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13>인체광고

by 김동은WhtDrgon

힙스 거리에서 돈 버는 법은 여러 가지다. 클럽 마스터들의 심부름을 뛰거나, 기업들이 몰래 숨기는 데이터를 빼돌리거나, 고철이 된 임플란트를 수리해서 파는 일까지. 하지만 '신체 광고 임대'가 가장 간편하고, 가장 돈이 빨리 들어오는 수단이었다. 계약 한 번이면 내 몸이 대기업의 광고판이 되는 거다.


처음에는 간단한 거였다. 손톱에 '히어로폰 공식 판매점' 로고가 뜨고, 눈을 깜빡이면 잠깐 '신성 제약 – 당신의 건강을 책임집니다' 같은 문구가 보이는 정도. 길거리에서 광고지를 나눠주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문제는, 계약서를 안 읽었다는 거지.


힙스 거리의 계약서는 원래 세세하게 따지면 안 되는 법이다. 계약 내용이야 어차피 '유리멘탈' AI가 자동으로 설명해주고, 우리는 그냥 싸인만 하면 된다. "제3조 – 계약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 위치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음" 같은 조항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받은 첫 계약금이 신성제약의 기업전 500개. 생각보다 짭짤했다. 처음에는.


그리고 어느 날, 내 얼굴 반쪽이 (주)좀비 버거 로고로 바뀌어 있었다.

거울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이건 그냥 홀로그램 광고가 아니라, 내 살과 뼈 위에 새겨진 로고였다. 입을 벌릴 때마다 '좀비 버거 – 자연산 고기 사용!'이라는 문구가 내 잇몸 위에 떠올랐다. 최악은, 이게 '스마트 광고' 기능이 있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문구가 상황에 맞춰 바뀐다는 거다.


"이게 뭐야?"라고 외쳤더니, '좀비 버거 – 당신도 깜짝 놀랄 맛!'

"도대체 왜 내 얼굴에—"

'좀비 버거 – 얼굴 없는 맛의 혁명!'


내 피부 속 마이크로LED가 반응해 문구를 조정했다. 비 오는 날이면 '촉촉한 날, 바삭한 선택!', 밤이 되면 '늦은 밤에도 든든한 한 입!' 같은 광고가 자동으로 송출됐다. 내 몸이 하나의 디지털 배너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이제 길을 걸어가면 사람들은 나를 보고 햄버거 메뉴를 읽듯 반응했다. 힙스 거리는 원래 희한한 놈들이 많아서 웬만한 걸로는 놀라지 않지만, 내 얼굴을 본 몇 명은 "와, 저건 진짜 악랄하다"라고 중얼거렸다.


급하게 계약을 철회하려고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AI 상담원은 이렇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계약 철회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광고를 덮어씌울 수 있습니다! 현재 (주)미조사 화장품에서 피부광고를 모집 중입니다. '당신의 피부를 위한 최고의 선택, 미조사 크림!'을 추가하면 기존 광고를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광고를 지우려면 더 큰 광고를 올려야 한다는 거다.

그때,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떤 중년 남성이 온몸이 광고로 도배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팔뚝에는 '(주)콰드리엠 – 차원의 벽을 넘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고, 손등에는 '대령국 대사관 공식 협력업체'라는 글씨가 있었다. 심지어 그의 등에는 '기업전 대출 – 당신의 미래를 담보로 잡아드립니다!'라는 광고까지 있었다. 지나가던 아이가 그를 보며 부모의 손을 잡아끌었다.

"엄마, 저 아저씨 광고판이야?"


그는 내 시선을 느끼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음이지? 적응해. 우리는 이제 걷는 광고판이야."

나는 그를 보고 깨달았다. 이 길을 가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거다. 계약금 몇 개 받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인간 광고판'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성이란 게 원래 있었던 걸까? 어쩌면 우리는 애초에 광고를 달기 전부터 '제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사국의 상품, 기업의 투자물, 소비자의 대상.


나는 좀비버거 광고의 댓가로 받은 좀비 버거 쿠폰으로 산 좀비버거를 씹으며 고객센터의 AI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조사 크림 광고, 추가 신청할게."


며칠 후,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거울조차 보기 싫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숨어도 광고주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갑자기 피부가 따끔거리더니, 손목에 새겨진 작은 칩에서 전기가 튀었다.

"계약상의 노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절한 자극을 제공합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 피부에 새겨진 광고는 여전히 빛났다.

'미조사 크림 – 고통 없이 매끈하게!'


DALL·E 2025-02-15 03.02.09 - A cyberpunk-style advertisement illustration for 'Mijosa Cosmetics' set in the vibrant, neon-lit streets of Hips. A glamorous model with flawless, glo.jpeg

참고 설정

✅ 힙스(嘻哈, Hips) : 예술과 상업이 결합된 문화적 중심지. 살롱즈처럼 귀족적이진 않지만, 대중 예술과 패션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상업적 소비가 활발하며, 스타일과 트렌드가 곧 사회적 권력이 된다.

✅ 히어로폰 : 기분을 고양시키고 에고를 충만하게 만드는 파란색 가루 형태의 물질. FEWK 세계의 부유층이 주로 사용하며, 러너들 사이에서도 사용된다. 주요성분은 동심으로 복용자를 어린아이처럼 상상력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DDOGG가 소멸할때 생성된다.

✅ (주)미조사 : 살롱즈에서 유명한 패션 및 미용 기업. 피부광고와 관련된 사업을 운영하며, 고급 소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오색미채로 유명한 회사.

✅ (주)신성 : FEWK국 최대 대기업으로, 임플란트부터 의지체까지 다양한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국가급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전이라는 자체 화폐를 발행한다.

✅ 대령국(大領國) : FEWK 세계의 서방 국가 중 하나로, 왕실과 의회가 공존하는 체제. 흑공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으며, 제국주의적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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