고 믿는다.

순전히 개인의 경험에 기반해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반은 게임계가 정말로 대단했던 곳이구나. 반은 게임계는 그 대단함 때문에 치열한 고민을 덜 하고 갇혀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L4밖에 없는 줄 알았다. 다들 모두 너무나 당연히 그걸 썼기 때문에. (아직도 정확히 그 기계가 뭘하는지는 모른다. 커다란 공유기?) 서버? 동접 4천명 받겠다고 13개 서버군을 만드는 환경인지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어마어마한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줄 아는 무지함이 업무에 지장을 안주던 환경. 그래서 매일이 흥미진진하다. 앱기획과 서비스 기획이 게임기획과는 외형이 달라서 허덕대고 있는 것만 빼면.

가장 낯선 것은 용어의 차이들이지만 이 또한 차이점마저도 유사하다. 게임장르가 RPG,시뮬같은 기능적 분류에서 좀비,스토리리치,서바이벌같은 경험적 분류, 그리고 SRPG,RTS등의 수직 세분화 시도에서 키워드,태그같은 수평 병렬화로 넘어간 것처럼 용어들이 바뀌어있다는 것. 서버팀과 클라팀, 백앤드팀과 프론트앤드팀. 이 둘이 비슷하면서도 관점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유사'하다. 기능에서 의미로. 작업자 기능에서 사용자 효용으로. 서버팀에서 백앤드 팀으로. 마치 냉장고가 콤퓨레서에서 유리큐빅과 홈바로 온 것처럼, 스마트폰이 2GHz니 1천만화소니 하는 숫자에서 샴페인골드니 엣지니 하는 영역으로 온 것처럼, 숫자나 형식은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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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게임기획자들은 어떻게 그녀에게 이름불림을 받아 하나의 몸짓에서 그녀의 꽃, 사랑의 상징이 될 것인가. 게임계는 태생부터 그것을 고민해왔다. 게임은 돈,권력,능력,지위같은 사회적 관계로 미소를 받을 수 없다. 기능적으로 훌륭하여 그 쓸모 때문에 사랑받지 않고도 이름을 불릴 수 있는 다른 어플들과는 태생부터 다른 존재였다.


어플의 모든 사용을 유저의 전적인 헌신에 의존하여 진행하여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게임기획을 배워야하는 것처럼, 게임 기획자가 모든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믿고 시험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후학들의 길을 연다는 근거없는 자기만족의 욕구를 나름대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아마존은 '책'의 승자이고, 쇼핑몰의 승자, 물류의 승자가 됐지만, 수수료 모델 그걸로는 이길 수 없다. 시장 자체를 가지고 있어야 했고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국민들을 가져야 했다. 포토와 드라이브를 열었지만 이대로는 이번 구글 IO에서 맞은 따귀를 회복하기 힘들어보인다. 그래서 내가 아마존 게임즈에 거는 기대도 약하다. 거기에 트위치까지 밀림받고 있고. 병종은 많은데 제각기 각개전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단들이 모여있는 느낌. 하지만 그들은 아마존프라임이라는 화폐발행 기반이 있다.


구글은 (의도했든 안했든) 게임방송,컨텐츠 유통망,컨텐츠,사진,드라이브... 아마존의 사업들 하나하나를 밀어내고 있고, VR에서도 훌륭하며 비싼 VR컨텐츠 녹화장비가 아니라 고프로들로 이루어진 카메라병렬코어를 제공했고, 무료 서비스로 그 녹화본을 하나의 컨텐츠로 만들고, 유튜브를 중계망으로 삼고, 드라이브로 저장할 공간을 제공하고, 공유시키고, 이미 풀린 전화 단말기를 VR콘텐츠 단말기로 삼을 수 있는 택배상자로 구성된 망을 가지고 다가오는 '인터넷의 공중파 대중화'를 대비하고 있고, 경량 크롬, 경량 안드로이드 원. 그리고 오프라인모드 유튜브. 모든 저가정책은 그 방향은 미국과 유럽,중국이 아닌.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VR 단말기의 적통자 오큘러스를 품었다. 이대로 소셜+광고 수수료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컨텐츠와 제작자들을 끌어안고있고,VR 단말기를 소유했으나 아직 병종이 단편적이다. 어설픈 SSO에게서 존재의미를 강탈하는 그 유명한 '페이스북 회원인증'을 바탕으로 API와 함께 서드파티를 최대한 끌어들이는듯 보이지만 현실세계 강림이 난감한 상황. 그들에겐 '기계'라는 육체가 필요하다. 촬영기계-유통망을 구글이 가졌으니, 그것을 만들고, 흐르게될 컨텐츠. 그리고 그 컨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해줄 사람들의 연락망 소셜. 그리고 그걸 볼 수상기. 그리고 퍼스널 단말기. 폰. 그리고 그 폰이 접속할 망을 전부 가지고 싶을 것.


MS는 중장보병만큼 느리지만 도시 외곽에 막상 도달하면 수비자로서 대책이 안서는 힘이 있다. MSDN와 비주얼 스튜디오, 윈도서버... 그들에겐 '코드'를 바탕으로 한 유통,개발.. 모든 병종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설 자는 '자바'...는 아닌 것 같고. (그냥 MS와 상관없이 다른 영역에서 승리하는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MS는 적이 없어보인다. 무적. 하지만 태초에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가 계셨지.


애플은 구글이나 S모사는 그냥 주변시로 흘린 채 MS랑 한판 붙기로 작정한듯 하다. 아니 사실은 존재할 때부터 그랬지만. 사실상 폰의 전쟁에서 승리한듯 보이고. (안드로이드 vs 아이폰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승리를 의미한다. 애플은 이미 안드로이드컴퍼터블처럼 IBM컴퍼터블과 전쟁에서 생존한 회사이다.) 애플뮤직이나 이런 서비스들은 토이스토리처럼 스티브잡스의 귀환에 쓰인 서비스일 뿐이라 큰 의미는 아니고.


그래서 일개 게임 기획자인 흰둥이의 어설픈 눈에는 동서전쟁과 남북전쟁의 동시발화. 동에는 MS,서에는 애플,북에는 구글, 남에는 페북,아마존. 그리고 전장의 교차점에는 동남아. 그리고 그 모든 돈을 중국에서 대고 있는.
세계 화폐 발생자라는 승자가 되기 위한 기묘한 전쟁으로 보인다.


삼국지가 펼쳐지는 전국시대의 그 세계 어딘가에서 분명히
나는 게임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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