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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23. 2018

고객이 부담 없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은?


최근, 날씨가 추워져서 백화점을 갔다. 무조건 옷을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간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바로 구매할 생각이 있는 상태였다. 남성복 전문매장이 모여 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띄는 옷이 있어 잠시 들어갔다. 그러자 남자직원이 다가와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혹시 찾으시는 옷 있으세요?’


그냥 편하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어서,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둘러보러 왔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이 정도로 말하면 직원이 충분히 알아듣고, 하던 일이나 계속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 직원은 ‘알겠습니다. 편하게 구경하세요.’라고 말한 뒤 바로 내 뒤에 붙어서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재질이나 두께를 보기 위해 옷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직원은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처럼 옷에 대한 설명을 내뱉었다.


‘지금 보시는 옷이 저희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입니다. 그 사이즈는 다 나가고 딱 하나 남았어요. 한 번 입어보세요.’


아마 그 직원은 ‘편하게 구경하세요.’라는 의미를 잘 모르는 듯 했다. 나는 결국 직원의 부담스러운 응대에 지쳐 절반도 둘러보지 못한 채 매장을 나왔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의 과도한 응대는 고객들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심지어 직원이 따로 응대를 하지 않아도, 직원의 존재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도 있다. 그건 너무 소심한 사람들만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만약 당신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는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이 믿기 힘들다면, 일본에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마부치 사토시 씨의 저서 <들어가기 쉬운 가게 잘 팔리는 가게>에 나와 있는 사례를 보자.



‘자동차 판매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A씨가 하코다테 지점장으로 혼자 부임한 것은 5년 전이다.당시 쇼룸은 어둡고 음침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곧 매장 안을 정리하고 포스터를 붙여 보았지만 여전히 손님은 오지 않았다. 얼마 후 이 매장 앞에 통행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안 A씨는 큰 도로에 있는 슈퍼마켓 앞에 새 차를 전시하기로 했다.
A씨는 새 차 옆에 서서 "어서 오세요! 지금 캠페인 중입니다!"라고 힘껏 외쳤지만 사람들은 그 앞을 무심히 지나쳐 갈 뿐이었다.사람들의 무관심에 지쳐 버린 A씨는 잠시 쉴 겸 매장 맞은편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멍하게 앉아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 몇 명이  차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커피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야."A씨는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하기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생각한 A씨는 새 차 옆에 책상 두 개를 놓고 직원들을 배치하여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홍보를 하라고 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A씨는 이번에는 확성기를 이용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어서 오세요.지금 캠페인 중입니다. 들러 보세요!" 그러자 행인들은 멈춰 서기는커녕 오히려 더 속도를 내어 휙휙 지나가 버렸다.

실의에 빠진 A씨는 혼자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 몇 명이 멈춰 선 새 차 설명서를 열심히 보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A씨는 "아아,.그랬구나!" 하고 깨닫고는 새로운 이벤트를 계획했다. 그것은 바로 퀴즈 이벤트로, 전시되어 있는 새 차와 관련된 문제를 낸 뒤 매장 앞에 나누어 준 퀴즈 응모 용지에 답을 적어 낸 정답자 중에서 몇 명을 추첨하여 다양한 상품을 주기로 했다. 특히 A씨는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퀴즈의 힌트를 새 차 안에 준비해 둔다는 것이었다. "힌트는 차 안에 있음!"

 손님은 운전석을 들여다보거나, 트렁크를 열어 보거나, 타이어를 만져보면서 힌트를 찾았다. 손님들이 힌트를 찾기 위해 새 차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모습은 마치 이 자동차가 아주 인기가 많아 꼼꼼히 살펴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퀴즈 응모자뿐만 아니라 차를 바꿀 예정이거나 견적을 상담할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A씨는 이제까지 없었던 수많은 미래 손님을 이날 하루에 얻었다.‘


우리는 이 책의 사례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은 직원의 존재유무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고객들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직원들도 힘들게 하는 이런 과잉 응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대부분의 직원들은 고객들이 매장으로 들어왔을 때, 무조건 달라붙어 뭐라도 설명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사장의 눈치를 봐서 일수도 있고, 자신 스스로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장이나 직원들은 10명에게 응대를 해서 단 한 명에게라도 판매하는데 성공하면 ‘역시 적극적으로 응대를 했기 때문에 상품을 팔 수 있었다.’ 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쪽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잉 응대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진실을 깨우쳐야 한다. 만약 응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2명 이상의 고객이 상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어떤 제품을 살지 확실하게 정하고 온 고객들이라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응대를 반길 수 있다. 자신이 사고 싶어 하는 상품이 정말 좋은 상품인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길에 호기심으로 들린 고객들은 굳이 직원의 도움 없이 편하게 매장 안을 구경하길 원한다.



이런 ‘산책형 고객’들에게는 적당히 신경을 끈 척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고객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아무 응대를 안 할 수가 있나. 그럼 직원은 무슨 필요가 있어?’ 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의 의류 브랜드 ‘어반 리서치’의 사례를 참고하기 바란다.



어반 리서치는 자신들의 매장에 ‘말 걸기 필요 없음’이라고 써놓은 쇼핑백을 배치했다. 이 쇼핑백을 든 고객에게는 절대 직원이 먼저 말을 걸지 않기 위해서다. 어반 리서치 측은 그 이유가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고객 설문조사 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말한 고객들이 그 이유에 대해 ‘내 페이스로 물건을 사고 싶다.’, ‘점원이 말을 걸면 오히려 긴장해 마음대로 쇼핑을 할 수 없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판매원의 도움이 필요 없다.’ 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어반 리서치의 무언 접객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거웠다. 이 서비스는 각종 언론에서 큰 이슈가 되면서, SNS 찬반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무려 81%가 이 무언 접객 서비스에 찬성했다. 사람들은 무언 접객 서비스가, ‘소비자를 위한 또 하나의 배려’라고 느껴진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비단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을 열지 않은 상대와 불필요한 대화를 하는 상황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서울신문은 택시기사 102명과, 승객 110명을 대상으로 ‘침묵택시’에 대한 찬반의견을 조사했는데, 무언접객 서비스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침묵택시에 대해 택시기사들은 32.4%가 동의한 반면, 승객들은 79.1%가 동의했다. 심지어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누기 싫어서 택시만 타면 일부러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침묵택시가 어서 도입됐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승객까지 있었다.  


국내의 몇 기업은 벌써 고객들의 심리를 깨닫고,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일부 매장 입구에는 ‘혼자 볼게요.’라는 바구니와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두 개의 바구니를 배치되어 있다. 직원의 응대가 부담스러운 고객과,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 둘 다 배려한 것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고 국내외 SNS에서 화제가 돼 지금은 더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예전에는 고객들한테 다가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하기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런 갈등도 사라졌다.’



굳이 바구니를 배치하지 않더라도, ‘침묵의 배려’는 가능하다. 국내 대표적인 헬스&뷰티 매장인 올리브영은 직원들의 고객 응대 매뉴얼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라고만 말하고 근처에 다가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두었다. 이들은 상품을 구매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직원의 응대’가 아니라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임을 알고 있다.


고객이 부담 없이 매장을 둘러보게 하기 위해서는 과한 응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객이 매장으로 들어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함으로써 그들에게 서비스의 선택권을 줘라. 대신, 할 일이 없는 것처럼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매장이 장사가 안 되는 것을 홍보하고 다니는 셈이다. 고객들이 부담 없이 매장을 구경하는 동안 우리는 가게 안을 활기로 채워야 한다. 상품을 포장하거나, 재배열하거나,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청소를 하며 움직여라. 고객은 당신에게 ‘침묵의 배려’를 느끼며 편안한 쇼핑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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