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 201219 #게임기획자하얀용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은 학생인데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현역 기획자들의 현명한 답변이 이렇게 2개가 달린다.
1. 학생이면 열심히 공부하세요.
2. 책을 많이 읽으세요.
훌륭한 답이지만 듣는 사람은 속 터질 것. 이게 뭔 소리야...
이 훌륭한 답의 의미를 설명하고 싶다.
-- 전체 내용 한 줄 요약 : 아는 것들을 전문지식화 해야 한다.
================
>> 어빌리티의 자각 - 무엇을 레벨 업시켜야 하는가?
빅데이터를 공부하다 보면 분석 주제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최적화, 통찰, 솔루션, 발견]
솔루션은 뭘 할지는 아는데, 방법을 모를 때 해야 할 것..
통찰은 방법들은 있는데, 뭘 할지를 모를 때 필요한 것.
최적화는 방법과 대상을 다 알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
발견은 방법도 대상도 모를 때. 다 모를 때 할 일.
자 여기에 게임 기획을 대입해보자. 그럼 나는 어떤 단계인가? 둘 다 모르니까 발견인가요? 그럴지도. 게임기획자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발견 단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게임기획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솔루션이 필요할 텐데, 표 짜는 법, 공식 구하는 법, 콘텐츠 제작 등등의 기술적 방법들일 것인데 이건 학원과 교재에서 가르쳐주겠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가르쳐주나요 어디가 좋나요가 아니라 일단 '솔루션'이라는 스킬 포인트 게이지가 있어서 이걸 채우고 레벨업 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게임 기획서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들 '그건 그냥 만들면 돼요.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하는데 속 답답한 이야기라는데 동의한다. 단지 다른 기획자들은 초보자가 (잘 먹히는) '어떤 표준 기획서'가 있다고 믿는 것을 걱정하는 것뿐이다. 다른 이의 게임 기획서를 볼 때 지금 '교양과목'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더 많은 기획서들을 봐야 한다.
NCS 학습모듈(https://www.ncs.go.kr/unity/th03/ncsSearchMain.do 에서 NCS 모듈 검색 메뉴에서 8 문화예술 > 3 문화콘텐츠 > 2 문화콘텐츠 제작 > 5게임 콘텐츠 제작을 고르면 중간쯤 NCS 학습모듈에 PDF들이 분야별로 있다. 많은 현업 기획자들은 이런 자료들을 높게 치지는 않지만, 교과서의 용도로는 쓸만하다. 너무 비판적으로 보지 말고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읽어보자.
내친김에 '게임 기획 전문가'자격증도 추천. 모든 자격증이 그렇듯 엄청 대우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 평가로는 '3개월 경력' 정도로 인정해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game design document를 찾아보면 샘플이 잔뜩 있는데, 영어가 어려우면 그냥 무시하고 전체적 양식이나 보면서 이런 형식들이 있구나라고 보면 되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만 보면 이게 이게임의 특징인지, 이 장르 게임들의 특징인지, 모든 게임의 특징인지 알기 힘들다. 여러 개를 봐야 중첩이 생기고 중첩이 생겨야 원형과 응용이 보인다.
참고 : 기획자의 통과의례.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864309190268594
참고 : 다른 게임의 참조.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276556005710575
하지만 '게임 기획서 템플릿'이라 부르는 양식은 현업용이다. 현업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면 그만이고, 그전에 '기본 소양'이 '통찰'의 단계까지 가 있어야 한다.
인사이트, 통찰은 교수님 급 이상의 존재, 빌 게이츠나 아마존 사장이나 가지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수준 높게 들리는데 그게 아니라 사실 위에 예로 든 [최적화, 통찰, 솔루션, 발견] 중에서 통찰. 즉 방법들은 있는데, 뭘 할지를 모르는 상태를 해결하는 수단을 말한다.
통찰=창작이다. 사실 '뭘 할지 모르는 것' = 아는 걸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이게 '창작'이잖나. 아무거나 쓴다고 창작이 아니다. 쌓아 올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창작을 하려면 통찰의 정의에 앞부분. '방법은 아는데'가 필요하다. 이게 지식이다. 지식은 어디서 온다? 정보. 즉 내가 데이터에서 얻어낸 일관된 묶음. 데이터는? 모든 것이 데이터이지만 축적되어야 데이터다.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저절로 들리는 신호들을 '데이터'로 쌓는 것 그게 공부 아니겠나?
>> "열심히 공부하세요"의 의미와 용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지식'의 자각이다.
자신이 게임기획자가 되기로 했다면 이제 게임 기획이 전문지식이 며 자신이 접하는 것들이 게임 기획적 전문지식화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도 [최적화, 통찰, 솔루션, 발견]을 이야기했는데, 이 역시 다른 곳의 지식을 게임 기획에 적응할 수 있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게임 기획을 위한 수많은 지식들은 사실 고등학교에 전부 존재한다. 수능을 위해 점수를 위한 수험공부를 하지만, 그 안에 전방위적인 모든 지식들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전문지식을 자각하고 쌓아나가세요.'
전문지식화란 단어가 엄청 진지해 보이는데, 생각해보면 수험공부도 교과서의 내용 외에도 어떤 게 중요하며, 출제빈도가 어떻고, 첫 글자를 따서 기억하기 쉬운 이상한 단어들을 만들어서 어떻게 외울지 고민하잖나? 이게 수험용 전문지식화라고 할 수 있다. 이걸 '메타데이터를 만들어낸다'라고 한다. 이 작업으로 데이터가 정보로 묶이게 된다. 이거랑 비슷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까부터 자꾸 '자각'거리는 이유는 이게 의식적으로 생각해서 진짜 해야 하는 특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아 나는 지금 전문지식화하겠다! 라는 의식적 행위. 뭔가 보고 듣는 게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니 자꾸 잊어먹는데, 잊어먹지 않도록 자꾸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작업을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 비슷한 경로의 사람들과 쓸데없이 기본적인걸 늘어놓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게 없으면 남의 기술적 고민에, '게임 기획 내지는 창작이란 무한히 열려있는 것'같은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게 된다. 데이터-정보-지식-통찰에 대한 고민의 흐름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과 기반이 없는 사람은 글자가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을 해본 사람들은 말 몇 마디 섞어보면 서로를 알아본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더 구체적인 질문에 상세한 답을 대답해줄 것이다. (이 때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이 끼어들겠지만, 이쯤 되면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 역보다는 고민하는 사람 역이 더 멋지지 않나?)
게임회사가 아닌 곳에서 게임기획자로서의 나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나보다 더 많은 만화를 본 분이 이 회사에 많이 있겠지만 나는 그걸 전문지식화하여 체계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생계를 위한 업으로 삼는 사람들. 즉 프로, 또는 업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전문지식을 자각하고 일반자료를 전문지식화 해야 한다.
데이터 구조에 보면 이런 분류가 나온다. [데이터-정보-지식-지혜] 이걸 [DIKW피라미드]라고 한다.
데이터 : 우유 가격이 이천 원이면 데이터이다. X=우유, Y=가격. Y가 목표인데, 어딘가가 Y값이 다르다면? A마트는 2천 원인데, B마트는 1800원이라면.
정보 : 이것도 X=우유, Y는 가격, Z=판매처라는 데이터의 나열이지만, Y순으로 소팅을 하는 순간 이것은 정보가 된다. 가장 가격이 싼 곳은 B마트.
지식 : 자 그럼 나는 B마트를 가야겠지? 그런데 막상 가려고 봤더니 B마트는 버스를 타야 해서 교통비 W를 합쳤더니 A마트가 더 싸. 그리로 가자. 이게 지식이다.
지혜 : 그런데 우유 말고 다른 제품들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데이터 X를 더 많이 수집해서 봤더니 대부분이 B마트가 싸더라! 그럼 버스비를 들여서 우유 말고 다른걸 더 살 때는 버스비를 들여서 B마트를 가야겠다면 이제 지혜가 된다.
그럼 내가 게임 개발에 가진 지식체계는 어디에 있을까?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를 가고 뭔가를 보고 읽고 생각하는데 그게 지금 게임 기획의 데이터에 쌓이고 있는가? 내 지식을 게임 기획용 데이터로 쌓는 것. 이게 전문지식 화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일단 데이터를 쌓자. 전문 지식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쌓은 데이터들은 곧 정보가 되고, 지식이 된다. 중요한 건 내가 그렇게 '~화'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를 1번에 놓는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정보, 지식, 지혜 샘플까지 모두 압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으로 가면 좀 더 좁은 범위로 전공이 시작되고, 여기가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공부하세요'가 1번에 놓이는 것.
(나도 최근 빅데이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통계와 확률 기초 부족으로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함수, 행렬, 로그, 사인 코사인 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강사님들이 이야기하지 '이건 고등학교 때 다 배우셨죠? 하아-. 그게 30년도 넘었거든요.)
수험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게임 기획적 쓸모'를 찾아내고 생각해야 한다. 이게 전문지식 화이다. 수험공부는 딱 거기를 공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지식화는 각 지식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수학과 물리를 연결하고, 수학과 물리와 영어문법의 상관관계를 찾아내 보자.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 한마디로 '이 지식을 게임에 어떻게 써먹지?를 고민하자는 이야기.
앞에 이야기했던 [최적화, 통찰, 솔루션, 발견]과 [DIKW피라미드]도 빅데이터 공부하며 배운 것이지만 지금 나는 게임 기획 지망생들을 위한 글에 써먹고 있지 않나? 이게 게임에 대한 지식화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 책을 많이 읽으세요의 의미와 용법
'독서를 많이 하세요'는 피아노에서 바이엘이나 체르니를 열심히 연습하거나, 무술에서 품세를 열심히 연습하는데 이건 기본기에 해당한다. 숙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전에서 쓰려면 동작의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무술에선 이걸 '수풀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기본기가 안된 이들에게 수풀이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이해가 너무 어려우니 초반에 안 하는 것일 뿐.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데, 나는 멋진 회사에서 세계관 라이브러리라고 스스로 명명한 일을 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서 세계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료와 요소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설정이 재미있을까? 설정은 이야기를 만드는 요람이다. 재미 같은 게 있을 리가. 하지만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재조립이 일어나고 흥미가 동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들은 드라마. 인물과 사건이 벌이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설정은 지식이다. 지식은 중요하지만 재미가 없다. 통찰도 없다. 스토리만이 이것을 가지는 것이다. 요즘 기업이니 사업이니 면접이니 하는 것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꿰놓은 구슬 서 말'을 말하는 것이지 적당한 사연을 갖다 붙이라는 말이 아니다.
'이야기'를 접하는 가장 저렴하고 좋은 수단이 독서이다. 특히 독서는 TV와는 달리 내가 스스로 읽어야 하고, 생각과 병행할 만큼 느리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독서를 하면서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상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대부분에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생각도 안 하는 사람도 많다.)
참고 : 호숫가의 집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043826878983490
참고 : 그림을 엄청 보는 훈련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944536362245866
그렇다. 훈련이다. 내가 가진 데이터들을 텍스트라는 코드에 맞춰 영상이나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은 책의 본래의 기능이자, 우리가 남보다 더 빠르고 다채롭고 다양하고도 완성도 있게 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의식적으로 '전문지식화'해서 쌓은 데이터들을 해석해서 정보로 만드는 훈련이 이뤄지고, 그 정보들을 스토리를 보며 활용하는 사례들을 접하는 것이고, 다양한 책들을 읽다가 그 '영상화'가 쉽거나 어려운 사례들, 문서의 문장과 묘사의 전달력이 어떻게 고약하고, 훌륭한지 체험하여 지식화하는 작업이다. 그 와중에 데이터와 지식과 설정과 스토리가 얻어지는 것이고.
게임기획자가 되기로 결정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쉬지 않고 재조립이 일어나고 남보다 5배쯤은 빠른 [최적화, 통찰, 솔루션, 발견] 실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데이터와 정보와 지식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나면 뭘 만들고 싶다는 '씨앗'만 생기면 말릴 수 없이 싹이 나고 나무가 자라고 남에게 그 형태를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이제 기획서를 쓸 준비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특정 디바이스의 특정 장르의 게임 개발에서 기획서를 쓰는 작업자'가 아니라, 쉬지 않고 뒤집어지고 바뀌는 게임과 문화콘텐츠, 그리고 게임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콘텐츠들에서 변함없는 실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책을 읽어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남보다 우월한 수집, 해석 기관을 탑재해놓자.
p.s 저 대답이 싫으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더 좋은 질문을 하면 고수들이 더 좋은 답을 해준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p.s2 게임을 많이 하면 좋냐라고도 묻는데, 마찬가지로 전문지식화하는 해석 기관을 갖춰야 게임을 플레이하는 의미가 있다. 의식적 행위 없이는 미드 백날 봐도 영어가 늘지 않는다.
201219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3879510105415139
표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S. Hermann & F. Richter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