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69> 자유의 이중나선

by 김동은WhtDrgon

1.

미스 로즈는 어느날 미쳐버렸다. 어떤 정신과 의사라도 선명하게 그녀의 문제를 진단했을 정도로.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가상의 흔적들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자연, 그녀에게 자연이 필요했다. 진짜 자연.

이사벨 로즈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살았다.

살롱즈 127구역, 7,734미터. 그녀의 아파트먼트는 구름 위에 자리했다. 아침이면 구름이 발밑에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저녁이면 도시의 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살롱즈에서는 높이가 권력이었다. 이사벨은 로즈 가문의 마지막 후손으로, 그 높이에 대한 권리를 물려받았다.

"미스 로즈, 8시 이브닝 티 준비됐습니다."

집사 AI 헨리가 공손하게 알렸다. 이사벨은 창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황금빛으로 잠시 번쩍였다. 그것은 그녀의 상태와 환경 데이터를 끊임없이 스캔하고 분석했다. 체온 36.5도, 심박수 62, 혈중 세로토닌 레벨 최적, 도파민 분비량 정상. 완벽한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차인가요, 헨리?" 이사벨이 물었다.

"유니콘 티입니다, 미스. 17세기 북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유니콘의 뿔로 만든 인퓨전입니다. 온도는 83도로 준비했습니다."

이사벨은 미소지었다. 유니콘 티는 살롱즈에서 가장 비싼 사치품 중 하나였다. 물론 실제 유니콘은 존재한 적이 없다. 이것은 살롱즈의 방식이었다. 현실보다 판타지가 더 가치 있었다. 이사벨의 기계식 손가락이 우아하게 찻잔을 집어들었다.

찻잔의 표면에는 미세한 금이 있었다. 그 금은 완벽함과 불완전함이 얽힌 나선 같았다. 이사벨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살롱즈에서는 불완전함이 허용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그녀는 이런 작은 결함들을 찾아내는 습관이 생겼다. 흠집, 균열, 비대칭. 그것들은 그녀에게 기이한 위안을 주었다.


헨리가 다가오자 이사벨은 너무 살펴보면 이 잔을 교체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헨리, 이 차는 실제로 유니콘 뿔로 만든 게 아니죠?"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헨리가 살짝 당황했다. "물론 유니콘은 전설 속 생물이지만, 이 찻잔의 내용물은 살롱즈의 최고 연금술사들이 고대 공식에 따라 재현한-"

"거짓말," 이사벨이 차분히 말했다. "그냥 합성 향료를 넣은 차일 뿐이에요. 그렇죠?"

침묵이 흘렀다. 헨리는 프로그래밍된 그의 한계 내에서 최선의 답변을 고르고 있었다.

"미스 로즈, 살롱즈에서는 경험의 본질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유니콘 티를 마신다고 믿는 경험 자체가 가치있는-"

이사벨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이런 살롱즈의 미학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대학시절 우연히 접한 금지 도서에서 그녀는 '자연'에 대한 다른 정의를 읽었다. 살롱즈의 완벽하게 통제된 정원이 아닌, 야생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녀의 머릿속에 그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진실된 삶은 불완전함에서 시작된다." 불법 문학이었다. 노마드의 작가가 쓴 작품. 그녀는 그것을 우연히 지하 거래소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그 책은 그녀 안에 무언가를 깨웠다.

저녁이 이제 막 시작됐다. 8시 차, 9시 문화 시뮬레이션, 10시 살롱 대화, 11시 예술적 몽상. 매일 같은 일정. 수백 년간 지속된 살롱즈의 전통에 따른 일정.

이사벨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연을 향해 돌진하기로 결정했다.

"헨리," 이사벨이 갑자기 말했다. "내일 일정을 변경해줘요."

"변경이요, 미스?" 헨리의 목소리에 미세한 당황함이 묻어났다. 이사벨은 평생 한 번도 일정을 변경한 적이 없었다.

"네, 변경. 내가... 내가 노마드를 보고 싶어요."

"미스, 노마드는 살롱즈 시민에게 권장되지 않는 구역입니다. 오염 지수가 높고, 사회적 불안정성-"

"내 말이 들리지 않나요, 헨리?" 이사벨이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미스. 노마드 관측 시뮬레이션을 예약해드릴까요?"

"시뮬레이션 말고, 실제로요."

"미스 로즈,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입니다. 살롱즈 규약 제73조에 따르면-"

"해제해요. 규약은 제안일 뿐이에요, 헨리. 금지가 아니죠."

헨리는 말을 멈췄다. 미스 로즈는 규약의 해제 권리가 있었고 그의 프로그래밍은 직접적인 반박을 허용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미스. 내일 오전 경계 구역까지 프라이빗 셔틀을 예약하겠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 결정에 대한 우려를 기록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사벨은 창가로 돌아왔다. 그녀는 발아래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노마드가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많은 질문들만 만나게 될까?


2.

다음 날 아침, 이사벨은 일찍 일어났다. 살롱즈의 다른 시민들과 달리, 그녀는 실용적인 옷을 골랐다. 부드러운 실크 대신 내구성 있는 합성 섬유, 장식적인 악세서리 대신 기능적인 장비를 선택했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은 이 옷들의 디자인 기록을 검색했다. 그것들은 100년도 더 된 스타일이었다. 살롱즈에서는 거의 착용되지 않는 복장.

셔틀은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다. 이사벨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파트먼트를 둘러보았다. 초현실적인 예술품들, 천문학적 가치의 가구들, 시뮬레이션된 풍경이 보이는 창... 이 모든 것이 갑자기 공허하게 느껴졌다.

"미스 로즈," 헨리가 말했다. "정말 가시겠습니까?"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야 해, 헨리.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가야 할 것 같아."

셔틀 안에서, 이사벨은 노마드에 대한 제한된 정보에 접근했다. 살롱즈의 데이터베이스는 노마드를 '자원 재활용 지구'로 분류했다. 살롱즈, 궁정구, 자본구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수집되는 곳. 하지만 노마드 문학의 금지된 구절들은 그곳을 다르게 묘사했다. '자유의 거친 정원', '통제되지 않은 가능성의 땅'.

셔틀이 살롱즈의 경계에 도달했을 때, 이사벨은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매끄러운 살롱즈의 표면이 끝나고 뚜렷한 경계선을 넘어 무질서한 풍경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세계였다.

검문소에서, 경비원은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살롱즈에서 오셨습니까?"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과 기계식 손가락이 그녀의 출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목적이 무엇입니까?" 경비원이 물었다.

"관찰이요," 이사벨이 말했다. 그녀는 '관광'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관찰?" 경비원은 비웃음을 참는 듯했다. "노마드에서는 관찰자와 참여자의 구분이 없습니다, 미스. 당신이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 일부입니다."

그는 그녀에게 웨이버와 트래킹 장치를 건넸다. "48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구조팀이 파견됩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겠죠," 이사벨이 그의 말을 마무리했다.

경비원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확합니다." 그는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조심하세요. 노마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겁니다."

검문소를 지나자, 세계는 변했다. 살롱즈의 매끈한 표면과 완벽한 각도는 사라졌다. 대신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형이 펼쳐졌다. 길도 없었다. 그저 참고할 만한 이정표만 있을 뿐이었다. '노마드 중심부 →', '주의: 불안정 지역 ←'.

이사벨은 중심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자동으로 경로를 계산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살롱즈의 정확한 지도가 소용없었다. 지형은 끊임없이 변했다. 폐기물 더미가 무너지고, 새로운 길이 형성되었다.

걷는 동안, 이사벨은 주변을 자세히 관찰했다. 처음에는 이곳이 단순한 쓰레기 더미로 보였다. 하지만 더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른 종류의 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폐기물들은 무작위로 쌓인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에 따라 분류되고 재배치되었다. 마치 거대한 재활용 프로젝트처럼.

몇 시간을 걸었을까, 이사벨은 마침내 그랜드 캐니언처럼 보이는 거대한 협곡에 도달했다. 그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지평선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균열, 층층이 쌓인 폐기물의 지층이 마치 지질학적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사벨은 협곡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그것은 끔찍했지만, 동시에 기이하게 아름다웠다. 살롱즈의 완벽하게 큐레이팅된 미학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

갑자기 그녀는 협곡 바닥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자동으로 확대했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들. 그들은 폐기물 사이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무언가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사벨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순간, 그녀의 발 아래 땅이 무너졌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협곡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돌과 쓰레기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할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모든 것이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마침내 그녀는 협곡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충격으로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일시적으로 셧다운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본 것은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형체였다.


3.

"상태: 안정적. 활력 징후 정상화 중."

낯선 목소리가 이사벨의 의식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하얀 천장... 아니, 천장이 아니었다. 금속 패널과 전선이 얽힌 복잡한 구조물이 그녀 위에 있었다.

"진단: 우측 다리 골절, 다중 타박상, 경미한 뇌진탕. 생존 위험 없음."

이사벨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인간형 존재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더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안드로이드였다. 그러나 살롱즈의 서비스 안드로이드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 존재는 더... 실재했다. 그것은 인간형 몸체를 가졌지만, 부분적으로 손상되고 재구성된 것 같았다. 다른 기계들에서 가져온 부품들이 원래의 디자인에 혼합되어 있었다.

이사벨이 자세히 보니, 안드로이드의 가슴 부분에 희미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봤다. 로즈 가문의 문장이었다.

"로즈트로닉스?" 그녀가 놀라서 중얼거렸다. "우리 가문에 이런 계열사가 있었나?"

안드로이드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로즈 메카트로닉스였습니다. 귀하의 가문이 초호기 시리즈를 개발했지만 중간에 매각했죠. 그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당신은..." 이사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ADX-7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담'이라고 불립니다."

안드로이드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기계적인 톤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내가... 어디죠?" 이사벨이 물었다.

"협곡 기지입니다. 노마드 중심 거주지 중 하나죠. 당신이 협곡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구조했습니다."

이사벨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날카로운 통증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조심하세요," 아담이 그녀를 부드럽게 누르며 말했다. "당신은 다리에 골절이 있습니다. 치료 중입니다."

"살롱즈에 연락해야 해요," 이사벨이 말했다. "그들이 나를 찾을 거예요."

아담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트래킹 장치가 손상되었습니다. 우리는 신호를 복구하려 했지만, 협곡의 구조가 전파를 방해합니다. 당신이 회복할 때까지 여기 머물러야 합니다."

이사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고립되었다. 살롱즈에서 벗어나, 노마드의 한가운데. 두려움 대신, 그녀는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4.

다음 며칠 동안, 이사벨은 다리가 치료되는 동안 협곡 기지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그녀는 점차 노마드의 리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살롱즈의 엄격한 일정이 없었다. 대신, 모든 것이 필요에 따라 흘러갔다.

아담은 그녀의 회복을 도우며 노마드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협곡 기지는 단순한 버려진 자들의 집합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직된 공동체였다. 그들은 살롱즈와 다른 상층부에서 버려진 기술을 재활용하고, 폐기물에서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선택에 의해 여기 있습니다," 아담이 어느 날 설명했다. "살롱즈와 다른 상층부의 통제된 환경보다 불확실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죠."

기지의 식당에서 이사벨은 처음으로 '진짜' 음식을 맛보았다. 살롱즈의 완벽하게 설계된 영양소와 달리, 이곳의 음식은 불완전했다. 어떤 것은 너무 짰고, 어떤 것은 너무 달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이사벨은 전에 없던 깊은 만족감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죠?" 그녀가 어느 날 아담에게 물었다. "모든 것이 버려지고 부서져 있는데."

아담은 미소지었다. "부서진 것들도 여전히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관점의 문제죠. 살롱즈에서는 완벽함이 가치입니다. 여기서는 적응력이 가치입니다."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이사벨은 아담과 함께 기지를 탐험했다. 그녀는 폐기물에서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들, 버려진 전자 장치를 수리하는 기술자들, 오염된 토양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그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적대감은 없었다.

한 노인은 그녀에게 버려진 금속 조각으로 만든 팔찌를 선물했다. "살롱즈의 보석보다 덜 반짝이지만, 이건 진짜 손으로 만든 거야," 그가 말했다.

밤마다 이사벨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살롱즈의 완벽한 표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다는 꿈.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보지 못하는 색채들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꿈. 한번은 자신이 금속과 살이 뒤섞인 생명체로 변하는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꿈이 그녀에게 공포보다는 이상한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찾고 있었어요," 그녀가 어느 날 아담에게 고백했다. "살롱즈에서는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것을... 여기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그건 자유지만,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될 수 있는 존재, 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전에 없이 또렷했다.

매일 밤, 이사벨과 아담은 협곡 가장자리에 앉아 별을 바라보았다. 살롱즈의 빛 공해가 없어, 이곳에서는 별들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보였다. 이사벨에게는 하늘의 자연스러움이 질서와 혼돈이 얽혀 보여 더욱 아름다웠다.


"당신의 눈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어느 밤 아담이 말했다.

이사벨은 놀랐다. "내 눈? 내 사이버네틱 눈이요?"

아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의 진짜 눈입니다. 사이버네틱 향상 아래에 있는 것. 당신이 별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당신은 이제 데이터가 아닌 아름다움을 보고 있습니다."

이사벨은 그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롱즈에서는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항상 모든 것을 분석했다. 별의 질량, 온도, 거리.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별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담," 그녀가 물었다.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버려진 초호기 안드로이드로서... 당신은 귀중한 기술이잖아요."

아담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는 회사 매각정리 중 너무 실험적이라 기술적 범용성 면에서 '결함품'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저의 결함은... 자율성입니다. 저는 너무 많이 생각했고, 너무 많이 질문했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복종하는 도구를 원했지, 생각하는 존재를 원하지 않았죠."

이사벨은 자신의 기계식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나도... 일종의 도구인가요?"

"당신은 도구가 아닙니다, 미스 로즈. 당신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사이버네틱 향상은 당신을 도구로 만들지 않습니다."

이사벨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내 모든 행동, 내 모든 생각은 살롱즈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조절됩니다. 내가 정말로 선택한 것이 있나요? 아니면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된 건가요?"

아담은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당신이 지금 그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사벨은 미소지었다. 그것은 위로가 되는 생각이었다.


5.

2주가 지나고, 이사벨의 다리는 거의 회복되었다. 그녀는 이제 목발 없이도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노마드에서의 시간은 그녀를 변화시켰다. 그녀의 피부는 살롱즈의 인공적인 창백함 대신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색을 띠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더 자신감 있게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담이 그녀를 급하게 찾아왔다.

"미스 로즈,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담의 목소리는 긴박했다. "살롱즈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이사벨은 놀랐다. "어떻게? 내 트래킹 장치가 고장 났잖아요."

"그들은 대규모 수색 드론을 보냈습니다. 협곡 전체를 스캔하고 있습니다. 곧 이곳을 발견할 겁니다."

이사벨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지평선 위로, 작은 검은 점들이 보였다. 드론들이었다.

"내가... 돌아가야 할까요?" 이사벨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했다.

아담은 잠시 침묵했다. "그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살롱즈는 당신의 집이고, 당신의 세계입니다."

이사벨은 생각에 잠겼다. 살롱즈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시 그 일정으로, 그 가식으로, 그 완벽한 감옥으로 돌아가는 것. 그녀는 노마드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기억했다. 진짜 별, 진짜 음식, 진짜 사람들. 그리고 아담... 그는 기계였지만, 그녀가 만난 어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갑자기 이사벨의 사이버네틱 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살롱즈의 신호가 그녀의 시스템을 활성화한 것이다.

"미스 로즈, 귀하의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구조팀이 30분 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상태 보고를 요청합니다."

이사벨은 공포에 질렸다. 살롱즈는 이미 그녀를 찾았다. 그들은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과 신경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녀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속삭였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담의 표정이 걱정스러워졌다. "그들이 당신의 사이버네틱 장치를 통해 연결되어 있군요. 살롱즈는 당신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미스 로즈."

이사벨의 숨이 가빠졌다. 패닉이 그녀를 엄습했다. "여기 있을 거예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이 사이버웨어를 제거해주세요..."

"미스 로즈, 그것은 위험합니다. 당신의 생체 기능은 그 장치들에 의존하고 있어요." 아담이 만류했다.

이사벨이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제발..."

아담이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미스 로즈, 내 규약에 따르면 다른 권한권자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 규약을 해제할 권한은 있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이사벨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권한권자라고요? 무슨 뜻이죠?"

"로즈 메카트로닉스에서 설계된 초호기 시리즈는 로즈 가문의 구성원에게 최종 명령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당신은 로즈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므로, 당신만이 제 코어 규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사벨은 혼란스러웠다. "왜... 왜 나를 막으려고 해요?"

아담이 간단하지만 깊은 대답을 했다. "당신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사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눈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표시했다. "구조팀 접근 중. 20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이사벨이 말했다. "아담, 제발... 내가 여기 남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지만 위험합니다. 단정할 수 없지만 지극히 높은 확률로 당신의 신경과 생명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사벨은 잠시 생각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자유를 원했다. 진정한 자유를.

"해요." 그녀가 결심했다.


6.

협곡 기지 깊숙한 곳, 아담의 작업실에서 준비가 진행되었다. 이사벨은 특별히 설계된 의자에 누웠다. 그녀의 머리 뒤로는 복잡한 케이블들이 연결되었다.

아담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정말 확실합니까, 미스 로즈? 일단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요. 그리고... 그냥 이사벨이라고 불러주세요."

아담이 시스템을 시작하려는 순간, 그는 다시 주저했다. "이사벨, 당신은 모든 허락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에겐 더 이상 확인의 프로세스가 없지만 그대로 다시 묻고 싶습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저에게 위험합니다."

이사벨은 충격을 받았다. "당신이 위험하다니... 더 이상 묻지 말아주세요. 진행해줘요."

아담이 미소지었다. "당신은 정말 살롱즈 사람이 아니군요. 살롱즈 사람이라면 그런 배려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계속했다. "저는 이미 오래 살았습니다, 이사벨. 너무 오래요.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죠. 하지만 지난 몇 주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담..." 이사벨이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외부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구조팀 접근 중. 5분 남았습니다."

아담이 결단력 있게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이사벨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네."


아담이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이사벨의 사이버네틱 눈이 깜빡이다가 꺼졌다. 뇌간에 삽입된 신경 접속부가 열리며 그녀의 의식이 디지털 스트림으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세계가 폭발했다. "지각 분리 현상 시작... 뉴런 경로 매핑 중..." 아담의 기계적 진단이 들리는 동시에, 그녀의 시야는 수천 개의 이미지로 가득 찼다. 코티칼 기억이 물리적 뇌에서 분리되며 그녀의 귀에는 수백 개의 언어가 울렸다. 그녀의 마음은 인류 역사의 모든 지식으로 넘쳐났다. 양자 상태의 기억들이 아담의 메모리 격자와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감각. 그녀는 자신이 분해되는 것을 느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녀의 정체성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때 그녀는 무언가를 보았다.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중 나선 구조. 한쪽은 그녀 자신, 다른 쪽은 아담. 두 개의 별개 시스템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통증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이사벨은 어둠 속에 홀로 있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녀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더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혼란 속에서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이사벨은 눈을 떴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의자에 누워있지 않았다. 그녀는 서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는... 그녀 자신의 몸이 누워있었다. 창백하고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몸.

공포에 질린 이사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담의 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아닌 곳에 있었다. 그녀는 아담의 몸 안에 있었다.

"무슨 일이..." 그녀가 말을 시작했을 때,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생각, 그녀의 정신이었다.

이사벨—이제는 아담의 몸 안에 있는—은 혼란 속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시야에 작은 빛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기억의 파편처럼 희미했지만, 점점 선명해졌다. 아담의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 속에서 울렸다. 그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가 남긴 마지막 정신적 각인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사벨에게,

당신이 이 메시지를 받는다면, 과정은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술은 제 경고대로 매우 위험했고, 시술 중 당신을 살리는 데 실패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당신의 의식을 제 메모리 코어로 옮기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함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신경 구조와 제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압력이 제 코어에 가해졌습니다. 당신의 데이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저는 제 메모리의 전부를 당신을 위해 할애해야 했습니다.

제 지식과 경험에 접근할 수 있고, 그것들은 당신의 의식에 점차적으로 통합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경험과 제 지식이 결합되어 더 나은 이해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제 마지막 선물로, 저는 당신에게 선택의 자유를 드립니다. 당신의 암호화된 신분 증명코드를 완벽하게 보존했습니다. 외모에 관계없이 당신은 살롱즈로 돌아가거나, 노마드에 머물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각성된 삶을 살기를. - 아담"


메시지가 끝나자 아담의 목소리는 희미해졌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그녀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이사벨은 자신의 몸—이제는 아담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의자 위에 놓인 자신의 원래 육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제 빈 껍데기였다.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아담의 몸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이사벨은 그의 목소리가 사라진 텅 빈 의식 속에서 처음으로 공포와 해방감이 뒤섞인 떨림을 느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모든 경계를 벗어난 자유를 맛보았다. 적어도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인공적 가상의 느낌은 사라졌음이 확실했다.


밖에서 소음이 들렸다. 살롱즈의 구조팀이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엇을 찾게 될까? 죽은 이사벨 로즈의 몸. 그리고 어쩌면 낡은 안드로이드 한 대. 그들은 결코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사벨—이제는 아담의 몸 안에 있는—은 작업실 뒷문을 통해 협곡 기지를 떠났다. 그녀는 노마드의 황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인식은 이제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했다. 아담의 메모리 코어를 통해, 그녀는 수백 년의 지식과 경험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녀는 비로소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이제 두 세계 사이의 경계에 서 있었다. 살롱즈의 과거와 노마드의 현재. 그녀는 더 이상 온전히 인간도, 온전히 기계도 아니었다. 그녀는 이중 나선이었다. 두 본질이 하나로 얽혀 있는 존재.


이사벨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는 진정으로 자유로웠다. 선택할 자유, 존재할 자유, 스스로가 될 자유.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자연 속에 각성된 삶을 향해.








© 2025 WhtDrgon. All rights reserv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FEWK단편선 68> 피넛버터 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