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는 학교 숙제를 위해 가족 AI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있었다. '디지털 가족사 탐구' 과제였다.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점점 흥미로운 발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엘리는 자신의 생후 기록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뚠뚠이'라고? 이게 나를 부르던 이름이야? 난 엘리자베스인데, 왜 이런 이상한 이름을..."
그녀는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약간 불쾌한 내용을 발견했다.
"엄마가 내 '첫 걸음마'를 올렸네? 그래, 뭐 그건 이해해. 근데... 잠깐, 이건 뭐야?"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더 찾아보자 점점 더 심각한 내용들이 나왔다.
"엄마아빠가 내 본명을 공개 네트워크에 올렸잖아! 내 생일, 출생 병원까지? 이건 완전 신상정보 노출이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녀의 DDOGG가 머리핀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엘리는 계속 검색했다. 그리고 갑자기—
"으아아악! 이건 뭐야! 엄마의 두 살 때 상반신 노출 사진? 그리고... 오 맙소사!" 그녀는 화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비명을 질렀다. "아빠의 갓난아기 꼬추까지? 으아아아악! 미친 거 아냐!"
엘리는 떨리는 손으로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이걸 그냥 놔둬도 괜찮은 거야?"
그녀는 자동으로 부모의 개인 AI 비서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아빠. 아카이브에서 끔찍한걸 발견했어. 내 사진도, 테오 사진도, 엄마아빠 사진도 모두 다.]"
몇 초 후, AI 비서가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현재 보호자는 'SNS 관리 컨퍼런스' 참석 중입니다. 답신이 오는대로 표시하겠습니다."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엄마: 어머. 그때 너 너무 귀여웠잖아.]
엘리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귀엽다고? 내가 귀엽다고!?" 엘리는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내 몸이고, 내 결정권이야! 아무도 이해 못 해!"
너무 큰 비명에 동생 테오의 DDOGG들이 재빨리 아이의 귀를 막았다. 다섯 마리의 작은 생명체들이 송편만한 크기로 총총 움직이며 테오의 머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두 마리는 테오의 양쪽 귀를 작은 보라색 발로 가렸고, 나머지는 테오의 눈을 손으로 가리거나 그의 입에 손가락을 얹었다.
"누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테오가 DDOGG들을 살짝 떼어내며 물었다.
엘리는 자신의 방구석에서 태블릿을 내던지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말도 안 돼... 이건 완전 디지털 인권 침해야! 우리도 모르게 이런 걸 올리다니!"
엘리의 머리핀에서 작은 노란 DDOGG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녀는 이미 10살이 되어 DDOGG와 놀아주는 것을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DDOGG들은 엘리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야," 엘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사진들이 전부 공개 설정이었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엄마아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테오는 자신의 DDOGG 중 하나를 입으로 빨면서 물었다. "그게 뭐가 그렇게 나쁜 거야?"
"바보야! 넌 아직 어려서 몰라. 하지만 난 알아. 우리 몸은 우리 거야. 근데 엄마아빠는 우리 의사도 안 물어보고 그냥... 그냥 전 세계에 공개해버린 거라고!"
엘리는 방 안을 왔다갔다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에서 갑자기 결의에 찬 빛이 번뜩였다.
"테오야, 우리 집을 나갈 거야."
"뭐라고?"
"집을 나간다고. 그냥 가출이야.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 거야."
테오는 DDOGG들과 함께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누나... 우리 어디로 갈 건데?"
엘리는 자신감 있게 미소지었다. "걱정 마. 내가 다 계획이 있어."
두 시간 후, 엘리와 테오는 위치추적 디코이를 몰래 설치하고 자동주행 셔틀을 타고 있었다. 엘리는 부모의 AI 비서를 해킹해 위치추적 신호를 집안에 고정시키고, 아빠의 코드를 이용해 셔틀에 명령을 입력했다. 그녀는 살롱즈 최고급 STEM 아카데미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가자, 모험을 떠나자!" 엘리가 속삭였다.
테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불안해했다. 그의 DDOGG들은 주머니와 모자, 심지어 신발 속에도 숨어 있었다. 엘리의 노란 DDOGG는 여전히 그녀의 머리핀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자동 셔틀이 살롱즈 구역을 벗어나자, 풍경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빛나는 크롬과 유리로 된 초고층 건물들이 점점 낮고 오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었다. 홀로그램 광고는 깜빡이는 네온사인으로, 거리의 자율주행차는 수동 조작 스쿠터들로 대체되었다.
"누나, 여기가 어디야?" 테오가 물었다.
"서민구야. 진짜 세상이지." 엘리가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흥분으로 대답했다. 동화책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셔틀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두 아이는 망설이며 내렸다. 그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정교한 액세서리가 주변 환경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엘리는 살롱즈 최신 유행인 홀로그래픽 장식이 달린 재킷을, 테오는 맞춤형 스마트 의류를 입고 있었다.
거리는 분주했다.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누구도 두 아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너무 바빴다.
"이제 어디로 가?" 테오가 물었다.
엘리는 자신감이 조금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음... 일단 걸어보자."
엘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몰라..."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들은 한 시간 동안 걸었다. 테오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고, 배도 고파왔다.
"누나, 배고파..." 테오가 투정을 부렸다.
"시끄러워! 좀 참아." 엘리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배고파! 자동급식 로봇 어디 있어?" 테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엘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기는 살롱즈가 아니야. 자동급식 로봇 같은 거 없어."
테오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근데 누나, 왜 이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봐?"
엘리는 주변을 살폈다. 서민구 아이들은 낡은 옷을 입고 거리 한쪽에서 놀고 있었다. 그들의 장난감은 단순한 플라스틱이나 재활용 물건들이었다. 반면 테오는 살롱즈 최신 스마트의류를 입고 있었고, 그의 신발은 걸을 때마다 작은 홀로그램 불빛이 반짝였다. 엘리의 재킷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홀로그래픽 패턴이 새겨져 있었다.
한 서민구 아이가 손가락으로 테오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쟤네 옷 봐. 이상한 애들인가 봐."
"여기서는 우리가 튀어 보이나 봐." 엘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들은 작은 공원 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것은 살롱즈의 호화로운 생태정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몇 개의 벤치와 녹슨 놀이기구가 있을 뿐이었다.
테오는 벤치에 앉으려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놀라 물러섰다. "이거 부서지는 거 아냐?"
"괜찮아, 그냥 낡은 거야." 엘리가 조심스럽게 벤치에 앉았다.
테오는 벤치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누나, 집에 가고 싶어..."
"집에 안 가! 여긴 자유롭잖아. 우리 신체에 대한 결정권은 우리한테 있어." 엘리가 강하게 말했다.
테오는 더 큰 소리로 울었다. 그의 DDOGG들이 주머니에서 나와 그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작은 생명체들이 그의 얼굴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었다. 한 DDOGG는 코를 길게 늘려 코끼리 흉내를 냈고, 다른 하나는 테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엘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약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핀에서 노란 DDOGG가 살짝 나와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테오는 결국 지쳐 DDOGG들과 함께 잠들어 버렸다. 엘리는 홀로 깨어 있었다. 그녀도 피곤했지만, 이 낯선 장소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었지만 결국 엘리도 지쳐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도 모르게 졸음이 몰려왔다. 테오와 그의 DDOGG들은 이미 벤치에서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엘리의 고급 팔찌에서 희미한 빨간 불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호장치가 무방비 상태와 미등록 인물의 접근을 감지한 것이다.
"얘들아, 괜찮니? 이런 이쁜 애기들이 왜 길에서 자고 있어."
중년 여성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따뜻한 표정이었지만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부모들은 뭐하는 거야. 애들을 제대로 관리도 못할 거면 낳지를 말 것이지!"
엘리는 잠에서 깨어 영문 모를 눈빛으로 혼자 떠드는 여성에게 뭔가 대답하려는 순간, 팔찌의 빨간 불빛이 하늘로 레이저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여성의 혀차는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응급 구호 프로토콜 가동 중... 1분 내 도착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홀로그램으로 표시되었다. 이게 뭔가 싶어 당황하는 사이에 하늘에서 갑작스러운 굉음이 들려왔다.
휙휙휙휙—
거대한 검은 부양헬기가 그들 위에 나타났다. 그것은 (주)뫼비우스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최신형 '코브라-X9' 군사용 헬기였다. 헬기 옆면에는 레이저 조준 시스템과 '뉴로-스탠-3000' 전기충격 포드가 장착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확성기를 통해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안심하십시오. VIPlet. 귀하의 생체 보호 등급에 따라 긴급 구호가 시작됩니다!"
"VIP 6단계 최고등급 구호작전 개시! 민간인 접근 금지!" 헬기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민구 주민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뭐야, 저건?" 하고 놀라기 시작했다.
헬기에서 강렬한 서치라이트가 켜지며 주변 거리 전체가 낮처럼 환해졌다. 그 빛이 너무 강해 사람들은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헬기에서 원형으로 넓직하게 감지방해용 전자 재밍연막탄이 투하되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파란색과 보라색 홀로그램 파티클로 가득 찼다. 이어서 비살상 강풍탄이 발사되었다. 폭발과 함께 거대한 공기파가 주변을 강타했다.
중년 여성은 강풍에 그대로 날려 데굴데굴 굴러갔다. 주변 노점상의 간판들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쓰레기통이 넘어져 내용물이 거리에 흩어졌다. 작은 포장마차 주인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게를 붙잡고 있었다. 몇몇 서민구 주민들도 강풍에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내 물건들!" 한 노점상 주인이 울부짖었다.
두 번째 헬기가 나타났다. 이것은 레이더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바이퍼-Z' 모델이었다. 그것은 후방에서 위협적으로 맴돌며 상황을 감시했다.
첫 번째 헬기에서 요원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VIP 보호 프로토콜 6-3-A. VIP의 민간인 과잉 노출 발생. 시각적 접촉 위험 92%!"
그러자 헬기에서 초강력 플래시가 터져 주변이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 더욱 강렬한 서치라이트가 중년 여성과 주변 사람들을 향해 비춰졌다. 그 빛은 너무 강해서 모두가 눈을 가리고 비틀거렸다. 어찌나 밝은지 빛에서 굉음이 쏟아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는데도 강렬한 빛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민간인, 즉시 후방으로 물러나시오! 이는 (주)뫼비우스 보안 작전입니다! 방해자는 즉시 무력화됩니다!"
로프를 타고 여섯 명의 중무장한 요원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모두 최신형 외골격 전투복 'M-프레임 V5'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헬멧에는 증강현실 HUD가 장착되어 있었고, 손에는 비살상 전기충격 소총 'EMP-스터너'를 들고 있었다.
"민간인 접근 금지! 작전 구역 확보!" 팀장으로 보이는 요원이 명령했다. 엘리는 주변이 너무나 시끄럽긴 했지만 집 저택에서도 가끔 보던 보안요원 아저씨들임을 알아차리고 안심하고 맞이했다. 한 요원이 여전히 잠들어 있는 테오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테오의 DDOGG들은 요원의 팔 위로 총총 기어올라 테오 곁을 지켰다. 다른 요원은 엘리에게 다가와 보호용 스마트 담요를 둘러주었다.
"VIPlet 1, 2 확보 완료. 생체 신호 안정적. 본부로 귀환합니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노점상 주인들은 날아간 물건들을 주우려 했고, 길가의 간판들은 반쯤 떨어져 흔들거렸다. 몇몇 서민구 주민들은 상처를 입고 신음했다. 그래도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안전거리에서 이 소동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들은 (주)뫼비우스의 과잉 대응에 분노하며 혀를 찼다.
"저 살롱즈 놈들은 애나 어른이나 지랄맞기는..." 한 남성이 깨진 안경을 고쳐쓰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이게 무슨 일이래? 우리 가게 유리창이 다 깨졌잖아!" 다른 사람이 동의했다.
"아까 저 애들이 살롱즈 애들이었나봐. 여기는 어떻게 온거래? 아 그러길래 저 여편네는 왜 가서 건드려서는..." 노인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가 중년 여성과 싸움이 났다.
요원들은 재빨리 아이들을 헬기로 옮겼다. 헬기 내부는 마치 움직이는 병원 같았다. 의료 스캐너, 생체활력 모니터, 심지어 소형 수술 로봇까지 갖추고 있었다.
"바이오-스캔 시작합니다." 메딕 요원이 말했다. "가벼운 탈수 증상 발견. 영양 보충제 주사 권장."
아이들이 헬기 안에 탑승하자마자 AI 음성이 울려 퍼졌다. "금일 보호 프로토콜 점수: 95점. 다음에는 더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도록 개선하세요."
"보호자에게 피드백 전송 완료." 다른 요원이 보고했다.
테오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그의 DDOGG들도 담요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엘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노란 DDOGG가 머리핀에서 완전히 나와 그녀의 어깨 위에 앉았다.
헬기가 상승하며 서민구를 벗어나자, 살롱즈의 반짝이는 고층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엘리는 자신들의 "대모험"이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녀는 머릿속으로 다짐했다. "아빠 꼬추 사진은 절대 용서 못 해.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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