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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18. 2020

메모와 글쓰기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혁명적인 삶을 사는 비결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수첩, 스마트폰 메모장을 꺼낸다. 뇌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꺼내서 글로 적어내는 순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자기계발서를 보거나, 주변에 있는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메모장은 이후 책으로 출간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처음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때조차 필기행위는 나와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는 첫 책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독서를 하면서 메모를 하거나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다음은 나의 첫 책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 의 본문 내용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33권을 다 읽으면 머리에 지식이 엄청나게 습득될 줄 알았다그 지식들로 내 삶이 바뀌는 줄 알았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원래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닌데밑줄을 치거나 필사를 하거나 독후감조차 쓰지 않았다그래서 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심지어 책의 제목과 저자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100일 동안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따로 있다. ‘저자들의 가치관

이것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다저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독서 습관은 책상에 1시간도 못 앉아 있던 나를 2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이 습관은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사람들을 만날 때는 내 이미지를 항상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주었다


기존에는 책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해야 할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날려 보내기 싫어서 메모를 시작했다. 메모를 하기 전에는 ‘와! 이 내용은 진짜 적어두고 적용해봐야겠다.’ 라고 생각만 하고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에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수였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과학적으로 ‘기억’을 연구한 최초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Ebbinghaus)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교육과 삶에 밀접하게 적용되는 ‘망각곡선’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학습한 내용에 대해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후에는 50%, 하루 뒤에는 70%,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한다고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 굳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다만 귀찮아서 적지 않을 뿐이다. 


메모는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오는 통찰이나,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적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메모에는 그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 메모는 우리의 복잡한 생각들을 부호화하는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글쓰기 실력 또한 상승시킨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글쓰기가 중요하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 글쓰기는 세계적인 리더들이 성공의 요인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영역 중 하나다. 


하버드대학교는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대표적인 학교이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리처드 라이트(Richard Wright) 교수는 <하버즈 수재 1,600명의 공부법>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하버드생이 4년 동안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바로 글쓰기다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은 대학생활은 물론 직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하버드에서는 1977년 이후 1600명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현재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에 대해 조사를 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90% 이상의 졸업생들이 ‘글쓰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업무의 효율을 늘리는 장점뿐만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머리를 가볍게 하고 불안감을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매일경제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인물들은 대부분 일기를 쓴다. 일기를 10년간 쓰면 나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요소를 쉽게 알 수 있다. 한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이 전쟁이라는 그 바쁜 상황에서도 꾸준히 ’난중일기‘를 집필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라고 말한다. 김경일 교수 또한 글쓰기를 생활화하며 본인의 하루를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 중 메모를 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을 글로 정리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다. 이들은 하루하루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글로 적어두고 하나씩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적당히 바쁜 사람들’은 메모를 하지 않아도 적당히 생활이 가능하다. 머리가 조금 복잡하고 무겁긴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집에 가서 적당히 쉬는 것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그러다보니 사실은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심리적으로 훨씬 더 많다고 느낀다. 할 일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엉켜 부풀어있기 때문이다.


메모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를 알아보자. 글을 쓰는 습관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글쓰기’라는 행위와 단어 자체에 부담감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글쓰기 보다는 메모를 처음 시작점으로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모보다는 필기를 하는 것에 더 익숙해져있다. 메모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거나 자신의 기억을 돕기 위하여 핵심적인 문장을 남기는 생성(generative)적인 행위’이고, 필기는 ‘단순히 누가 말하는 내용(학교수업, 직장상사, 세미나, 회의 등)을 그대로 받아 적는 비생성적인(nongenerative) 행위’이다. 물론 필기도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기억이 안날 때 들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필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메모의 단계로 넘어가야 진짜 글쓰기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심리학자 팜 뮐러(Pam Mueller)와 다니엘 오펜하이머(Daniel Oppenheimer)는 UCLA와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 32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교수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적는 학생들은 학습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험은 노트북으로 교수가 하는 내용을 모두 적는 학생(필기)과, 손 필기를 통해 선별적으로 적는 학생(메모)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이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동일한 TED 강연을 15분 동안 보여주고 필기를 하게 했다. 강의가 끝나고 난 후 학생들은 강의 내용에 대한 실험을 치뤘다. 시험의 내용은 크게 사실 여부(암기)를 묻는 질문과, 분석하거나 비교하는 추상적(개념)인 문제도 있었다. 실험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개념적인 문제를 푸는 능력은 손 필기를 한 학생들이 더 높은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단순히 기억을 위해 모든 내용을 필기하는 비생성적인 글쓰기는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특별히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반면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수기식으로 메모하는 것은 두뇌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게 하여 기억력뿐만 아니라 응용력까지 높여준다. 


메모와 글쓰기는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지만, 더 좋은 방법은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메모와 글쓰기에 대한 수많은 책, 연구들을 종합하여 개발한 ‘생각정리 글쓰기 5단계’이다. 처음부터 5단계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1단계부터라도 차근차근 시도해보길 바란다.


1단계(필기/필사) : 기억을 위해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학생이라면 교사,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다. 판서나 PPT 자료들을 최대한 그대로 적는 방법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처음에는 받아쓰기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직장상사가 지시하는 내용, 회의/세미나 때 나오는 내용들을 모두 받아 적어라.


2단계(수동적 메모) :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적는다. 업무에 관해서는 해야 할 일(To do list)을 적는다. 1단계에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조금 더 효율적인 메모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여러 연구에 의하면 모든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은 중요한 내용만 받아 적는 것보다 개념적인 이해에서 딸릴 수밖에 없다. 모든 내용을 적다보면 강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적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중요한 내용을 캐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라면 직장상사의 모든 지시사항을 적기보다 정확히 내가 해야 할 일만 캐치해서 적으면 된다. 상사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다면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꼭 다시 물어보라.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적을 수 없다면 머릿속에서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메모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 


3단계(공격적 메모) : 중요한 내용을 메모함과 동시에, 깨달은 내용(주관적 아이디어)에 대해 적는다.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도 적는다. 2단계까지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좀 더 공격적으로 메모를 해도 된다. 단순히 핵심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강의를 통해 깨달은 내용(적용할 부분)에 대해서도 재빨리 적어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수첩을 펴서 깨달은 내용을 정리해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메모한 내용을 다시 펼쳐보지 않는다. 여행지에 가서 수많은 풍경사진들을 찍곤 하지만, 돌아와서 다시 보는 사진은 결국 풍경만 나온 사진들이 아니라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이다. 메모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의 주관적 아이디어와 적용할 점들을 적어놓아야 나중에 다시 펼쳐보게 된다. 


4단계(적용) : 메모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To do list(해야할 일)를 작성하고, 실행에 옮긴다. 2단계에서는 직장상사나 교수들이 숙제를 준 내용들을 수동적으로 메모했다면, 이번에는 내 주관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To do list를 작성하는 것이다. 남들이 시키는 것만 하면 절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없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어떤 것을 적용하고 셀프 피드백할 것인지 발췌하라. 그리고 그렇게 발췌한 내용은 반드시 실행하라. 


5단계(반성적 글쓰기) – 메모한 내용들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적는다. 어떤 부분이 막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적는다.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한 To do list를 적는다. 과거의 실수를 되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질주한다면 반드시 벽에 부딪히게 된다.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하루 동안 한 일에 대해 반성하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인지 적어야 한다. 처음부터 매일매일 적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일이 있었을 때만 적어도 좋고, 반성할 부분이 생길 때만 적어도 좋다. 어떤 반성이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요약정리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메모를 통해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기억할 수 있다. 메모에 익숙해졌다면, 글 쓰는 능력을 배양하여 사고를 확장시키고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글쓰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생각정리 글쓰기 5단계’를 통해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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