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210312#게임기획자하얀용
1줄 요약 : 허락도 안 받고 다면을 드러내면 썸 타기 전에 도망감.
주제 : 캐릭터가 허락받고 만남을 지속해 인물이 되고 용건이 없는 관계가 된다.
인물과 캐릭터. 둘은 같은 말이지만 수저와 스푼, 편지와 메일, 인쇄기와 프린터가 다른 것처럼 다른 용도로 쓰려합니다. 깊이와 다면은 작품에 마치 숙명처럼 요구되지만 인간은 복잡하고 인물은 연속면이고 캐릭터는 단면적이다라고 정해봅시다.
그리고 허락받기는 지금 이 글이 읽고 계신 분께 허락받아서 읽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분은 세줄 요약이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안 오셨을 수도 있죠. 어디나 흥미 있는 도입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허락받기 때문입니다.
인물은 많은 허락이 필요하고 캐릭터는 덜 필요합니다. 캐릭터는 그냥 소개팅처럼, 만나면 만난 거죠. 다면적 캐릭터는 소개팅 애프터처럼 한번의 허락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 인물과 캐릭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인물 혹은 캐릭터와 왜 만났나. 비즈니스죠. 보통 돈 벌려고 쓴 콘텐츠의 캐릭터와 비즈니스로 만납니다. 비즈니스가 너무 딱딱하니 용건이라고 해두죠. 용건이 있으니 캐릭터를 만났죠. 용건 없는 캐릭터 잔뜩 나오면 부담스럽습니다. 편의점에 직원 7명 있어봐요. 그래서 용건이란 '흥미진진한 스토리나 무료영화, 타임킬링용 추천'같은 것을 말합니다.
오늘 편의점 직원이라는 캐릭터를 몇 번 만나셨나요. 이 캐릭터가 물건 계산하면서 취업 진로문제 상담하면 당황하시겠죠. 가지고 계신 이타심과 관계없이 말이죠. 이겁니다. 캐릭터가 함부로 이면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렇다고 다면적 캐릭터가 필요 없느냐? 아니죠. 그러면 첫 용건의 단면 캐릭터가 다른 면으로 옮겨가려면 그 허락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발언할 시간을 허락받아야죠. 콘텐츠가 상영되고 캐릭터와의 만남이 반복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도 허락받아야 하니 흥미 있는 도입부처럼 흥미 있는 진행이 필요하겠죠. 무미건조한 용건의 선을 넘지 않는 친절과 미소 같은 특징. 그리고 용건을 지속시키는 무언가. 그리고 ‘지루함’. 기분 좋은 반복의 효용이 떨어져 가면서 일어나는 살짝의 지루함이요.
콘텐츠 독자는 지루함이라는 무시무시한 능력이 있고 이건 창작자가 관리해야 할 에너지 같은 겁니다. 변화에 민감해지고 수용에 인자해지니까요. 이쯤 되면 뭐가 나올 것 같은 지루함은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 스크립트죠.
타이밍이 중요해요. 미드에서 사건 해결 5개쯤 보다가 갑자기 등장인물 과거 이야기 나오면 아 또 나오네! 하잖아요. 여기서 일종의 밀당이 필요한 거죠. 이제 다면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확 인물이 튀어나오면 여전히 곤란하니 그래서 나오는 게 유니폼 변경일 겁니다. 얼굴은 정말 뒤에나 알아보는 거고, 캐릭터는 옷으로 알아보거든요. 세상에 편의점 직원 같은 얼굴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보통 등장하는 게 사복 차림! 제복에서 바뀐 사복. 용건용에서 일상용으로 바뀐 헤어스타일. 이제 처음에 비즈니스로 만들었던 캐릭터가 독자의 용건에서 캐릭터의 삶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여기서 사건과 장소까지 바꿔주면 이제 ‘용건’이 선 밖으로 가버립니다. 설마 사복 차림의 편의점 직원과 요가학원에서 1+1 김밥 가격 물어보진 않을 거잖아요.
이제 얼굴을 알려줄 때가 됐고 캐릭터의 다면이 반복됐다면 살짝 인물을 끌어낼 수 있고 인물이 반복되면 욕망이든 과거든 상처든 예상 가능한 ‘평시’를 구축할 수 있고, 그러면 이제 사건으로 ‘비상시’를 만들 수 있겠죠.
이제야 캐릭터가 인물이 될 기회를 가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끌고 오는 동안 볼거리와 사건으로 허락을 계속 간청해야 하는 것이고요. 스토리고 세계관이고 모두 독자와 캐릭터가 용건 없이 만나는 관계가 되기 위한 핑계들입니다. 다면적 캐릭터가 좋은 게 아니라 그 경로가 좋은 거겠죠. 친해지지 못했던 캐릭터들 따위 다면이 든가 말던가.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을 겁니다. 사귀기 시작한 둘에게 둘 빼고 뭐가 필요한가요. 스핀오프도 만들 수 있죠. 궁금하거든요. 굿즈란건 음악이 안나와도, 스토리가 없어도, 연기를 안해도 만나는 관계잖아요?
자 여기 멋진 음악이 있고, 가수가 있어요. 웃을 때 입이 세모가 되는 가수 가요. 그리고 세모 입이 인쇄된 볼펜은 음악이 안 나와도 팔리겠죠. 놀랍지 않나요?
세계관도 펼칠 수 있죠. 이 사람이 어느 집에 어쩌고 살고 친구들은 어떤지 고향은 어땠는지 궁금할 테니까요. 이제 편의점 직원의 유치원 때 단짝 친구가 입은 빨간 윗도리 가지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막 줄 요약 : 커먼 아이템이 충분히 나와야 레어가 반갑지.
김동은WhtDrgon. 2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