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18>막장예능

by 김동은WhtDrgon

폭발은 조용했다. 달 지하 800km, 텐브레 광산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었다. 흑공 채굴 중이던 광부 열두 명이 갱도 깊숙이 고립되었다. 구조는 시작도 하기 전에 불가능으로 판정되었다. 동백국 몇 개가 들어가도 남을 거대한 공동, 500km를 뚫고 흐르는 흑공 용액. 이곳은 인류가 만든 가장 깊은 막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내부망을 통해 그들의 생존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엔 광산 깊숙이 설치된 복제기가 산소와 물을 공급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들의 장비로 만들 수 있는 임시 복제기, 그 복제기를 이용한 소형 복제기, 그리고 중형 복제기까지—꿈의 최첨단 기술이 차례차례 투입되었다. 무모한 중복 투입이 이어졌고, 그 화려함에 대중은 열광했다. 생존에 필요한 물자뿐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치품을 만들어내며, 열두 명의 광부는 럭셔리하게 숨을 이어갔다.


"여기는 텐브레 광산 생존 채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우주에서 가장 리얼한 서바이벌을 시청하고 계십니다."

처음은 단순했다. 광산 내부의 감시 카메라가 그들의 일상을 담았고, 사람들은 극한 상황 속 인간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기업은 재빨리 움직였다. 작가들이 투입되었고, 출연료가 책정되었다. 하루 15억.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이 매일 쌓여갔다. 구조는 뒷전이 되었다. 중요한 건 '시청률'이었다.

FEWK 전역에서 '트루 서바이벌 마인12'는 신드롬이 되었다. 광부들의 가족 영상통화는 눈물을 자아냈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갈등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은 이제 그들을 '광부'가 아닌 '스타'로 보기 시작했다.


30일이 지났다. 구조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는 프로그램의 종말을 의미했다. 광부들은 처음엔 구조를 원했다. 하지만 30일이 지나자, 그들은 기도 대신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 반면 이곳에 머무른다면, 그들은 영원한 스타였다. 가족들조차 '더 나은 삶'이라는 달콤한 독에 취해갔다.


"인기도 하락. 시즌2 계약 불가능 시 프로그램 폐지 예정."


열두 명의 광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더 자극적인 '쇼'였다. 서로를 배우처럼 바라보며, 더 강렬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갈등을 설계하고 눈물을 짜냈다. 생존이 아닌, 그들의 새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은 시청률 앞에서 무너져갔다.


그들의 생명과 삶을 책임진 복제기는 계속해서 물자를 만들어냈다. 식량도, 산소도, 시청률을 위한 천박한 소품들도. 관객의 욕망을 자극할 새로운 장치들, 그들의 인간성을 더욱 갉아먹을 도구들이 순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졌다.


구조는 영원히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그들을 구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 자신조차도.

카메라는 계속해서 돌아갔다. 그들의 삶을, 몰락을, 인간성의 붕괴를 담아내며. 인류는 달에 또 하나의 '막장'을 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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