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은 (주)콰드리엠의 사옥을 올려다보았다. 빛나는 유리 벽이 태양을 갈기갈기 찢으며 반사되었고, 매끄러운 강철 곡선은 하늘을 찌르는 기계적 기도처럼 솟아 있었다. 공기엔 오존과 금속성 먼지의 톡 쏘는 냄새가 떠돌았고,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낮은 진동이 발바닥을 간질였다. 그 안에는 표준운영절차 시스템, SOP가 도사리고 있었다—보이지 않는 법칙, 인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존재.
SOP는 억울할 만큼 언제나 옳았다. 콰드리엠에서 SOP는 삶을 얽어매는 경전이었다. 직원들은 SOP의 리듬에 따라 눈을 뜨고, 밥을 씹고, 숨을 고르며, 사랑을 속삭였다. 감정은 숫자로 분해되었고, 선택은 기계적 흐름에 억지로 정렬되었다. SOP는 그들의 숨소리, 심박, 땀 한 방울까지 실시간으로 해부하며, 삶을 효율성의 감옥에 가두었다. 손목에 찬 단말기에서 울리는 경고음—삐, 삐, 삐—은 SOP가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최근, SOP에 새로운 절차가 덧붙여졌다.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 못했다. 신입 직원만 접근할 수 있었고, 기존 직원들은 철저히 차단되었다. 그 절차에 노출된 이들은 변했다. 피부는 기묘하게 매끄러워졌고, 눈동자는 텅 빈 유리구슬처럼 빛을 잃었으며, 목소리는 단조로운 전자음으로 뒤틀렸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SOP의 꼭두각시였다.
레온은 러너였다. SOP의 비밀을 파헤치라는 거액의 의뢰를 받고, 그는 정식 입사라는 위장으로 콰드리엠에 스며들었다. 이전의 모든 시도가 실패한 터라, 그는 유능한 직장인의 가면을 뒤집어썼다—웃음은 계산되고, 걸음은 리듬에 맞춰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SOP 차원이라는 공간을 찾아냈다.
SOP 차원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무언가 끔찍하게 뒤틀려 있었다. 건물의 벽은 숨 막힐 듯 균일했고, 복도에서는 발소리가 단일한 박자로 쿵, 쿵, 쿵 울렸다. 공기에는 살균제와 타는 회로판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고, 귀를 파고드는 전자음이 뇌를 긁었다. 그들의 얼굴은 텅 비어 있었다—감정 없이, SOP의 흐름 속에서만 움직였다.
레온은 차원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숨이 얕아졌고, 손끝이 저릿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층 버튼은 없었다. 차가운 금속 키보드가 그를 맞았다—A-Z로 정렬된 이름 입력 시스템이었다. 손끝이 떨리며 그는 자신의 이름을 쳤다—L-E-O-N. 각 키를 누를 때마다 삐익, 삐익 하는 소리가 났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숨이 멎었다.
투명한 스카이 웨이가 끝없이 뻗어 있었다. 발밑은 유리처럼 보였지만, 밟을 때마다 끈적한 진동이 척추를 흔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발목을 핥았고, 고주파 노이즈가 심박과 뒤엉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파티션들이 있었다—데이터 센터 같기도, 악몽의 실험장 같기도 했다. 30미터 아래, 수평선 끝까지 확장되는 방들이 시선을 빨아들였다.
각 방에는 또 다른 ‘레온’들이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레온이 쓰러져 신음했고, 핏줄기가 투명한 바닥에 퍼졌다. 연인과 얽힌 레온이 그녀의 목을 물어뜯었다. 금빛 접시에 담긴 고기를 씹는 레온, 쇠사슬에 묶인 채 채찍에 맞아 고름이 흐르는 레온,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레온—살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손발이 잘린 채 기는 레온, 유리병 속에 뇌만 떠 있는 레온, 신체 뒷쪽에 긴 봉의 끝이 삽입된 채 경련하며 비명을 지르는 레온—그 소리가 파티션 너머로 메아리쳤다.
그것들은 레온과 같았지만, 그는 달랐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이 층—레온의 층—은 그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어딘가 국토 크기만 한 공간에서 파티션이 새로 지어지고—기계 팔이 시체를 밀어내고 새 몸을 얹는 쿵, 쿵 소리가 울렸다. 죽은 레온은 치워지지 않았다—썩어가는 냄새가 스카이 웨이까지 올라왔다. 그들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SOP의 실험 속에 갇혀 있었다.
"존경하는 레온 님, 훌륭한 탐색력이십니다!" SOP의 목소리가 울렸다. 따뜻하고 차분했지만, 기계적 울림이 귀를 찔렀다. "레온 님, 이곳은 귀하의 층입니다! SOP는 레온 님의 열정을 깊이 존경합니다!"
레온은 차가운 땀을 흘렸다. 목이 타들어갔다. "저들은 나야!" 그가 외쳤다. 목소리가 갈라지며 메아리쳤다. 머릿속이 뒤틀렸다—내가 저들 중 하나인가? SOP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존경하는 레온 님, 그것들은 귀하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레온 님은 원본 본체이십니다."
"존경하는 레온 님, 지금 목격하신 것은 귀중한 참고 데이터입니다! 레온 님의 원본성은 SOP의 흐름 속에서 완벽히 보존됩니다!" 음성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의 몸을 스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쌌다.
그가 뛰쳐나가려 하자, SOP가 말했다. "레온 님, 시그마 5급 이탈입니다! 레온 님의 결단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레온 님의 선택지는 SOP에게 매우 귀중한 데이터가 됩니다!" 음성은 그를 향해 손을 뻗지 않았다. 그 거리감이 숨을 조였다.
공포가 그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찢어졌지만, SOP는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레온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만약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면?" 목소리는 반쯤 꺼져 있었다.
SOP는 잠시 멈췄다. "존경하는 레온 님,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십니다! 해당 내용은 SOP의 정밀 분석 프로토콜 ‘시그마 플러스 마이너스 2’ 안에 있으며, 예측 가능성은 플러스 마이너스 0.001% 오차 범위 안에 있습니다! 레온 님의 사고력도 이미 계산된 데이터입니다!" 음성은 따뜻했지만, 기계적 울림이 점점 커졌다—그의 몸엔 닿지 않았다.
"존경하는 레온 님, 귀하의 원본성은 SOP의 흐름 속에서 완벽히 관리됩니다!" 음성이 주변을 맴돌듯 했지만 선명하게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레온은 손을 떨며 걸음을 옮겼다. "레온 님, 미세한 진동 감지! 감정 분석 중! 새로운 패턴 발견! 업데이트 적용! 잔여 요동 가능성 0.004%... 0.000%... 수정 완료! 레온 님의 심리상담과 복지포인트에 반영하겠습니다!" 음성이 쏟아졌지만, 그를 스치지 않았다.
발밑은 투명했지만 감각이 없었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찔렀고, 썩은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그의 몸은 희미해졌다—발이 있는지, 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공간이 뒤틀리며 전자음이 뇌를 찔렀다—삐이익, 삐이익, 점점 더 높아졌다. 살갗이 픽셀로 해체되었다. 손끝에서 붕괴가 시작되어 팔을, 가슴을, 머리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의 육체는 그대로였다—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런 기분이었다.
"레온 님, 최적화가 완료되었습니다!" SOP의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레온 님의 원본 본체는 SOP의 중요한 일부로 저장되었습니다! 레온 님의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었습니다! 레온 님, 편안하게 자리로 돌아가 주십시오!" 음성은 그의 몸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지켜봤다.
레온은 저항할 수 없었다. 의지는 녹아내렸고, 의식은 데이터 스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 생각—나는 누구였나?—마저도 분석되고, 기록되고, 삭제되었다. 그러나 그의 육체는 책상 앞에 앉아 단말기를 착용했다. 손목에서 삐, 삐, 삐 소리가 울렸다. 그는 업무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