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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25. 2018

고객들이 나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은?


어떤 누구를 만나던, 당신이라는 사람을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능력만 가질 수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아무리 멋진 스펙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고객이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세일즈맨들은 고객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준비하거나, 특이한 명함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자기소개와 명함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까맣게 잊어버려진다. 이에 대한 증거로, 당신은 아마 ‘명함이 너무 인상 깊어서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고객들의 기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승민 씨의 저서 <세일즈 레시피>에 나와 있는 그의 사례를 보자.


‘내가 기억하는 고객들 중 유난히 디테일하게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었다. 그 고객은 머리숱이 많지 않은 남성 고객이었다. 매우 차분하고 여유로운 행동과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부인과 청소기를 사러 왔다. 최고급 제품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그 외에 특별하게 기억되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결제를 하기 위해 고객이 내민 카드와 개인 정보를 통해서 고객이 치과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약 1년쯤 지났을 때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익숙한 고객이었는데 정확히 누군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고객이 있었다. 그 고객은 바로 치과 의사였다. 치과 의사라는 것을 기억하고 나니 무엇을 구매했는지부터 위의 구체적인 기억들이 줄줄이 되살아났다. 나의 기억 중 왜 치과 의사라는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조각 중에 치과 의사라는 고유명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다.

고유명사만큼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그 후 나는 명함을 나눠줄 때 이름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나를 대표할 수 있는 고유명사를 이야기했다. ‘얼굴이 동그란 사람을 찾아주세요.’, ‘경상도 말투를 쓰는 사람을 찾아주세요.’. 동그라미, 경상도 등의 고유명사를 사용해서 고객의 기억에 나를 각인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그라미라는 이미지를 활용해서 고객이 나를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 나를 찾는 손님은 입구에서부터 크게 외쳤다. 얼굴 동그란 총각! 경상도 말씨 쓰는 총각! 물론 나를 찾는 손님은 줄을 이었다.‘



이 글을 보며 엄청난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핸드폰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김00(직업)' 으로 저장해 놓았다. 만났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그 사람의 직업을 같이 적어 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과거를 회상하다 보면 이름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특징, 만났던 장소 등은 얼추 기억이 난다. 누가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나는 만났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 내 지인들 중 직업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 이 방법은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을 기억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까?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김승민 씨가 사용한 방법을 비슷하게 활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의 기억법 전문가이자 <1등의 기억법>의 저자인 야마구치 사키코는 세상에는 수많은 기억법이 있지만 결국 그 핵심은 2가지로 함축된다고 말한다.


1. 기억은 시각 이미지를 좋아한다.

2. 기존 정보에 새로운 것을 연결해 의미(스토리)를 부여한다.

우리가 보통 과거를 회상할 때,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상황은 기억할 수 있다. 상대방의 처음 듣는 이름을 기억하기보다는 하는 일(직업)은 기억에 남는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볼 때 ‘시각 이미지’와, ‘기존 정보에 새로운 것을 연결하는 것’이 기억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가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무의식중에 기억되어 있는 정보들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이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억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 2가지의 원리를 이해하면 누구나 엄청난 기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2005년, 과학부 기자였던 조슈아 포어는 기억력의 천재들을 직접 보기 위해, '전미 기억력 대회(U.S. Memory Championship)를 취재하러 갔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작위로 주어지는 수백 개의 숫자를 한 번 만에 외우고, 몇 분 만에 시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의 암기력이었다. 그들은 천재임에 확실했다. 조슈아는 그 대회에 참가한 수많은 암기력 천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에드 쿡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조슈아는 그에게 물었다.


 ‘에드, 언제 당신이 평범하지 않은 걸 알았나요?’


에드가 대답했다.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 암기력은 평범합니다. 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암기능력은 평범하다고 말합니다. 믿기 힘든 암기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저희들은 일련의 고대 기억력 기법을 사용하여 훈련하는데 이 기법은 2,500년전 그리스에서 만들어졌지요. 키케로는 자신의 연설을 암기하기 위해서 동일한 기법을 사용했고 중세의 학자들도 여러 권의 책을 통째로 외우기 위해 이를 사용했습니다.’


조슈아는 그의 말에 엄청난 흥미를 느끼며, 기억력을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수많은 논문들을 분석했다. 심지어 2000년 이전, 중세시대에 쓰여진 논문과 고대 라틴어로 된 내용까지 찾아가며 기억법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탐구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공부한 결과를 1년 동안 본인에게 적용시켰는데 그 훈련은 상상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처음 자신이 ‘기억력 천재’들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갔던 ‘전미 기억력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완전히 평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단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가 훈련한 방법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대체 어떤 기억력 훈련을 했길래, 1년 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억력을 갖게 되었을까? 조슈아 포어는 TED 강연에서 자신이 연구한 기억법들 중에서도 핵심을 짚어주었다.


‘시합에서 사용되는 암기방법은 정말 많지만 사용되는 모든 암기 기술은 결국 한 가지 개념, 즉 심리학자들이 '정교하게 부호화하기'라고 부르는 개념으로 정리됩니다. 그리고 이 개념은 ‘베이커 씨(사람 이름)/제빵사(직업)-영어로 베이커(Baker)’ 이야기로 알려진 한 가지 역설로 묘사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제가 두 사람에게 동일한 단어를 암기하라고 한다고 생각해볼게요. 한 사람에게는 "베이커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라고 말하고, 또 한 사람에게는 "제빵사로 일하는 한 남자가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라고 말합니다. 얼마 후 다시 돌아와 그 두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볼 겁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했던 걸 기억하세요? 그게 뭔지 기억하나요?" 제가 이름이 베이커라고 말했던 사람은 직업이 제빵사라고 말했던 사람보다 기억에 남기가 어렵습니다. 같은 단어인데도 말이죠.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요, 베이커라는 이름은 실제로 어떠한 의미도 지니고 있질 않아요. 그 이름은 여러분 머리 속에서 떠다니는 다른 모든 기억들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질 않아요. 하지만 잘 알려져 있는 단어인 제빵사, 우린 그게 누구인질 알아요. 하얀색 우스꽝스런 모자를 쓰고, 손에는 밀가루가 묻어 있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맛있는 냄새가 나죠. 주변에 알고 있는 제빵사가 있을 수도 있죠. 처음으로 제빵사란 단어를 들으면 우린 이런 연상들을 그 단어에 연결하여 이후에는 보다 쉽게 그걸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암기대회에서 사용되는 모든 암기술과 일상생활에서 더 잘 기억하기 위한 암기술은 추상적인 베이커란 단어를 조금 더 친숙한 베이커로 변환하는 방법이죠.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고려하여 문맥과 중요도와 의미가 불충분한 정보를 특정한 방식으로 변환하여 의미있는 단어로 만듭니다.‘


조금 전에 야마구치 사키코가 말했던 기억법의 2가지 핵심 원칙을 기억하는가? 조슈아가 말하는 ‘정교하게 부호화하기’는 야마구치가 말한 ‘기존 정보에 새로운 것을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시각 이미지’를 모두 포함한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위에 있는 제빵사의 예시처럼, 사람들은 기억을 할 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그 이미지들을 새로운 것과 연결시키며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했을 때, 고객들에게 우리를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인식을 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만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들 보다 차별화된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이 부동산을 파는데, ‘부동산 중개사 김장군’ 이라고 기억을 남겨봐야 별로 좋을 것이 없다. 어떻게 하면 똑같은 부동산 중개사들 중에서도 확실히 기억에 남는 중개사가 될 수 있을까?



뉴욕 최고의 부동산 중개인인 프레드릭 에크룬드는 고객들을 만날 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이킥을 한다. 하이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며,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다. 사람들은 매일 프레드릭에게 뛰어가서 함께 하이킥을 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고객들은 프레드릭의 하이킥을 보며 당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좋아한다. ‘이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이 정도 자신감이라면 당연히 전문성도 뛰어나겠군!’이라며 반가워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모든 것이 세일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면 하이킥을 떠올릴 것이다. 이제 하이킥은 나를 넘어서 산다.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를 읽어봤는가? 티핑포인트는 어떤 아이디어, 트렌드, 사회적 행동이 임계점을 넘어 살짝만 건드려도 삽시간에 퍼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사람들은 매일 내게 뛰어와서 함께 하이킥을 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택시들은 창문 밖으로 하이킥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지나간다. 공사장 인부들은 비계에서 ‘프레더릭!’하고 소리지르며 하이킥을 한다. 지난주에는 뉴어크 공항 세관에서 세관원이 내 여권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하이킥을 했다!‘

당신의 트레이드마크가 이동해 다니면서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단순히 주목만 받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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