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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n 16. 2021

<돈이냐 영혼이냐 한계를 고민하는 게임제작자들>

김동은WhtDrgon.20170716#게임기획자하얀용


개요

이 글은 2017년 7월 16일 페이스북에 <돈이냐 영혼이냐 같은 게임개발의 고민들> 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글입니다. 개인적 느낀 바가 있어 글들을 옮기고 있습니다. 


내용

게임 개발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서로 다른 페친의 글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어서 도움이 혹시 될까 해서 + 출입카드를 회사 안에 두고 와서 커피숍에 앉아 뭔가 건설적인걸 하고 싶어서 포스팅 하나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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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비슷한 체계를 저마다 가지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게임계와 콘텐츠, 학계, 업계 사람들을 창작자, 제작자, 관리자, 기술자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고수와 하수가 있어서 높고 낮음의 분류는 아니다. 학생들도 내 머릿속에선 이런 분류로 나눠진다. 


 창작자 타입은 예술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사업가를 포함하여 아이디어와 콘셉트 큰 그림 기회를 찾아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지만 정작 노하우를 물어보면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히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실은 자기도 자기 노하우를 잘 모르거나 마법적 연출을 좋아하는지 마술사처럼 중간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제작자와 가장 큰 차이는 환경요소를 제거 극복 가능한 요소로서 인식하는 데 있다. 가령 내 아이템으로 대중의 습관은 변화할 것이다!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질 것이다! 같은 것들. 


말도 안 되는 스케줄에는 거절하거나 새로 창작하거나 계속 고통받는다. 

상위는 대가라 부르고 하위는 짜깁기꾼이라 부른다. 

성공할 때는 트렌드 셰터를 만들고 실패할 때는 공감 불가능한 어처구니없는 걸 만들어낸다. 


 제작자 타입은 목표물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능력이 탁월하다. 규칙 하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어디나 철길을 깔 수 있지만 기차는 언제나 철로를 다닌다. 안돼도 되게 하라라는 말은 제작자에게 더 어울린다. 창작자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안 해버리고 핑계 삼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제작자 타입들이 전기선을 통신선으로 용도 변경해서라도 원하는 바를 이룬다. 창작자와 비슷하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인식한... 다기보단 남들이 알아보는 방법을 통한 돌파를 더 좋아하는 듯하다. 이들은 마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스케줄에서 대가 대비 리스크를 감내하고 시도한다. 

상위는 영웅이라 부르고 하위는 중개인이라 부른다. 

성공할 때는 블럭버스터를 만들고 실패할 때는 콘셉트는 좋았는데 어설프게 트렌드를 따라간 물건을 만든다. 


관리자 타입은 행정가들인데 예정한 목표에 도달시키는 사람들이다. 안될지도 모르는 것을 최대한 피하 고남은 자원으로 모자란 부분을 메꾸려 든다. 체계하에서 자원을 끌어오고 리스크를 예측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과거의 노인들을 인터뷰하여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통찰력을 가지고 다가오는 기회를 주시하고 주어진 자원을 천천히 늘려간다. 제작자와 비슷하지만 리스크 헷지를 사심 섞인 민폐라 여긴다.  


말도 안 되는 스케줄에서는 순조로운 지연에 대비한다. 

상위는 달인이라 부르고 하위는 빌트인이라고 부른다. 

성공하면 장르 종결자를 만들고 

실패하면 스킨만 바뀐 범용 게임을 만든다. 


기술자 타입은 작업물의 완성을 이룬다. 근면 성실하고 꾸준히 반복하여 일가를 이루는데 변화가 가해지면 판타지냐 FPS냐 쇼핑몰이냐 같은 겉모습보다는 구조적인 면, 결국 작업해야 할게 뭔지 파악하고 해오던 것에 추가를 해가며 자신의 스킬을 강화시킨다. 풍부한 반복 경험이 수많은 경우의 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법 제공의 대안이 된다. 기술자는 창작자 제작자 관리자 소양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려 하며 대충 10년 뒤를 기약한다. 


말도 안 되는 스케줄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고 마감일에 마감한다. 

상위는 장인이라 부르고 하위는 알바라고 부른다. 

성공하면 엄청난 디테일의 심플한 게임을 만들고 

실패하면 양만 많고 재미없는 게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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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좋고 B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마다 모두 성공사례들이 있고 위대한 작품이 있고 저열한 사람들이 있다. 최고의 게임에는 대가와 영웅과 달인과 장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규사업, 유지사업, 중앙부서, 지원부서 등에 따라 본부장은 다른 타입이 필요하다. 창작자+제작자 혹은 제작자+관리자, 관리자+작업자. 그리고 많은 조합과 디테일. 


외향적이든 내성적이든 모두 저마다의 경쟁력이 있다. 난 공부는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편인데 그 얄팍한 집중력을 어떻게든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넓게 지식을 흡수하려 하는 편이다. 


혹시나 우리가 더 좋은 길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혹시 이 길이 적성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게임에서도 기회비용의 손실을 두려워하며 스스로의 결정을 버리고 레어 드롭 잘 되는 렙업 빠른 귀족 캐를 찾아 헤매지만 우리는 게임이 아니라 그 규칙을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다양한 게임들이 있듯 게임을 만드는 우리도 여러 타입들의 조합이 있고 저마다 게임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 서버 클라 아트 모두가 PD가 된다. 결국 시간은 가고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남을 뿐. 


타락 성공 영혼 타협 현실 돈 표절 창의 인디 월급 1000년 전에도 있었을 많은 키워드들 속에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지 성공을 만들던가. 성공은 게임을 통해 수많은 타입의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무슨 이유라도 좋으니 왜 만드는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년 전에도 게임계에는 '남의 돈으로 예술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었다. 


20170716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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