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한다. 자신들이야말로 고객들에게 정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전 세계 3대 컨설팅 업체 중 하나인 베인 앤 컴퍼니는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막연한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말해준다.
그들이 3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경영팀 95% 이상이 ‘우리는 고객 중심적’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80%에 달하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우수한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의 생각이 아니다. 고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압도적인 비율로 ‘고객 중심적인 생각으로 우수한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던 기업 임직원들의 생각에 비해, 고객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고작 8%정도만이 기업의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기업과 고객의 생각차이는 흔히 ‘전달 오차’라고 불린다.
우리가 막연히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고객들은 냉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업과 고객의 전달 오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전 ‘소비자 설문조사’라는 것을 한다. 그들이 하는 설문조사의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래의 사례처럼 말이다.
한 잡지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의 질문은 총 3가지였다. 첫 번째 질문인 ‘현재 시중에 나온 여성 잡지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1. 광고가 너무 많다.
2. 지나치게 두껍다.
3. 가십거리가 너무 많다.
4. 루머나 스캔들 따위의 쓸데없는 내용들이 많다.
5. 아이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로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
간단히 말해 여성잡지에서 대부분 다루는 3가지(섹스, 스캔들, 루머)가 불편하다는 뜻이었다. 잡지사의 사장은 중요한 핵심을 알아낸 느낌이 들었다. 그는 새로운 잡지를 만들 때, 설문조사의 두 번째 질문이었던 ‘당신이 보는 잡지가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길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참고하기로 했다. ‘육아, 인테리어, 리모델링’과 같은 내용들을 위주로 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3가지(섹스, 스캔들, 루머)를 철저히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설문조사의 세 번째 질문은 ‘싫어하는 3가지를 빼고,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면 정기구독을 신청하겠는가?’ 였다.
설문 대상자의 95%는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했다. 결국 1989년, 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완전히 차별화된 ‘건전 여성잡지’인 <마리안느>가 창간되었다. 고객들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한 마리안느는 사장의 생각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론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잡지사는 무조건 잘 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안느가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건전한 잡지를 원한다고 대답했지만, 사실상 자극적인 글과 사진 때문에 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마리안느는 결국 창간 17호 만에 부도가 났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고객들의 의견이나 설문조사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설문조사도 믿지 못하면, 어떻게 고객들의 의견과 기업의 생각을 좁히라는 겁니까?’라고 따져 물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다음의 사례를 통해 찾아보자.
세계적인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크리스 길아보는 ‘트래블 닌자’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당시 150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매년 20만 마일 이상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세계 곳곳을 알뜰하게 여행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트래블 닌자는 그 노하우를 상세하게 전달해주는 서비스였다. 전 세계의 항공권을 예매하는 방법부터 항공사 귀책 요금을 활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정보가 담겨 있었다. 길아보는 트래블 닌자를 시작하기 전 지인과 예상 고객들의 반응을 조사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대부분은 트래블 닌자에 담긴 서비스의 내용이 흥미롭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길아보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트래블 닌자’가 출시되는 날, 일찍 일어나 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주문을 기다렸다. 사전 조사에서 사람들이 보였던 호의적인 반응만큼, 상품은 많이 팔렸을까? 첫 날의 주문량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100부에 그쳤다. 또한, 설문조사 당시 긍정적 피드백을 보냈던 사람들은 정작 서비스가 출시되자 구매를 하지 않았다.
길아보는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마침내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히 싼 티켓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지, 항공사의 복잡한 규정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이 후, 그는 트래블 닌자를 다른 여행 상품과 함께 패키지로 다시 구성했다. 새롭게 구성된 ‘항공사 단골 승객 마스터’에서는 다른 설명을 최소화하고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만 구체적으로 제공했다. 길아보의 생각은 사람들의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제품은 트래블 닌자와 달리 출시 당일 500부가 팔렸다.
이 사례의 핵심은 길아보의 깨달음에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는 그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다양한 정보가 아니라, 단순히 싼 티켓을 사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조차 모르는 진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저서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탈 비행기가 만석인 데다가 좌석은 여러 명이 앉는 줄의 정중앙인 경우가 있다. 바로 뒷자석에서는 아이가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결코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없는 상황. 조금 더 편안한 좌석을 제공받을 수 없는 것인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수년 동안 많은 승객들이 혼잡한 기내와 비좁은 좌석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항공사 측은 이를 계속 무시해 왔다. 왜일까?
승객들은 항상 좁은 좌석에 대해 불평을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 넓은 좌석에 앉는 것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승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이야 어떻든 가장 싼 가격의 항공권을 구매하는 일이다. 항공사들은 이런 고객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만 제공하며 그들이 원한다고 말만 하는 것은 제공하지 않는다. 즉 제안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 것에 대해 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설문조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객도 모르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빌 비숍은 ‘고객도 모르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한 단어로 ‘최상의 이득’이라고 표현한다. 빌은 그의 클라이언트인 장례식장 사업자에게 최상의 이득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빌의 조언을 듣기 전, 사업가는 장례 사전계획 서비스와 다양한 장례용품, 직원들이 제공하는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해 강조하며 고객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가 제작한 팜플렛과 웹사이트 등 모든 마케팅 도구에는 그런 내용들이 묻어나왔다. 빌은 이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 ‘최상의 이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장례식장에서 최상의 이득은 ‘위로와 보살핌’이었다. 좋은 장례식장 용품, 전문적인 서비스는 기본에 불과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슬픔을 달래고 위로와 보살핌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었다.
사업자는 빌의 조언에 따라, 장례식장 사진으로 도배돼 있던 마케팅 도구들을 모두 고객이 사진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장례 준비 과정을 보다 빠르고 쉬워지게 능률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사를 고용해 고객이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객들이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고, 진심어린 도움에 고마워했음은 물론이다.
최상의 이득을 찾는 것은 고객 마음속의 진실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장사, 세일즈의 대가들은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 표정에서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읽어낼 줄 안다. 그들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진짜로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말이다.
필립 델프스 브러턴의 저서 <장사의 시대>에 나오는 모로코 상인 마지드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낸다. 책에 나오는 그의 사례를 들어보자.
‘마지드는 멀리 텍사스에서 온 어느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손님은 양탄자를 여러 개 만져보면서 가격을 물었다. 그냥 시큰둥해 보였다. 그는 휴스턴 집에 깔 양탄자를 찾는다면서 최고로 좋은 물건을 달라고 했다. 마지드는 그 손님에게 ’최고‘라는 말은 ’가장 비싼‘이라는 뜻이라고 단박에 꿰뚫어 보았다. 마지드는 그에게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아주 비싼 양탄자가 몇 장 있긴 한데 손님이 생각하는 물건이 맞을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던졌다. 손님은 군침을 삼켰다. “맞아요, 내가 찾는 물건이 맞아요.” 마지드는 마지못해 꺼낸다는 투로 양탄자 여러 장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손님은 마지드가 미안하다는 투로 너무 비싼 물건이라고 말한 양탄자를 가리켰다. “바로 그거요.” 그 남자는 당장 값을 치렀다.
마지드가 ’최고‘라는 말을 가장 질 좋은 물건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면 그 손님을 진정한 양탄자 감정가로 대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난 서술적 지식 덕분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손님은 품질과 가격을 동격으로 보고 무엇보다도 집에 놀러 온 손님들에게 모로코 최고의 양탄자를 샀다고 자랑하고 가격을 증거로 제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경우, 고객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좋은 양탄자’지만, 최상의 이득은 ‘집에 놀러 온 손님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다. 마지드는 이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고객도 모르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고객이 차마 말할 수 없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짚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고객의 최상의 이득을 찾아 제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