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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May 04. 2023

<기업 세계관. 사무원&꽃밭맨>

김동은WhtDrgon. 230504 

창작자가 콘텐츠의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배우가 역에 집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반 사람에게 연기를 시켰을 때 어색해하고 난처한 웃음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에 많은 캐릭터가 동시에 존재하고 서로의 역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인'이라는 분류. 실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편의상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자연인 또는 일반인이라는 '분류 외 캐릭터'라는 이름의 역할이 어딘가에 하나가 있고, 그 아래에는 피와 살, 칼로리와 산소를 소모하는 육체가 있다. 


 그 위에는 층층이 캐릭터가 쌓아올려져가는데, 예능에서 연기를 요구받은 배우는 그 순간 한국인, 사회인, 방송인, 배우, 예능프로 패널. 그리고 그 순간 어떤 인기 프로 속의 캐릭터의 연기를 요구받고 명대사를 뱉는 순간 캐릭터들이 TV채널처럼 교차한다.


 예능의 캐릭터들이 감정선을 잡은 배우가 몇 초만에 흘리는 눈물을 흘리는 육체를 보며 감탄할 때 3개 차원의 캐릭터가 동시에 한 화면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같은 장소 같은 육체, 다른 캐릭터들. 관객과 배우,극중 배역은 제4의 벽이라는 결계로 구분되어 개념적 차원 중첩을 일으키고 있다. 


 물리적 현실에서도 이미 우리는 수많은 역할들을 캐릭터 형태로 가지고 있고, 그 캐릭터가 마치 TV콘텐츠들이 채널을 통해 '화면'을 쉐어링하고 있는 것처럼 캐릭터를 바꾸어 행동한다. 이 사이에는 놀랍게도 충돌없는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새삼 놀라워한다. 유태인을 학살하는 나치독일의 수용소장이 어떻게 다정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같은 놀라움 같은 것들.


 SNS의 허영으로 밈화된 요소들은 '자연인'들의 어떤 일면을 캐릭터화한 디지털 트윈 상태를 증명해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계정은 나의 어떤 일면만을 나타내고 있고, 나는 그 캐릭터를 아끼고 꾸준히 키워오고 있는 셈이다. 


 그 캐릭터들의 디지털 시각화. 그 염원이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메타버스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업적 의미를 해석하지만, 그것은 3D로 주민등록등본을 떼거나 편의점 상품을 구매하는 외형적 관찰을 넘어, 이미 우리에게 존재해왔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시각화,구체화, 시퀀스화 시킴으로서 존재하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캐릭터들의 세계. 


누군가는 메타버스의 허상과 버블을 비웃으며, 그 지점을 바라보는 이들을 유행지난 사업을 되살리려는 헛된 노력으로 치부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고, 그 관심을 먹고 사는 '떳다방'들과 그 곳에 살고있는 원주민의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AI의 시대지만, '쏟아져나오는 서적들'과 꾸준히 AI를 연구해온 이들은 서로 다른 처지에 있다. CHATGPT의 열풍은 단지 기술의 발전 뿐 아니라 자연어 대화를 통해 AI가 캐릭터로서 인식된 것에도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막연히 원하고 있는 것. 브랜드, 브랜드IP, 기업세계관, 팬덤 비즈니스, 구독자, 커뮤니티, 세계관. 애플, 나이키, 닌텐도가 가졌다고 믿는 것들. 어떻게 고객들을 충성스럽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예능프로에서 배우의 캐릭터 연기를 바라보는 식의 서로 다른 채널의 관찰과 의문은 '기업 세계의 캐릭터'를 유치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우리의 세계에 캐릭터를 유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하고, 이 과정은 사람들을 연극에 참여시키는 과정과 절차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서브컬처, 커뮤니티들은 오랜 시간의 크레딧 교환을 통해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부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그 동질성의 요소에는 가치를 부여한 의미인 키워드들, 크레딧들이 있다. 캐릭터는 사람과 유사한 구조로 이런 씨줄 날줄같은 크레딧 설정이 가능하고, 사회, 문화를 만들어내서 결국 서브컬처같은 괴상해보이는 소비집단을 만들어낸다. 


세계관, 기업의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은 가치를 허락받는 키워드들의 시드를 그 기업의 것들로 구성하는 작업이다. 이 키워드들중 어떤 개념들은 구성원들에게 허락받고 캐릭터들의 가치를 구성하고, 그 가치가 공통점이 된 이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선택받기 전의 키워드 상태들을 일명 '떡밥'이라고 부르고, 은전 한닢을 내민 거지처럼 허락을 기다리는 전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기업문화를 매개로하는 캐릭터가 1000명의 고객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도 그 가치는 가볍게 생각해도 모객비용의 1000배 이상이다. 숫자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기업문화 캐릭터 1명이 1천만원~1억의 가치가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팬덤 비즈니스, 스타는 매스미디어의 산물이다. 한반도 최초의 라디오방송국인 경성방송국 1927년정도를 시작으로 삼아도 겨우 100년 정도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기술의 발달로 국가와 자본의 독점 시스템들이 개인화되고 있는 과정들을 보고있고, 한번에 모든 구성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스미디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조각조각나고있는 시대가 만드는 기회와 위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기업의 커뮤니티를 위한 기업 세계관이 조심스럽게, 의구심을 가득 품은 채 실험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2017년 모든 가수들이 세계관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말에 이어 나는 이제 모든 기업이 세계관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놓는다. 


 캐릭터를 허락받는다는 것은 진정성을 필요로 한다. 너희들 이런거 좋아하지라는 시건방짐, 물건을 팔려는 속셈 등, 절박한 비즈니스 요소들을 서둘러 들이대는 것들은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려는 시도만큼이나 무례하고 캐릭터는 커녕 고객마저 도망간다. '자연인' 혹은 '고객', '소비자'로부터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작업은 자발적인 캐릭터화로만 구성된다. 


 부캐론으로 부각된 '캐릭터'는 세계를 이루는 첫번째 구성요소이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은 캐릭터를 충실히 재현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캐릭터는 예절, 상하고하, 자아실현, 믿음과 신념, 사랑, 희생 등 인간적인, 매우 복잡한 '개념세계'인 모든 사회질서를 자연스럽게 롤플레이한다. 거꾸로 이 캐릭터들의 집합. 그 캐릭터들이 캐릭터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것들. 나는 그것을 '신용, 크레딧'이라고 부른다. 


이 크레딧은 가장 기본적으로 '키워드'로서 압축되고, 동일한 키워드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집단으로서 구체화된다. 이 의미부여는 교환가치같은 비교적 유형인 것부터 신념, 지켜야하는 것, 혐오스러운 것, 마땅히 해야하는 것 등 무형의 것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크레딧'이란 용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신용,믿음, 그리고 금전적 가치를 모두 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 세계관의 구축'이라는 것은 꽤나 실험적으로 3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CI와 제품디자인과 기업 비전까지 함께 엮어 라이브러리화를 해야하는 느낌 탓에 '오너 비즈니스' 영역으로 들어간다. 당장 산출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사무원들의 기존 사업구성 방식에도 맞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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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서 이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배우의 역을 사업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제목에서 언급된 사무원과 꽃밭맨들의 협업이 시작되어야하는데 이 부분이 실무적으로 일차적인, 현실적인 첫번째 장애가 된다. 


사무원들은 내가 종종 (본래 의미와 차이는 있지만)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르는 존재들. '자연인'을 유지하면서 직업에서 '일'들을 무심하게 처리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사무원들은 감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만을 없애는 것을 추구한다. 일을 빠르게 많이 제 시간에 처리해내는 것이 사무원들의 덕목이고 효능이다. 깔끔하게 일을 끝내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덕목.


꽃밭맨들. 머리 속이 비현실적인 꽃밭으로 가득 찬 이들. 내가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들. 이들은 마치 예술인들처럼 직능에 대한 캐릭터를 유지한다. 이들 역시 '(회사이름)인'이라는 캐릭터보다 그 회사인이 될수있도록 만들어준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를 캐릭터화하고, 게임기획자, 프로그래머, 감독, 작곡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중요시한다. 작업은 언제나 그 캐릭터에게 주어진 기회이며, 비사업적으로 보이는 자원을 투입해서 가성비를 무시하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업무 전개로 사무원들을 골치아프게 만든다. 


이 사무원들은 세계에 몰입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때로는 '꽃밭맨'들을 심하게 혐오하는데, 사실 이 반응은 길에서 연기하는 사람, 다른 세계관 캐릭터들이 서로를 관찰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길에서 혼잣말하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귀에 에어팟을 끼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진. 앞에서 예로 든 '배우의 연기'조차도 제4의 벽의 결계를 허락한 관객들의 약속하에 이뤄지는, 무의식적인 정밀함으로 허락된 '디바이스'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의자에 앉아 어둠 속에서 팝콘을 먹으며 대형 스크린에 2시간동안 집중하는 형식 역시 긴 시간에 걸쳐 허락받은 '이미지화된 세계'인 것이다. 그냥 어린시절부터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서 느끼지 못할 뿐. 


이 부분. 마치 자연인,고객,플레이어, 캐릭터를 유연하게 이어 세계관을 조성하는 것처럼, C레벨 임직원, 기업 실무자, 창작자들을 유연하게 이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창작 기업의 경쟁력인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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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즈는 생성되고 있고, 기업세계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라 짐작하는데,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사무원과 꽃밭맨들의 조화를 위한 두세계를 사업적으로 잇는, 마치 문과와 이과의 협업 워크샵같은 상호 이해 구조 역시 세계관 작업에 함께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세계관'제작이 창작 견적 뿐 아니라 기업교육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늘의 포스팅으로 산만하게 적어내려본다. 부끄러움과 정리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230504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세계관제작자김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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