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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Apr 02. 2021

게임 기획자는 정치, 종교,팬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70811김동은WhtDrgon.#게임기획자하얀용


정치, 종교, 팬덤은 같은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어떤 게임에 깊게 감동하여,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날을 갈구하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고통받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컬처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결국 컬처이다. ‘컬처’는 배타적 지식 논리체계와 거기서 기반한 ’ 비트코인’ 같은 코드들이 재화로 유통되어 식별되는 인간 집단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가지고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서 살아간다. 입에 집어넣는 것이 내 몸을 이루듯, 이 커뮤니티들의 집합이 곧 정신을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커뮤니티에 배타적 지식체계가 더해져서 커뮤니티의 결속을 이루는데 피부색, 언어, 억양, 지식체계, 논리 등이 있고 이를 문화권이라 불러도 될까 싶다.


인간 문명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고, 지금 말하려는 ‘컬처’를 ‘서브컬처’라고 부르면 더 이해가 빠르겠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소설 또는 제품. 여기엔 취향에 따라 이루어진 커뮤니티가 있고, 이것이 업자에겐 시장이 된다.  마켓+팅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어 꽃으로 만드는, 이 그룹을 찾아내어 명명함으로써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제품으로는 아이폰, 소설로는 추리나 판타지 장르들, 애니메이션 덕후들. 그리고 그 사이의 라노베. 이누야사나 드래곤볼. 게임으로 MMORPG들. 이 기능적 분류의 소비자 그룹에 이 커뮤니티 혹은 그룹, 코호트에 통칭 ‘세계관’이 형성되어 통용되면 구성원 공통의 경험이 쌓였을 때 ‘서브컬처’의 지위를 가진다. 

이 세계관이 서브컬처를 이루는 배타적 지식체계이며 서로를 식별하는 수단이며 우리를 감지하는 호르몬이 된다. 그리고 다른 호르몬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있다. 오덕, 개독, 삼엽충, 앱등이, 일베충, 메갈, 꿘 뭐 그런 것들. 


식사가 그렇듯 이 커뮤니티 각각은 사람의 정신적 영양분을 종류별로 채워주고 있지만, 요리들이 그렇듯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커뮤니티도 그렇다. 저마다 인간의 정신이 갈구하는 것들을 채워주는데 게임도 결국 그렇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대체로 이 컬처의 복제이기 때문이다. 


쇼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만화, 영화, 게임 모든 전통적? 커뮤니티들은 자체 내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쇼 엔터테인먼트는 SM이 꽉 채웠고, 일주일에 7개쯤 걸그룹이 데뷔하는듯하다가 저마다 의무라도 되듯 서바이벌 게임그룹을 시작했고,  게임은 리니지 M을 필두로 거상, 크리티카, 라그하임 M이라도 다시 나올 분위기로 메칸더 V와 캔디 소시지 마냥  IP라벨링을 시작했고, 웹툰은 기세가 높지만 몇 가지 다른 이유와 함께 신과 함께와 천리마마트가 재탕되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넘보고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구성원을 서로 빼앗기 시작했는데, 마블이 영화팬들을 모조리 훔쳐가기 시작했고, 사극 드라마도 리얼계에서 언리얼계로 범위를 넓힌 지 꽤 됐고, 게임은… 음 좀 오도 가도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계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공성이 아닌 수성 모드. 서브컬처의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마블 DC 영웅들의 세계관, TSR의 던전 앤 드래곤즈나 WOD의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같은 위대한 게임 세계관들이 있다. 오락실에 있던 4인용 게임 D&D 샤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바탕에 깔린 세계관의 넓이는 서브컬처 바깥의 사람이면 짐작도 못할 크기이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기반인 뱀파이어 레스타의 기반에 깔린 세계관도. 


이 세계관에서 시, 소설, 노래,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상품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확대될 수 있다. 이 치밀하고도 위대한 세계관의 저변에는 오리지널이 있고, 이 오리지널이 바로 서두에 말한 정치, 종교, 팬덤이다. 


정치, 종교, 팬덤은 이 컬처의 원본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습을 위해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운동권, 목회, 팬클럽이다. 모든 커뮤니티들은 십일조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고 10% 정도의 인생을 소모한다. (이 퍼센트를 넘어가면 개인과 사회문제가 되는 듯하다. 이 중에 회사는 구성원에게 ‘돈’을 주는 거의 유일한 커뮤니티라 더 특별하기에 30% 정도를 배분하자. 물론 50%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개인과 사회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시간과 돈은 모든 것의 원천 아닌가? 콘텐츠 사업의 종착지이며 마케팅의 완성. 인간의 철학과 욕구를 담은 지식체계를 기반으로 서브컬처를 이룩하는 것과 그 안에 유통되는 코드들을 발급하는 권한은 국가를 세우고 화폐를 발행하는 것에 비할 수 있다. 


한창 유행하는 서바이벌의 각 구성원들은 모두 폴 포츠급 자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연말을 필두로 내년쯤에는 특수 능력 없는 아이돌이 없을 것이고, 세계관 하나쯤 안 가진 콘텐츠가 없을 것이라 짐작한다. 


은행. 특히 위비 톡 같은 것은 이 세계관 구성이 필요하고, 카뱅이 부러운 은행은 UI설계자가 아니라 게임 기획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카카오 컬처 군에는 전 국민이 가입되어있고 라이언과 단무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걸 상대하려면 공통된 세계관을 갖추고 웹툰이든 게임이든 모든 문화콘텐츠 상품을 전부 생산해내기 시작해야 한다. 비용? 은행이 가진건 돈뿐이잖나.  


하지만 세계관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해서, 세계관 설정집을 찍어낸다고 해서, 저는 불을 다룹니다라고 외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컬처는 그렇게 천박하게 설득되지 않는다. 그 과정은 구성원의 허락에 대한 제작자의 존경심이 필수적이다.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 월드 크리에이터들이 곧 게임기획자들이기 때문에 게임 기획자는 정치, 종교, 팬덤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곧 정치와 금융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월드 크리에이터들의 세계가 열릴 테니까.


20170811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621147521251420

표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Gordon Johnso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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