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210505#게임기획자하얀용
내 개인적 감각으로 아이돌에게는 4개 정도의 계층(레이어)이 있다.
1단계 : 자연인
2단계 : 가수/댄서/직업인/연기자/계약자
3단계 : 아이돌/콘셉트/테마
4단계 : 캐릭터/극중인물
이 구분은 1996년~2015년까지 게임을 만들고 2015년에 MCN업체에서 일한 후 쇼 엔터테인먼트 시네마틱 게임이라는 아이돌 게임을 구상하기 시작한 2016년 9월쯤에 분류한 것인데 지금껏 변치 않고 있다.
레이어란 아래 그림처럼 하나의 장면에 중첩된 투명 도화지 같은 것이다.
아이돌의 4개 레이어는 생물적, 물리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하나처럼 인식될 수밖에 없지만 엄연히 각각마다 활동 방법이 다르다. 특히 이 레이어가 분리되어있지 않으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각 단계별 대응방법, 회사의 입장, 세계관의 수립 방법 및 경계 침범 등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다. 즉 이 레이어는 가상화된 무언가를 가상화 상태에서 경계 짓고 규칙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생팬은 3단계에서 2단계를 지나 1단계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단계를 침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 대응 방법을 달리하고, 주변인의 인식과 평가를 더 쉽게 분리할 수 있다.
1단계인 자연인은 인터뷰나 어떤 행사장을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거나, 개인적 기부행위, 다른 종류의 2단계 직업 획득 등으로 기사화될 수 있겠다. 보통 자연인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사설방송은 그 방송이 회사와 분리되어있지 않는 한 1단계가 아니라 2단계에 위치한다.
2단계인 가수는 노래와 춤, 공연 및 계약자 신분인 직업인의 영역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 무대 활동뿐 아니라 팬사인회, 그리고 사회활동, 유튜브 활동도 '아무리 소박해도' 회사의 영역에 있는 한 2단계에 들어간다.
3단계인 아이돌은 2단계에 더하여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콘셉트, 포지션, 테마 등.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미래를 불안해하는 미성년자, 잊지 못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콘셉트들과 헤어, 의상, 음악장르와 가사, 뮤직 비디오 테마, 이를 종합하는 콘셉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4단계는 불을 쏘거나 시간을 정지시키거나 우주를 비행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특별한 어떤 그룹이 연상되기도 할 텐데 3단계와 4단계가 서로 침해되어 엉켜버린 그룹도 있다.
'팬에게는 각 단계에 체류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각 단계에서 다른 단계가 선을 보일 수는 있어도 절대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 '유저'로 통칭할 관객/고객/사용자/팬에게 엄연히 Unreal Sensibility. 비현실적 감수성. 또는 인터넷 말로 '항마력'의 수용한계가 존재하고 이는 각 단계별로 존중되어야 한다.
이 개념은 MMORPG 게임 설계에서 내가 유저 유형을 상인, 영웅, 군주로 나누고 각 단계를 채집/렙업, 랭킹, 길드/레이드로 콘텐츠 분리를 한 후 각 단계가 서로 다른 계층에게 강요되는 것, 즉 레벨업을 하기 위해 랭킹에 반드시 올라야 한다거나, 레이드(단체 임무수행)를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었다. 게임을 그렇게 설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임 유저도 이 세 영역에서 서로 차이를 보인다.
각 단계에 체류할 자유란,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노래와 가사에서 '뮤직비디오 콘셉트'의 이해가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있어도 선택지가 있어야 하고, 대체재가 있어야 한다. 대체제가 없더라도 이 상황은 포기 가능하거나,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특별한 경우여서 유저가
이것이 시의적임,놔두면 없어지고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뮤비 콘셉트가 갱단과 총질하는 것이라도 음악과 가사가 뮤비와 서로 강한 연관이 있다 하더라도 아예 결합되어 뮤비 BGM이나 내레이션 곡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은 적절한 거리감. 즉 더 높은(감정이입이나 관심이 더 필요한) 단계가 없어도 즐기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아이돌도 마찬가지. 만화를 보지 않으면 내지는 궁예 해석을 달달 꿰어야만 하는, 속칭 말하는 '세계관 입덕'을 하지 않아도 이를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 무언가 내가 다음 단계를 안 해서 즐거움을 손해보고 있다는 신뢰 훼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누가 같은 시간, 같은 값을 내고 반만 즐기고 싶겠는가? 설정을 알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고? 그럼 아는 사람들에게만 팔았어야지.
이를 위해 내가 포어 쉐도잉, 전조. 인터넷 말로 '떡밥'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용된다. 떡밥은 신비하고 치밀함을 확인하는 재미를 제공하지만 그건 더 높은 레이어/차원의 초자연적 흔적이다. 필수가 되거나 아랫단계에서 팬이 감정 이입한 부분, 즉 선한 사람을 (더 높은 레이어에서) 사실은 더러운 배신자로 바꿔놓아 각 단계의 유저의 감정이입을 (다른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각한 실수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4단계인 캐릭터를 함부로 3단계에 섞어버리면.... 아이돌1계층과 유저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 참사가 일어난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4단계에 3단계나 2단계를 섞어 넣으면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 물론 그래도 팬은 아이돌을 사랑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사랑과 인내심일 뿐 처음부터 그런 짓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저는 감정이입 단계가 있고, 아이돌 4 레이어라 이름 붙인 각 단계도 요구 수준이 있는데 그걸 함부로 강요하면 내가 세계관 설계 때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종종 말하는 '패러독스'가 터진다. 패러독스가 터지면 유저의 다이브, 불신의 정지, 감정이입이 모두 손상되어 유저가 세계관과 콘텐츠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하위 단계를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감정이입을 진행할 때 유저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신뢰가 깨지게 된다. 이건 다 꿈이었다 같은 무책임한 결말이 유저에 의해 쓰인다
각 레이어마다 팬층이 다르다. 이 4개 레이어를 기준으로 팬이 1개 혹은 2개 이상의 혼합 또는 2개 이상의 단계를 온전히 포용하고 있음을 식별할 수 있다. 그냥 음악을 들어보고 좋아하는 팬,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 다른 드라마에 나온 배우로서의 가수를 좋아하는 팬. 뮤직비디오에서 본 그 사람의 감정과 캐릭터리티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즉, 주체만 레이어를 가지는 게 아니다. 주체에 따라 형성되는 '돔 Domain'이 다르다.
아이돌 4레이어란 결국 (팬)돔의 수십 개 레이어의 성분을 구성하는 기본 4대 원소가 되는 것이다.
유저의 부캐화를 인식하고 그 부캐 집단을 코호트로 분리하여 제공하는 콘텐츠의 성격을 나누고 케어할 방법을 달리하게 되는 기준이 된다. 아이돌 4 레이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돔 레이어가 더 중요한 주체가 된다.
아이돌의 레이어도 그렇지만 팬의 레이어 역시 딱 정확하게 나누어진 것이 아니고, 유저들도 다양한 레이어들로 시작하여 서로 다른 레이어들을 때로는 중첩하여 이동하고 발전한다. 이 모든 단계의 팬들은 존중되어야 하고 케어 받아야 한다. 현실 영역에 있는 사업적 이유로 팬들에게 이동이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꿈은 깨면 그만이다. 옛날이야기 시절부터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자의 기분 좋은 낮잠을 방해하면 (물리적) 저주를 받기 마련이다.
게임과 아이돌만 레이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가상화는 이미 됐다거나, 될 것이 임박했다는 개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왜 가상 AI스타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등장하는가? 그곳은 내가 '키로바이트'라고 부르는 의사의 정보량이 한정되어있고, 글자만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곳이다. 패션 같은 비주얼 어필이 필요한 AI는 사진을 통해 현실보다 훨씬 적은 키로바이트로 사람을 흉내 낼 수 있다. 가상화 세계를 실제로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덕분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가상화 환경에 접촉되어 익숙하게 적응한 MZ세대들과 그들의 부캐들이 있고,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에 의해 이 시스템에 더욱 강하게 편입되는 일반인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3,4단계를 활보한다
메타버스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런 것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있던 가상화 서브컬처에 일반인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뭐가 다르냐면 숫자가 다르다. 서버당 5천 명 정도의 동시접속자, 월 20만 사용자 클럽 등 게임은 그 수준이 월 1~3만 원 구독자로 20만이나 200만을 구성하는 정도이지만, 게임의 대중화를 통해 1000만 다운로드 등을 기준 삼았고, 이제 메타버스는 단일 행사가 100만~5 천만명쯤을 이루고 서비스 단위로 기본 억 단위를 기본 단위로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치 아이돌의 4 레이어처럼 반드시 유저의 레이어를 나누고 캐릭터화를 정서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곧 이 세계는 도시의 폭동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은 모든 가상사회들, 온라인 MMO 게임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홍역처럼 앓고 지나간 것들이다. 단지 가상화가 도래하는 현실이 이런데 깜깜 문외한들인 것뿐.
여기서 말하는 '결계'란, 마법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등에서 일반인들로부터 마법사들의 대결 등을 감추거나, 이 싸움의 피해로부터 일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치는 마법적 영역/방어막 설치에서 빌린 표현이다.
이미 유저들은 수많은 부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스스로 그것이 분리되어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분리를 지적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하고도 무례한 짓이다. 오직 특별한 환경. 서브컬처적인 말을 빌리자면 '결계'를 쳐놓은 상태에서만 분리된 대응이 가능하다.
그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일 수도 있고 어떤 게임의 실행일 수 있다. 게임에서 욕하는 아이에게 게임의 폐해를 증명하려는 리포터가 '그런 욕을 현실에서도 막 하고 싶게 되나요?'라고 물어볼 때 초등학생은 눈을 꿈뻑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뭔 가상과 현실을 분간 못하는 소리여? 현실에서 그러면 큰일 나지.'
마찬가지로 어떤 영역들에 결계를 치고 유저를 분리해내고 가치관과 감정이입의 한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그 공간은 온갖 페르소나의 격투장이 되어버린다.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친목'이나 '정치'이야기를 강력하게 규제하는데, 왜냐하면 여기는 '유머'를 즐기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약속을 정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정치, 종교 이야기는 안 꺼내는 게 예의가 된 지 오래 아닌가?
일전 내가 작성한 동아 비즈니스 리뷰의 기사에 '부캐를 인지하지 못하면 고객이 편집증 환자처럼 느껴질 것이고, 메타버스 시대에 부캐 집단의 케어를 위해 세계관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도시의 폭동을 만나게 된다'라고 썼는데, 게임회사들도 트럭 시위대를 맞아 제 발등에 불 끄기 바쁘지만 그래도 좀 더 가상화 레이어를 다루는 재주가 있다. (예부터 말해온 대로 일반 회사에도 게임 쪽 인재가 필요하다.)
세계관이란 로봇나 우주선의 내부구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페르소나 부캐를 공간 한정의 결계에 가두고 태도와 입장, 사상을 정리하는 관념이기도 하다.
간단한 예를 보자
여기서 이 회사는 유저를 기사단장님으로 호칭하며 부캐/페르소나의 역할을 한정 짓고, 자신을 게임명/게임 세계명으로 호칭함으로써 입장을 나눈다. 여기에 회사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사단장도 '게임 세계명'도 모두 가상화된 '세계관'에 기반을 둔 '다른 레이어'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었을 뿐 대부분의 게임은 자신들의 유저를 부르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사령관이나 소환사, 마법사, 모험가, 부대원 등등)
이 공지가 '현실의 민감한 이슈의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게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세계관 개념이 없으면 의식적으로 하기 힘들다. 단지 게임 콘텐츠 특히 RPG 등이 이런 세계관을 의무적에 가깝게 사용하고 유저의 감정이입 상태를 깨지 않게 관리하는데 익숙한 영역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일 뿐이다.
이게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미 유저가 바뀌어 있기 때문에.
게임기획자와 연예기획자가 모든 회사에 필요하다.
"A만 잘하면 되지. 뭐 이리 복잡해?"는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역은 진정한 고일대로 고인 고수들의 진검 싸움터가 될 텐데 계속 거기 서있어도 될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고객관리부터 작가의 글쓰기, 게임 기획의 방법, 사업구상 등의 모든 영역이 가상화되고 있다.
포토샵 등의 작업에서 레이어를 분리하는 이유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런 레이어 구분 없이 모두 단일 이미지로 이해하려들면 현실에서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영화. 모든 창작들에서 시작된 어떤 가상 세계의 논리와 이야기들이 현실에 전문 지식화 되어 등장하고 있다. 당장 '메타버스'만 해도 SF소설의 단어이잖나.
'서브컬처'를 전문지식화 시키고 어릴 적 품었던 컬처계의 장인으로서의 삶. 깨지 않는 꿈을 추구하는 모든 동지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현실과 콘텐츠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으니까.
210506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