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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May 03. 2021

<게임기획자는 던전을 어떻게 만드나요?>

김동은WhtDrgon. 210503 #게임기획자하얀용

이 글은 2019년 5월 23일에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기획자가 던전을 기획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게임기획자 외에 글을 쓰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매체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고, 둘은 점점 닮아가고 있으니까. 


실체적 상상


던전이란?

던전(Dungeon)이란 게임 등에서 주인공이 모험하는 '토굴'을 의미한다. 방과 복도, 함정과 몬스터들로 채워져 있는 모험 공간이기 때문에 RPG의 탄생부터 애용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레벨업!이라는 단어는  '던전즈 앤 드래곤즈'에서 유래되었는데, 전사나 마법사가 레벨 1, 레벨 2, 쪼렙(저레벨), 고렙(고레벨), 만렙(최대 레벨)이라는 말의 '레벨 Level'은 사전에서 '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정확히 층이 맞다.  1 레벨 전사란 던전 1층을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 36 레벨은? 그렇다. 던전 지하 36층까지 갈 수 있는 모험가라는 뜻이다.  그곳에는 '드래건'이 산다.


던전은 게임기획자들 혹은 지망생들이 가장 먼저 설계하게 되는 레벨 디자인이라 부르는 가상의 지역 설계이다. 이렇게 생겼다.

(구글의 'dungeon maps' 검색 링크)


모눈종이 위에 규격화된 던전이 방과 복도를 통해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 이것을 진지하게 대하는 기획자 지망생은 첫 번째 의문에 빠진다.  '잘 만든 던전이란 무엇인가?'


오직 내가 본 던전

레벨 디자인을 지망하는 이가 던전이나 지역을 레벨 디자인하는 방법이나, 네모난 방과 복도만 있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특별한 노하우나 실력 차이는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어볼 때 한 줄 요약을 해야만 한다면


"오직 네가 본 것만을 그려야 한다."

-

표를 만드는 법, 밸런스, 시야각. 은폐/엄폐/폭발 오브젝트의 배치, 기술, 노하우, 경험, 게임 규칙의 이해, 장르 특성, 게임 특성, 구현 방식...

게임 기획자가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이 있지만, 분업화된 작업이 그렇듯 게임에 대한 경험이 충만한 개발자들과 게임 기획자가 가장 선명하게 구분되는 본연의 책임이 하나 있다.


게임 기획자는 그 세계를 실제 목격한 사람이어야 한다.


게임은 그 시야에 담긴 풍광을 기호화하여 옮긴 도구이다. 바둑돌이 군대 1개 사단을 나타내기도 하고, 드래건을 상징하기도 한다. 게임은 기호와 상징들로 상상을 전략적으로 일으킨다.  

오직 그 상상을 위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표현양식들. 글과 그림, 말로 옮기는 것일 뿐이다.

해리포터의 모험은 책에 찍힌 활자로만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이미지와 주인공이 아닌 이들의 하루의 루틴이 있다. 그건 조엔 롤링만이 보았고,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좋은 던전,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설계력과 필력이 있겠지만, 그 이전에 한 명의 작가, 시인으로서 옮겨 적을 원형, 내가 바라본 풍경이 있어야 한다.


Dungeons & Dragons Original 첫 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다.

이 문장은 RPG가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


당신의 캐릭터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언덕 위에 서 있다. 당신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보석이 박혀 있는 마법 검의 손잡이를 쓰다듬는다. 엘프와 드워프 동료들은 말에 짐을 어떻게 실을지 다투고 있다. 마법사는 주문을 모두 외워두었고, 이제는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당신에게 말한다. 가까운 산봉우리에는 위험한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서운 드래건이 당신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출발할 시간이다.


Frank Mentzer

1983년 2  

( https://watermark.drivethrurpg.com/pdf.../116578-sample.pdf 참조)


기호의 압축 풀기

그리고 이런 맵을 한번 생각해보자.

저 지형은 가보지 않아도 당연히 알겠지만 검은 선과 백색면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렇게 생겼다.


이 두 사진은 정보량, 내가 종종 쓰는 말로 KB 키로바이트가 다르다. 파일 용량의 그것을 말하는 것 맞다.

모든 정보들, 글, 음성, 그림, 사진, 영상 그리고 직접 가보는 것이 다르고, 직접 가본 사람이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것의 정보량이 다르다. 깊이 고민해본 사람, 많은 정보량을 가진 사람은 말이 어눌해도 음성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질이 높다.

 

많은 창작자들이 이것을 잊는다. 새로운 것을 말하려면. 첫 등굣길이나 첫 출근, 집의 복도, 버스 밖의 풍경, 구름의 풍경을 논할 때 '양 떼 같은 구름', '세피아 빛의 눈동자'같이 글자를 복사해 옮겨서는 안 된다. 정말 구름같은 양떼들을 봤나? 세피아는 언제 봤나? 이 표현을 바꾸던가 세피아를 찾아봐야 한다. 그 광경을 자신이 보고 주변을 살피고, 키로바이트를 늘려야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셔도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면 묘사의 작은 <사소한 것들>이 달라지고, 사소한 것은 표현의 모든 것이다.  우리는 대놓고 내레이션 하거나 내가 알아야 할 감정상태를 묘사하는 글쓰기를 천박하다고 하지 않는가? 현실보다 훨씬 낮은 정보량으로 독자의 기억을 재생성하려면 오직 <사소함>만이 세련된 도구가 된다.


맵 타일이나 모눈종이 혹은 맵툴. 오브젝트 배치는 잠시 잊고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지금 던전의 앞에 서있다. 그리고 입구를 바라보자.


여행 가이드의 자격.

그 입구는 돌로 만든 아치가 멋지게/반짝이며/썩어서/이끼가 낀 채/수많은 검흔을 안은채/담쟁이에 휩싸여/늪 한가운데 진흙 구덩이처럼 입을 벌리고/석문으로/철문으로/부서진 나무문으로 막혀있다.

주변. 그리고 하늘. 바닥. 흙의 질감. 향기를 느끼려 든다면 (많은 기획자들이 기획자 지망생에게 권해주던) 다양한 경험들이 너에게 스스로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다.


 오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순서대로, 의식적으로 지금 이 장면을 기억하고 문을 들어서면 그 앞에 보이는 것들. 복도 방. 천정. 벽면. 발을 내딛으며 바뀌는 공기의 흐름과 더 진해지는 냄새. 그리고 소리. 어둠과 빛. 감정상태에 집중해서 기억을 하고 더 앞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공간들을 기억하려는 노력.


 너무 지루하다 싶으면 더 찾아보는 노력만으로 작은 환풍구. 미끄러지는 바닥과 사물들. 문 손잡이의 재질과 문을 여는데 필요한 힘. 걸리적거림. 소리. 그리고 그 문 뒤의 것들. 이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부적합한 것들이 사라지고 딱 기획자의 상상력의 크기만큼의 결과물이 현실화된다.


여기가 판타지의 던전이 아니라 배틀필드의 전장이라면 그 전장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며 참호와 나무와 벙커의 위치를 확인하고 구사일생의 순간. 저격수가 나를 발견 못한 이유들. 포격을 피할 곳들을 반복하여 상상하고 선명하게 각인해봐야 한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 위기들. 적들의 의외의 등장이나 돌입들. 각 사건들이 하나하나 복도와 방에 새겨진다.


일본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영화 혹은 그림의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여행지의 앙코르와트가 펼쳐질 수도 있고 무엇이 그려질지 나는 모른다. 유일한 목격자는 당신이니까.  하지만 연필로 그려진 네모난 종이 타일이 눈 앞에 펼쳐지진 않았을 것이다. 조앤 롤링은 타이핑만 했지만 '호그와트의 대강당 천장은 이렇지 않아!'라고 감독과 작화가에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유저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 걸까? 그게 모눈종이에 그려진 것일까? 폴리곤이나 도트의 배열일까? 그건 실제를 흉내 낸 모사에 불과하고 그 기호와 상징을 통해 유저의 머릿속에 펼쳐져야 하는 선명한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여행이 끝나면 던전을 그리면 된다.


 이 선명한 세계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기획자는 어떤 사운드가 어울리는지 어떤 색이, 조명이, 배치가 어울리는지 모두 알고 있다. 이른바 게임 콘텐츠의 톤 앤 매너란 것은 이 기획자의 경험을 통해 일치감을 이루고 유저의 상상을 방해하지 않게 된다.


가보지 않은 곳을 가이드하는 사람은 모두의 기분과 돈과 시간, 때로는 삶을 위험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최소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러티브의 계층

물론 몬스터 몇 마리. 스폰 위치. 경험치 효율. 드롭 아이템이 유일한 가치가 될 상태가 곧 오겠지만 그리로 너무 빨리 가진 말자. 도트 타일을 유일한 현실로 만들지 말자. 픽셀이나 오브젝트 배치는 실존하는 장소에 대한 구현 한계 내의 최대한의 노력이다. 던전 문을 박살 내는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기계음과 함께 문 타일이 뿅 사라지는 것.


 게임 기획에는 다양한 레이어가 있다.  기기 사용자. 앱 설치 사용자. 현금 지불 고객. 버튼 조작자. 독자. 시청자. 캐릭터 조작자. 그리고 캐릭터. 그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 이 계층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계층에 몰입하는 순서가 있다. 어느 한순간에는 실존하는 그곳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밥 먹을 때는 음식의 감각에 집중해야하는 것처럼. 


모눈종이에 그 던전의 약도를 그려 넣기 시작한다.

방 하나 복도 한 칸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해낸다. 다시 방문해본다. 그리고 다시 그린다.


이렇게 그려진 네모는 전혀 다르다. 이 던전은 약도일 뿐이다. 방을 하나하나 보며 그 방과 장소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기 시작하면 이제 게임 개발의 다른 동지들에게 설명하기가 더 쉬워져있지 않을까 싶다.


논리적 구상

게임은 상징들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그리고 그 상징들은 외형 외에 속성을 가지고 있다. 

속성이 곧 질서이고, 세계의 본질이다. 


키워딩과 리스팅과 넘버링


키워드 keywords

인식하면 이름을 부를 수 있고, 파악했으면 리스팅을 할 수 있고, 알면 숫자로 말할 수 있다. 내 세계관 제작법은 키워드 분해부터 시작하는데 객체화의 시작이다. 모든 것을 분해해서 구성요소로 나눠버린다.


던전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던전을 설명하는 모든 키워드를 분해한다. 4000개가 되어도 좋다.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스크랩하며 단어를 빠짐없이 모아나 간다. 그 안에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얼음 동굴에 없을 녹색 이끼. 덩굴식물도 모조리 모아놓는다.  충분히 쌓일 때까지 분류하면 안 된다. 그냥 모은다.  리스팅은 모여야 쉬워진다.


리스트 Lists

모인 자료들을 나눠본다. 미리 경고하는데 이 작업은 쉽지 않다. 이걸 잘하면 이미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들은 뎁스 depth가 꼬이고, 어떤 것은 둘 다 해당된다. 그냥 해보는 수밖에.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속성'이라는 것이 생긴다. 사실 이 작업은 키워딩으로 모인 구성물의 구성요소를 파악함으로써 이 말뭉치의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속성만이 객체를 말해주며, 동시에 세계를 설명한다. 이른바 비자연 법칙. 이 고난과 수행의 길을 걸은 구도자만이 게임 기획을 말할 수 있다. 그에겐 사물을 이루고 있는 것들의 리스트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숫자가 있다.


넘버 Numbers

 왼쪽에는 아마 Index가 있을 것이다. 일련번호. 이제 객체들, 키워드들을 숫자로 부를 수 있다. 처음엔 일련번호인데, 리스팅을 끝내고 이제 다음 작업인 속성에 대한 고민을 끝내면 아예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벌써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글자로 성별을 구분하잖나. (곧 없어지겠지만) 그 숫자들은 속성들의 나열이다. 자 그럼 이제 오른쪽에는 무엇들이 있나? 첫 번째 속성이 있다. 바로 리스트의 제목이자 분류의 첫 번째 항목.  분류 번호가 매겨지겠지. 그럼 이제 뭐가 있어야 하나? 분류의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  1이란 식물. 2는 동물.  그럼 움직이는 바위 괴물은? 고민해보면 된다. 3이라고 붙이던가.

 여기서 위키를 뒤져서 동물계 척삭동물 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식육목(Carnivora) 고양이아목(Feliformia) 고양잇과(Felidae) 표범 속(Panthera) 호랑이(P.tigris) 같은 분류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려 드는데 하지 마라. 이런 쪽은 진짜 학문이고 분류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의 식물의 분류가 씨방이 5개냐 6개냐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냥 자신의 지금 실력을 인정하고 계속 나름의 분류를 해나 가보자. 나중에 수정하면 되니까.


속성

 속성은 게임 기획에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attribute, statistic. 때로는 property라고도 불리고.

속성은 그 키워드가 가진 모든 것이다. 첫 번째가 분류한 리스트 일련번호라고 했나? 두번째는 이름이다. 앗  벌써 만들어져 있다! 이름이 모든 식별자는 아니다. 같은 이름뿐 아니라 같은 이름도 다른 속성이 붙어서 다른 존재가 된다.  속성은 실제하지 않는 이 세계의 사물에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공통 질서같은 것이다.


두번째를 거저 얻었으니 힘내서 세번째를 만들자  

칼과 내 칼은 다른 것이다. 둘은 속성의 어딘가가 다를 것이다. 칼들끼리도 다르다. 뭐가 다른지 이제 고민해보자.  재질, 길이, 무게 외에도 근접무기, 양손/한 손, 도검류, 베기/찌르기/때리기/찍기 같은 용법 분류 등을 자신 있게 시도해 보다 보면 이제 길이를 나타내는 cm가 어떤 분류에 귀속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긴 단검이 가장 짧은 장검보다 길 수 있다. 그럼 단검은 이제 단검이 아니게 되나? 아니지. 다른 속성들이 버텨주고 있다. 그게 뭔가? 그걸 이름 붙인다.  


 속성에서 키워드가 튀어나와 점점 늘어난다. 여기서 밀리지 말고 계속 나가보자. 계속 정리를 거듭해야 한다.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의 질서를 캐내고 있으니까.  한 5천 개가 넘을 때까진 안심하고 계속 가보자.  

 동물인데 죽었으면? 사람인데 좀비면? 좀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시체면? 그 시체가 움직이면?

 아직 작동하지 않은 함정은? 그 함정이 숨겨져 있다면? 근데 찾아내서 표시했다면? 작동시켰다면? 고장 내트렸다면? 고장은 아니고 잘 해체했다면? 해체는 했는데 그냥 작동 발판만 안 눌리게 막았고 활성화 상태라면? 작동을 한 번 했는데 밟으면 또 화살이 쏴진다면? 그 화살이 화살통에 연결되어 있어서 수량에 제한이 있다면? 지칠 때까지 분류해보고 지쳤으면 그건 그쯤하고 다른 것을 하자.


 하나하나 속성을 부여해주며 생산하다 보면 '자연 군집'이 발생한다. 이것들이 서로 묶이고 재활용된다.  무기의 분류 틀이 다른 부분의 분류 틀이 되어간다. 어느 순간 모두는 아니더라도 무기 하나는, 몬스터 하나는, 지형지물 하나는 그 속성 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던전, 필드, 새로운 지역이 무엇으로 구성되어있는지 키워드가 한 번에 나열되고, 그 키워드들의 속성들이 떠오르고, 그  속성들의 범위 값이 떠오른다. 구릉이란 높이 얼마 너비 얼마, 이동속도 지연을 얼마나 발생시키며 신체 부위를 얼마나 노출시키고 감추는가? 자 이제 '파생효과'가 일어난다. 이건 속성이 게임에서의 존재 의미. 전략 지형물로 성장하는 단계이다. 이제 '게임의 승리를 위한 필드 상의 자원 관리 요소'의 식별까지 왔다. 거의 다 왔다. 곧 훌륭한 레벨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믿어라.


속성 값의 단계

아까 칼을 종류를 나누면 길이가 연속성을 가진 cm이 아니라 등급이 나눠진다고 했는데 이 작업을 말한다.

 이름을 붙이면 키워드가 된다.  바위가 있으면 '가려짐'이 있다. 그게 이 게임에서 바위의 존재 이유겠지. 드럼통도 가려지는데 아마 이건 터질지도. 양동이도 가려지는데 이건 적이 총을 쏘면 어디론가로 굴러가버릴 수 있다.  (이런 변화물은 게임 진행에 따라 해당 지역의 속성을 바꿔놓는다. 나무가 다 부서지면 개활지가 된다.) 


 기획자는 뭐든지 이름 붙일 수 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토막내고 이름을 붙이자. A1,A2라고. 토막내고 나면 속성이 이들의 차이를 알려줄 것이다. 

 가려짐은 무엇으로부터 일어나는가? 적의 시야로부터. 적의 시야가 어디인가? 그냥 정하면 된다. 적의 시야점 A. 아마 그 지점은 뭔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름이 정해졌을 것이다. 여기를 '관측점 A'라고 부르자. 관측점 A에서 관측되는 사방을 9 분할한다. 왜 9 분할이냐고? 그럼 원하는 대로. 총 쏘는 1인칭 게임이라면 화면을 일단 상중하, 좌중우 3토막으로 나눠보자. 가운데서 관측되면 쏘기 편할 것이다. 이곳도 이름을 붙여주고.  그러면 이 바위는 관측점 A에 위치한 적에게 가려짐이 몇 단계가 되나? 거리. 그렇다. 거리도 중요하지. 거리도 토막 내버린다. cm에 단계를 줘서 나눠버린다. 보정은 나중에 다른 게임에서 실측을 통해 관측 표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면 된다. 이제 어딘가 군사자료를 (나중에) 참조해볼 수 있다.


속성은 의도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연결된다  즉  노출  피탄 hp감소 사망 승리. 아니면 스킬 무기 마법 회피 방어 대미지 hp감소 사망 승리.  게임의 목적에 속성의 작용이 연결되는 구조이다  이것이 이 세계의 존재목적이자 질서이고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있느냐가 중요도를 나타낸다.  함정은 나무보다 중요하다.


던전은 무엇으로 사는가? Чем подземелье живы


 자 이제 말해보자. 이 던전은 무엇으로 왜 존재하는가?


던전의 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긴 복도와 좁은 복도는 어떤 효과를 일으키나? 이때 창과 칼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관측점은? 대형 마법은? 벽에 반사되는 마법은? 함정 탐지에 끼치는 영향은? 더 좁은 벽. 향기, 소리의 반향은 어떻게 던전을 퍼져나가나? 소리는 어떤 등급이 있으며 어떻게 발생하고 어디까지 퍼져나가나? 우리의 관측점, 은폐/엄폐점에 갈 때까지 얼마나 오래 자주 적의 관측점에 노출되나?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한 그 던전의 한 모퉁이가 이제 그 생생함을 구성요소와 속성으로 번역되려면 어떤 키워드와 속성과 등급이 들어가야 하는가? 그 옆에 촛불이/횃불이/랜턴이/대낮같이 밝은 빛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통로를 비추어 무엇을 유리하게/불리하게 만들어야 하며, 적과의 사이에 기둥이, 양동이가, 상자가, 테피스트리가 있어서 어떤 환경과 냄새를 만들고, 바닥엔 뭐가 깔려있고 우리 주인공들은 뭘 신고 있어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는가?  


기획서가 만드는 게임이라는 세계의 질서


그리고 우리 게임에는 어떤 기능을 미리 기획해야 내가 필요한 속성들을 기호화해서 던전에 적어 넣을 수 있는가? 우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이 기능이 재미있나? 이제 우리가 만든 모든 속성들을 거의 모두 갖다 버려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 세계의 이미지를 알고 있고 적어도 이 던전에 있는 구성요소와 갯수와 속성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왜 그 위치에 그 각도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알고있다.

 이제 2층 난간에서 몇 걸음을 전진하면 시야가 몇이나 확보되며 나는 몇이나 노출되는가? 이것이 너무 유리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만 빼꼼 내놓지 못하도록 얼마나 난간을 좁게 만들어야 하는가? 난이도를 위해 관측되는 최소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서 몇 단계나 작게 보이는지, 그리고 몇 개의 어떤 장애물들이 몇 개가 유저 화면의 중앙의 몇 단계의 관측 단위를 가리게 되는지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할 수 있다. 오. 위대한 레벨 디자이너!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고, 어떤 법칙을 이 게임 프로그램 세계에 구현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다른 속성에게 그 임무를 대신 부여해야 하는지, 유저는 승리하기 위해 어떤 것을 잘 이용해야 하며, 우리는 그 궤적에 어떤 기둥과 어떤 바위와 어떤 양탄자를 깔아서 멋진 파노라마를 만들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기획자가 던전을 만드는 방법>이다.


김동은WhtDrgon 210503

#게임기획자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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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 https://en.wikipedia.org/wiki/Dungeon#/media/File:BlarneyCastle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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