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02김동은WhtDrgon.#게임기획자하얀용
세계관 마스터링 프로세스의 기초실습으로 원작의 키워드 분해를 이야기했는데, 오늘 해볼 대상은 영상물.
그중에 너의 이름은. 넷플릭스 상영본.
이 글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초반 오프닝을 대상으로 영상물에서 키워드를 추출하기 시작하는 샘플 작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여기 소개하는 방법들은 제가 쓰는 방식이지 업계에서 일반화된 것은 아니니 학생분들은 주의하세요.
본래 작품 전체를 훑어야 하지만, 오프닝은 특히 작품에서 작품의 세계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실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라이프사이클, 세계의 일상이 이 오프닝에 담겨있습니다. '자 이런 세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거야' 같은 거죠. 그래서 샘플로 가장 중요한 초반 2분을 보죠.
세계관 설정에서 첫 번째 마음가짐은 '메시지' 혹은 '원본'의 과잉 신뢰입니다. 화면, 공간에는 다 철저한 의미가 있다고 간주합니다. 명작일 경우 더욱 중요해지는데, 화면 구성에서 1 프레임이라도 의미 없이 넣은 장면이 없이 뺄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작품의 틀을 잡는 오프닝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자, 시청자는 1페이지 1초, 1분 만에. 믿기 힘들 엄청난 수가 도망갑니다. 초반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최초 유성 추락 부분.
유성 조각들. 이건 혜성에서 나온 것들이죠. 이렇게 넘버링해버립니다. 숙련되면 분류의 노하우가 생기지만 지금은 그냥 편하게 맘대로 잡아봅시다. 넘버링은 리스트의 구성단위이고, 객체화와 함께 세계관 마스터들에게 구성요소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k1 혜성 (사물)
k1-A, B, C, D, E, F, G, H, I, J
개수를 셀 필요는 없습니다만. 개수는 나중에 의미부여에도 혹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화면에 나온 10개만 분류해놓습니다. 하지만 k1-A 이 친구는 중요합니다. 나중에 마을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화면에서도 ‘노란색 연기’로 특별하게 표시됩니다.
K1A K1혜성의 조각.
그다음 하늘이 나옵니다. 유성이 밑으로 쭈욱 떨어지죠. 하늘은 여러 분류가 있는데 이 장면에서는 외기권, 성층권, 대류권. 외기권, 중간권, 성층권, 대류권 정도로 나눠봅니다. 대류권에서 구름은 한 지상 3KM에서 머물러 있다고 보겠습니다.
그래서…
K10 하늘 (장소)
K11 외기권, 하늘.
K12 열 권, 하늘
K13 중간권, 하늘
K14 성층권, 하늘.
K15 대류권, 하늘
K16 구름층. 대류권, 하늘
K17 구름 아래, 대류권. 하늘.
이렇게 나눠보죠. 이미 분류가 있으니 대충 이렇게. 주의할 것은 키워드는 어차피 뒤섞이기 때문에 나중에 분류번호를 빼주고 지금은 이렇게 일렬로 번호를 만들어놓는 게 좋습니다. 분류용 번호는 나중에 매기기로 하죠. 이렇게 자료 참조를 해놓으면 나중에 혹시 다른 것들과 고증을 맞춰야 할 때 참조가 쉽습니다. 비행기는 구름 위를 날 때 성층권을 비행합니다.
K1B~J의 쪼가리들은 중간권에서 모두 사라지고 우리의 K1A(사물)이 K14(장소) 성층권에 도달합니다. 2단계의 구름을 뚫고, 3단계째의 구름 위에서 화면이 멈추죠. 자 구름층 3개.
K16A, B, C 구름층 1,2,3 - 자세한 건 나중에.
“아침에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울고 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다.” “꿈을 꾸긴 했는데, 매번 기억이 안 난다. 단지 무언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만이. 잠에서 깬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장소가 등장합니다. 도시 장면. 요요기 빌딩이 있으니 도쿄네요.
K20(장소) 도쿄.
K21 신주쿠역 근방.
구글어스에서 한 이 정도 위치예요. 이 작품은 현실 + 레이어 (나중에 설명)라서 이렇게 참조자료가 정확하게 나와서 생각난 김에 해줬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일단 나중에 ‘정보 시트 장소-K20’을 따로 뺄 수 있게 이렇게 키워드만 잡아두면 됩니다.
벌써 지겨워질 수도 있는데, 작품 전체를 이렇게 분해하진 않습니다만, 초반 2~3분 오프닝은 매우 중요합니다. 훌륭한 작품들은 여기서 작품 전체의 규격을 보여주거든요. 이후는 계속 반복과 연결입니다. 그러니 첫 착수 대상인 오프닝이 작품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봐야 합니다. 거꾸로 내가 작품을 만들 때도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죠.
K30(장소) 남자 A방. 타키의 방. 도쿄.
K40(장소) 여자 A방. 미츠하의 방. 도쿄.
K50(인물) 남자 A 타치바나 타키
K60(인물) 여자 B 미야미즈 미츠하
이름은 나중에 나옵니다. 사실 작품 전체를 먼저 본 후에 작업에 들어갈 테니 미야미즈 미츠하와 타치바나 타키라는 것을 알고 있죠. 일단은 장소와 인물을 빼놓을 수 있죠. 이런 류의 자료는 유명 작품이라면 나무 위키가 유용합니다.
여기선 일단 보이는 장소를 적지만, 모든 것에는 시간대가 있죠. 일반 시간 흐름은 타임라인이고, 비 현실계들은 이 작품처럼 시간 분기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타임라인과 시간 분기는 나중에 다루겠지만, 시간대는 ‘사건’을 생성하고 그 사건을 축으로 나누게 됩니다. (대충 궁금하신 분은 여기)
대사를 미리 다 빼놓을 필요는 없지만, 첫 대사를 얼마나 갈고닦았을까요. 그러니 그 노고을 생각해서 초반에 나오는 대사들, 작품의 명대사나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을 위해 (문장)이라는 키워드 분류를 하나 빼서 하나쯤은 키워드를 등록해두면 됩니다. 저는 이걸 ‘’라고 glyph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그림 도안과 합쳐서 (문장)이라고 부릅니다. 작품 속에 A라는 말이 전설로 내려온다!라고 할 때 A를 (문장)이라고 분류하는 식입니다. 오프닝의 독백은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농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니 묶어둡시다. 참조할 일이 생기니까요.
K70(문장) “아침에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울고 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다. 꿈을 꾸긴 했는데, 매번 기억이 안 난다. 단지 무언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만이. 잠에서 깬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이것저것 나오는데 처음엔 키워드 분류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소품들은 미장센의 무기이기 때문에 일단 대충 눈에 보이는 대로 적어두면 됩니다. 이 작품이 영상이라서 그렇지, 글로 쓸 때는 모두 '시각화'됩니다. 소설이야 '둘은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로 끝나지만, 영상물은 식당이 어떻게 생겼는지, 뭘 시켰는지 음식은 어떻게 생겼는지 다 정해야 합니다. 실사물은 차라리 현실이니까 그냥 구성되는 면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그걸 다 정해서 그려야 합니다. 그러니 사물들을 다 분리해서 나중에 디테일이 추가될 수 있도록 자료화시켜야 합니다.
K30(장소) 남자 A 타키의 방 - 기능성 의자, 가로로 쌓은 책 무더기, 가방, 침대. 민짜 흰 커튼.
K40(장소) 미츠하의 방. - 침대. 책장용 공간박스 4개. 괘종시계. 갓 전등. 체크 방석, 라탄 바구니, 라탄 쓰레기통, 체크 방석, 꽃화분들, 티포트 세트, 러그, 꽃무늬 커튼. 꽃무늬 물컵, 꽃무늬병. 고슴도치 인형.
본래 사물들도 KOO (사물)이라고 분류해야 할 텐데 실습이니까 나중에 합시다.
저 고슴도치 인형은 나중에 '미즈하'의 옛날 집 현관에 있던 인형인 듯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중에 소품이 반복 등장하면 잘 연결해줄 수 있겠죠. 파생 작업물에서도 이런 소품을 통해 연결성을 넣어줄 수 있습니다.
최초 작품과는 달리, 세계관을 만드는 이유인 ‘파생 콘텐츠’는 세계관에 귀속되는 닫힌 세계입니다. 맘대로 콘텐츠를 추가했다간 연결성이 약해집니다. 상대적으로 미장센에 쓸 소품이 한정되는 거죠. 그래서 사소한 사물들을 키워드로 빼놔야 나중에 ‘누가 봐도 이 세계관 같아 보이는’ 기믹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손바닥을 들여다봅니다. 그것도 여주인공도 같이요. 그러니 여기는 ‘상징성’이 있을 겁니다. 키워드의 핵심 분류를 인물, 사건, 사물, 장소로 구분하는 이유도 대체로 여기에 상징성을 쌓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겁니다. 대사와 연출은 너무도 강력한 수단이라, 대부분의 의미 전달은 기믹으로 이루어지고, 그 기믹은 사물이나 다른 요소들을 사용합니다.
거꾸로 세계관에서 파생되는 연출을 위해 기믹이 대거 사용됩니다. 이렇게 키워드를 빼놓는 이유이기도 하죠. 대사와 인물 없이 ‘너의 이름은’ 느낌의 제품이나 표지 디자인에 하늘 3겹+유성, 또는 남녀의 손바닥만으로 필요한 느낌을 낼 수 있게 되는 거죠. 자세한 내용은 정보 시트에서 채워 넣으면 됩니다. 지금은 키워드만 하나 생성해놓죠.
K80(사물/신체) 손바닥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작품을 어마어마하게 혹은 오덕적으로 분석하려 드는 게 아니라 (이미 설정면에서 톱클래스이지만) ‘너의 이름은’을 세계관 화하기 위한 구성요소 분해로서 키워드를 빼고 있다는 것입니다.
K41(장소) 주방, 미즈하의 집 - 냉장고( 자석으로 냉장고에 붙어있는 쓰레기 분리수거 전단지, 전자레인지. 빨래집게로 물린 고무장갑, 퐁퐁, 수세미, 행주 걸이의 행주, 식기건조 바구니, 밥솥, 보온병. 잘 정리된 느낌.
의상도 사물로 신경 쓰일 수 있는데, 이건 나중에 분류하되, 카메라가 포커싱 되거나 주인공의 동작과 함께 카메라가 포커싱 되는 것은 (사물)로 분류하여 빼놓읍시다. 아시다시피 이거 중요한 아이템이니까요.
K90(사물) 미즈하의 머리띠. - 빨간색.
벌써 K41에서 ‘하우스키퍼의 손길’이 느껴지고 생활상을 보여주게 되는 거죠. 주인공은 꼼꼼한 성격이어서 집안 정리도 깔끔했다고 글자로 쓰면 지는 겁니다. 특히 영상은 그걸 독백 처리도 할 수 없어서 이런 사물, 장소 등을 통해 전달해야 합니다.
K42(장소) 욕실, 미즈하의 집 - 거울 옆 세로 벽 진열대, 스탠 진열장, 스탠 바구니, 스탠 네트망.
K43(장소) 현관, 미즈하의 집 - 세탁기, 세탁기 다이, 세제 4종, 정리된 옷걸이, 수건, 커튼, 현관 진열대, 액자, 고슴도치 인형, 향, 우산, 드라이플라워, 바닥에 정리된 신발 4켤레. 분홍 슬리퍼 1켤레. 철제 현관문. 방범 도어체인.
그리고 기재하면서 각 공간의 소품들을 기재해놓는 습관은 나중에 다른 작품의 장면 구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그냥 ‘주방용품들’이라고 적지 말고 연습이다 생각하고 눈여겨 적어놔 봅시다. 하나 더. 적으면서 ‘명칭’을 검색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정확한 이름을 알고 있는 게 나중에 검색에도 도움이 됩니다.
거리는 별다를 것 없지만, 맨홀 뚜껑이 특이해서 하나 빼놓습니다. 맨홀도 지역색이나 시대를 나타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품입니다. 이거 주물이라서 오래가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1ErG7wec5PM 찾아보니 역시 있었네요 https://xleds.tistory.com/54
포커싱 되는 건 다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치열한 기획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세계관 마스터의 마음가짐은 뭐다? 과잉 신뢰. 네. 그래서 이건 별로 안쓸 것 같지만, 초반 5분이니까 나중에 버리면 되니까,
K91(사물) 미즈하의 노란 구두.
그리고 지하철역. 이건 남자 쪽이니까 K20근처에
K22 지하철역. - 타키의 집 근처. 통학 통근 용 4 개선이 들어오는 번화한 곳.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니 함부로 신주쿠역이라고 규정짓지 않고 그냥 지하철역이라고만 해둬도 되겠죠.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눈여겨 본건 ‘지하철 문 닫힘 경고문’입니다. 문이 닫힐 때 뛰어들지 말라는 것인데, 무언가가 화면의 안전구역. 즉, 4:3 해상도로 바뀌어도 남는 중앙 공간에 들어오는 화면을 한 16 분할쯤 했을 때 2칸 이상 차지하는 요소는 주목을 한번 해봐야 합니다. (거꾸로 이런 게 계속 등장하는데 별 의미 없는 거면 작품 잘 못 만든 거죠. 독자의 포커싱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잘 만든 작품은 밀어 넣을 것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꽉 차서 미여터집니다. 그 경쟁률을 뚫고 거기 들어온 것은 다 의미가 있는 겁니다. 더 군다가 애니메이션은 물건 갖다 놓고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우연히 들어오기가 힘드죠. 더 군다가 남녀 둘이 동시에 포커싱 됐으니 키워드로 하나 찍어둘 의미가 있겠죠. 이러면 과잉 해석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키워드가 구성요소 중에 제일 싼 물건입니다. 그러니 안 쓰게 되더라도 하나 잡아둡시다.
K23(사물) 지하철 문 닫힘 경고문.
하는 김에 미즈하의 ‘은색 별 목걸이’도요.
K92 (사물) 미즈하의 은색 별 목걸이
이 작품은 ‘별’이 중요하죠. 작품에서 중요한 것들은 뭘로 든 계속 동어 반복해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대사와 장면에 별을 떡칠할 순 없고요. 주인공의 몸은 등급이 높은 장소입니다. 소품은 그래서 중요하죠. 인물, 사건, 사물, 장소에서 사물이 바로 이런 중요도 때문에 핵심 분류 요소에 들어있는 것이고요.
1분 58초 “아마도 그날부터” 별다른 건 없고, 장소 타키의 집 ‘옥상’을 추가하겠죠.
K31 (장소) 타키의 집 옥상
하지만 자 보세요 이제 우리 머릿속에 딱 식별되어 눈에 띄게 되는 K1A의 위용! 뭔가 더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K1A K1혜성의 조각. 이 작품의 빌런.
그리고 이제 이 화면을 <사건> 혹은 <장면>으로 정의하고 구성하는 키워드를 나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교체, 변경을 굉장히 빠르고 명확하게 해 줍니다. 서술된 장면에서 뭔가를 빼고 넣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많은 오류를 내고 작품의 질을 떨어트립니다. 그게 객체화의 이유죠.
<사건: 혹은 장면: #1>
K1 혜성
K1A 혜성 조각 A
K1B~J 혜성 조각들.
K16C 구름층 3번
K21 신주쿠역 근방.
K31 (장소) 타키의 집 옥상
K50(인물) 남자 A 타치바나 타키
구도상으로 보면 구글 지도로 이 정도쯤이겠네요.
그다음 기모노를 입은 미즈하가 서있는 곳. 애매하면 그냥 그렇게 일단 장소를 잡아놓고 나중에 통합하거나 삭제합니다.
K100 미즈하가 혜성과 조각들을 바라본 장소.
자 오프닝 2분이 끝났습니다. 실습 종료.
이후의 작업도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결국 이야기는 등장인물, 무대, 사물, 사건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여기서 뱅뱅 돌면서 신규 키워드의 등장이 점점 줄어들게 되죠. 이 작업을 통해 ‘특정한 세계관’의 구성요소들을 컨트롤하게 되고, 키워드를 거점으로 추가 자료 목록을 만들고 채우고, 장면을 구성, 재구성하고 스핀오프를 만들거나 연출, 굿즈, 다른 콘텐츠들을 파생시키게 됩니다.
210102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