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와 대중들은 외향적인 성격을 긍정적이라고 보고, 내향적인 성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한 사건 사고들의 경우(싸이코패스, 묻지마 살인, 성폭행 등), 이 범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있다.
‘이 범죄자가 평소에도 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면에 억제된...’
이런 말들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장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내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놓는다.
이번에는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실제 상황이 닥치면 그렇지 못하다. 신나는 회식자리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만약 본인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 술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내향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계속 말을 건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장면을 보았거나 직접 경험하게 된다.
‘왜 이렇게 말이 없어? 낯을 많이 가려? 재미없어? 술 안 좋아해? 친구들이랑은 많이 먹으면서 여기서만 안 마시는 거야? 회식자리 오면 사람들한테 술도 한잔씩 따라주고 해야지 더 친해지는 거야. 안 그러면 나중에 같이 일하기 힘들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든다. 회식과 회의, 토론 등 팀플레이를 선호한다. 일을 할 때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이처럼 외향적인 성격을 중시하는 문화는 직장에서뿐만이 아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들과 잘 어울려야 하고, 장기자랑이나 발표를 시켰을 때 수줍음을 타거나 망설이는 것은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다. 외향적이지 못하고 사교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발표나 장기자랑, 회식을 싫어하고 사교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내향적 성격이 좋지 않다는 인식과 외향적 성격이 좋다는 인식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이러하다. 낮은 자신감, 불안, 융통성 없음, 우울, 비관적, 수줍음, 사교성 없음, 소심함, 무기력함 등이다.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사교적, 개방적, 생기, 스트레스 면역, 주도적 등이다. 이 특징들만 고려한다면 당연히 외향적 성격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비밀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과, 외향적인 성격의 단점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말은 심리학자 칼 융이 1921년에 출간한 <심리유형>이라는 책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외향성과 내향성을 긍정적이고 부정적이라고 양극화시키지 않았다. 그는 외향성에 대해서는 사교적이고 활발하며 상황에 쉽게 적응하고, 잠정적 불안 요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지의 상황으로 돌진해나가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향성에 대해서는 사려 깊고 대상으로부터 물러나 관조하며, 방어적이어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뒤로 물러나 신중히 검토하는 특성이라고 하였다.
1940년대, 영국의 심리학자였던 한스 아이젠크는 융의 외향성-내향성 이론을 실험에 의해 더욱 체계화 시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향적 성격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조용히 홀로 활동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길 꺼린다. 보수적이며 친한 친구 외에는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한다. 일을 할 때는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하고 신중하며 순간적인 충동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일상이 규칙적이고 엄격하다. 윤리적인 관념을 따르고 믿음직스럽게 일을 처리한다. 공격적인 행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다소 비관적이다’
아이젠크의 성격유형론(아래의 4분면 그림)에 따르면, 단순히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중매체와 언론, 교육 등에서 주로 접하는 모습은 내향-감정적인 영역과 외향-안정적인 영역이다. 아이젠크가 말한 것처럼, 정서적으로 안정된 내향적인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중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톱스타, 리더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많다. 빌 게이츠, 아브라함 링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링턴,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 마릴린 먼로, 제이 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이디가가 등 수많은 유명인, 리더들이 대표적인 내향적인 성격으로 꼽힌다.
반대로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공격적이고,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나 직업적으로도 큰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이 글을 통해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타고난 성향이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는지‘ 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는 이미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애덤 그랜드의 연구가 있다. 그는 130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피자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각 점포별 리더들의 성격을 점수로 측정하고, 직원들이 얼마나 업무에 적극적인지 측정했다.
결과가 굉장히 흥미로운데, 직원들이 업무에 적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수록 외향적인 리더의 성과가 급격히 낮아졌다. 평균보다 14%나 낮은 성과였다. 반면에 직원들이 업무에 소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외향적인 리더가 평균보다 16%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 말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회사일수록, 외향적인 리더보다 내향적인 리더가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후속연구들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애덤 그랜트 교수는 163명의 대학생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티셔츠 접기’ 실험을 진행했다.
각 그룹은 1명의 리더와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었고, 1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수의 티셔츠를 접는지가 관건이었다. 이 실험에서도 적극적인 직원들이 있는 그룹들이 내성적인 리더 밑에서 있을 경우 평균보다 28% 높은 실적을 보였다.
외향적인 사람이 사회에서 리더가 되고, 업무에서도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완전히 틀렸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향적 vs 외향적 성격의 구도가 아니다. 정서적 안정이 뒷받침 된다면 어떤 성향의 사람이든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인생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내향성이란 하나의 특징일 뿐 고치거나 개선해야만 하는 단점이 아니다. 내향성은 상황에 따라서 무언가를 시도할 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만한 충분한 장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내향성을 억지로 외향성으로 바꾸려 하지 말고, 정서적 안정을 높임으로써 내향성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향적인 성격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성격(내향성)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이라는 주제로 TED 강의를 한 연사이자 <콰이어트>의 저자인 수전 케인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명이 앉아 있는 강의실에서라면 절대로 손을 들지 않을 사람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2천 명, 아니 200만 명이 보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한다.’,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이전의 글에서도 꾸준히 환경설정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떤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에 따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 평범하게 자신을 억눌러가며 살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성과를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수많은 연구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두 번째,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과 내향적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것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해보아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그렇고 내 스스로를 생각하기에도 외향적 성격에 가깝다. 그러나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있고, 실제로 오랜 시간동안 글을 써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더 어울리지만, 나는 대부분의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쓴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그의 연설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가 대외적으로 보여주었던 모습을 고려하면 ‘정말 이 사람이 내향적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수전 케인은 TED 강연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에 관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집필하는데 대략 7년 정도 걸렸어요. 저에게 그 7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왜냐하면 독서하고, 글 쓰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 할아버지가 서재에서 보내신 외로운 시간의 제 버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일은 아주 다릅니다. 제 일은 여기 나와서 말하는 거죠. 내향적 성격에 대해서 말이죠. 그게 저에게는 훨씬 더 어렵습니다. 제가 바로 이 순간에 영광스럽게도 여러분과 함께 있지만,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서 이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 때마다 지난 1년간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저는 지난 한 해를 "위험스럽게 연설하는 해"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녀는 자신이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1년간의 준비 끝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강연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나 또한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엄청나게 고역이었지만, 의미있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나의 성향을 잘 아는 주변인들은 ‘너가 책을 읽어?’, ‘심지어 책을 썼다고?’ 라는 말을 하지만 나더러 내향적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만약 ‘성격이 내향적이라서 무엇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든다면, 사실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없는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실력은 키우면 된다.
요약정리 : 언론매체와 대중, 교육시스템 자체가 외향적인 성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향성과 외향성은 성격일 뿐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높이면, 오히려 내향성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타고난 성격 탓을 하면서 ‘나는 원래 내향적이라 이런 것은 잘 못해’ 라고 하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이미 너무나 많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리더의 자리에 가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끈기있게 실력을 채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