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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Nov 18. 2020

<세계관과 설정은 무엇이 다른가?>

김동은WhtDrgon. 20201101 #게임기획자하얀용

"요즘 아이돌들이 가지고 나오는 것은 세계관이 아니라 설정이다."


그럼 세계관과 설정은 무엇이 다르다면. 


 세계관은 허락받은 것이다. 대체 누구에게 무슨 허락을 받았나?가 중요합니다. 허락을 받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퇴짜맞기이고, 이 과정을 통해 세계관이 만들어집니다. 


 B모사의 B그룹의 화양연화 뮤직비디오가 나온게 2015년이고, 그 세계관이 공식적으로 전개된 것은 무려 3년 뒤인 2018년 러브유어셀프에 조그마한 분홍색 화양연화 노트가 앨범부록으로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이 3년의 시간에 흐르는 '허락받기'가  세계관과 설정의 차이입니다. 


어제의 포스팅은 요즘 아이돌들의 세계관 기본탑재가 반가우면서도 그 필연성과 에센스를 못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푸념입니다. 아직 이제 첫편이잖나?라면 아직 세계관을 들이밀 때가 아닌겁니다. 왜? 허락받지 못했으니까요.  레이저를 쏘고싶다면 그냥 쏘면 되죠. 그러면 사람들은 익숙한 장르물을 대입하고 암묵적 동의를 해 줄지도 모릅니다.  세계관은 그 다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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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언가를 깊게 해석할 때 다각도의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하는데 이런걸 여러가지 ~적 관점에서 본다고 합니다. 시대적, 역사적, 서사적, 작가적, 개인적,주관적, 객관적, 국가적, 인지적, 동아시아적, 서양적, 규범적, 치유적, 종교적, 토목적, 도시적, 전생애적, 대안적, 신학적, 의학적, 마케팅적, 경영적 ~학적 관점이라고도 하죠. 심리학적, 사회학적, 사회심리학적, 지정학적, 생물학적, 


어떤 복합적인 사건들. 또는 상징적인 것들은 여러가지 관점으로 살펴봐야 속에 담긴 뜻을 해석할 수 있을 수 있을겁니다. 


여기서 '적'은 과녁적 자인데, 기초하다, 바탕을 두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즉, 어린왕자를 심리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작품에 나타난 것을 본래 내용이 아니라 심리,의학에 기초하여 해석한다는 뜻이겠죠. 


 세계관은 물론 여러가지 해석과 정의가 있습니다만,  저는 이것을 'b세계적 관점’생각하고 있습니다.  b세계관이라는 것은 b세계를 b세계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죠.   


조금 꼬아놨습니다만, 결국 세계관이란 것의 사전적 정의가 "자연적 세계 및 인간 세계를 이루는 인생의 의의나 가치에 관한 통일적인 견해"이니 해석에 큰 무리가 없으실겁니다. 단지 왜 뻔한 말을 한 번 더 꼬아놨나라는 짜증을 부르는 궁금함정도겠죠.  


왜냐면, 콘텐츠를 만들때의 세계관은 우리의 진짜 현실에 대한 '세계관'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b세계에 대한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죠. 


기독교적 세계관도 있고, 물리학적 세계관도 있고, 낭만적 세계관도 있습니다만, 진짜 현실을 다각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 자체를 만들고 바라보는 시각.


즉 세계가 세계관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세계관'은 진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b 세계'를 해석하는데 쓰이는 것이 b세계관입니다.  좀역설적으로이야기하면 세계관이 아니라 관세계이죠.  세계관과 세계가 결합됐기 때문에 관점이 실체를 규정하는 구조입니다. 


이것때문에 우리가 세계관을 만든다고 하면 대륙, 도시, 국가, 세력, 종교, 직업, 마법, 동식물과 몬스터, 외계혹성, 특수능력들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건 설정이죠. 


그럼 설정과 세계관은 무엇이 다른가? 


설정은 스토리의 외적구조를 튼튼하게 하고, 필연성을 만들어주는데, 세계관은 그 설정의 필연성과 인과를 엮고, 가상세계에 너무도 부족한 핍진성을 보호하며, 어떤 해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호환되는 설정들을 선언하고, 다른 설정들이 계속 태어 날 수있는 요람의 역할을 합니다.  네,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iOS 같은 것들입니다.  기능하는 것이 없다는 것도 비슷하죠.  


왜 존재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세계관의 목적이고 b세계관의 존재 이유는 b세계관이 존재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에는 여러가지 설정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설정이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1910년대 만주의 기차역에서 지금 막 영국의 저명한 여성 전염병 의사가 내린 것은 배경+사건이고, 이제 뭔가 흥미진진해질지도 모르지만,  1910, 만주, 영국의사 는 여전히 재미있는게 아닙니다. 


 1910년 만주벌판을 말달리며 독립을 외치는 시대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단어들 만으로도 풍경이 펼쳐지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행인데, b세계가 그나마의 지식도 안통하는 콰탈로칸종족이 6억년째 지배하는 왕국이라면 설정덕후라 불리는 사람의 공상의 영역에만 그 흥미진진함과 즐거움이 있겠지요.  더 심하면 그 조차도 없이 "요즘 애들 이런것 좋아하지?" 라는 천박함이 버티고 있을 것이고요.


b세계관은 b세계 주민들의 크레딧입니다. 크레딧이 뭐냐면 아멘,할렐루야,나무아미타불,샬롬 같은 것입니다.  서브컬처는 컬처가 아니라 메타컬처. 즉 타인은 모르는 배타적 지식체계를 크레딧으로 삼고 서로를 식별하는 그룹입니다.  세계관 자체가 재미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종교처럼 어마어마한 지구급 b세계관도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이게 강제로 전파당하는게 그리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조금 더 작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그룹들은 우리만의 것들을 누군가가 멋대로 퍼트리려 드는 것도 그리 기쁜 일이 아니지요. 


 문제는 더, 더 더 작은 스타트업같은 세계관입니다. 여긴 주민이 없습니다.  '자연발생적 b세계관'은 주민이 있고요. 


 가령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란 작품, 해리포터라는 작품, 스타워즈라는 작품은 작품의 성공을 통해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이 경우는 문제가 없어요. 이미 작품을 통해 공개되고 여러가지 해석들로서 받아들여지는 즉, '허락받기'가 이미 일어났기 때문이죠.


 기호에 따라 이미 합류한 분들이 매출로서 장르를 인정하기 때문에 시민이 들어선 상태에서 세계관 구축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매출에 따라 호응에 따라 자가복제가 일어나고 몹쓸 것들이 자연도태되고, 선택받은 것들이 계속 복제됩니다.  바로 로판, 웹소설들처럼요! 


 여기서는 디딜 곳이 있습니다.  싫으면 그 책을 버리면되고, 작가는 독자의 지식체계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주를 통해 특별함을 하나 더 올리고 선택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받아들여지면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재확인되겠죠.  


 그렇게 무협과 SF와 추리와 환타지와 좀비가 허락의 산들을 쌓아올려 세계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일. 


 이런 세계관이 익숙하게 이어지지 않은 곳. 즉 가상이 아닌 곳에서 세계관 형성에 나서기 시작했다면? 


 물론 이런 시도들이 요즘에서야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랜드는 상상에서 현실로 등장한 곳이고, 이세계물도 끊임없이 현재의 고등학교, 중학교, 회사에서 트럭과 게임과 소설을 통해 이세계와 현실을 연결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수들을 말하는 것이죠. 2017년부터 '이제 내년부터 모두 세계관거리게 될 것이다.'를 말해온 저로서는 지금이 마치 예언적중이라도 된 것마냥 혼자 기쁘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제 모두가 세계관을 들고나오기 시작했지만 어떤 것은 세계관이 세계를 왜 존재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게 합니다. 


 눈에서 레이저나가고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세계관인게 아니라는 것이죠.  세계관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게 되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한 관점입니다.  


 이 세계에 있어야하는지 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고 그들은 그런 운명에 놓여져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고, 이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죠. 세계관이 없어도 책을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 안의 어떤 정서들에 대해 동의하는 순간 세계관은 허락받기 시작한 것이고, 이제 세계관의 주민들은 다른 작품들이 이 에센스를 따랐는지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다스베이더가 나왔다고 다 스타워즈 프렌차이즈는 아닙니다. '나의 XX는 저렇지 않아!'라는 소리나 듣겠죠. 


그래서 핵심은 무엇이냐? 그걸 이 포스팅의 제일 앞에 써놨습니다. 


세상에 고급문화가 있고 모두 그에대한 염원이 있지만, 어리거나 삶에 지쳐 그런 소화력, 해석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명백하고 소화하기 쉬운 대중문화가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고퀄'을 바라는 마음은 변함 없기에 세상은 'B급 고퀄'과 디즈니가 대중문화를 지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르물이나 b세계설정들은 유치한게 아닙니다. 순수문학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예술적 기교들을 포기해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장르물들은 '더 명백한 설정'을 통해서 더 쉽게 다가가지만, 그렇다고 메시지를 생략하고 레이저나 쏘고 파이어볼이나 날린다고 재미있는게 아닙니다. 마법소녀는 아이들도 해석할 수 있을만큼 명백하지만, 메시지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지구세계와 사랑을 위기로부터 지켜야하는 것입니다. 


 허락받은 세계관은 '장르화를 통해 캐릭터화, 단순화된 것들이 담은 메시지를 읽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렉의 페이저빔이 담은 메시지들 말이죠.  


세계관은 그 메시지를 담아 허락을 받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 대수라고 짐짓 심각한 척 심오한 척을 하느냐라는 정도의 시각과 마음가짐으로는 팬덤도 세계관도 만들 수 없을겁니다.   요즘의 그 뚜렷한 요구와 화답을 '요즘 애들 병맛 좋아하던데?'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있던데....  


 세계관에 대한 존경은 곧 그 구성원에 대한 존경입니다.  기독교도들의 아브라하믹 세계관과 그 핵심 에센스인 성령을 눈 앞에서 모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해보세요.  


김동은WhtDrgon.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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