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썼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됐다. 다음 달이면 세 명의 에디터와 함께 일하게 된다. 회사 식구들이 늘어가면서 책임감도 같이 커져간다. 선배 사업가들에 대한 존경심도 커져가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직접 해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직원이 3명이나 생겼으니 내가 직접 할 일이 줄어들법도 한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이 세 배로 늘었다. 각 에디터들이 제작하는 컨텐츠의 기획부터 검수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믿고 맡기겠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직접 다 관여할 생각이다.
지난 주 수요일, 예전의 수강생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2년 전에 약 5개월 정도 '1인기업가 양성과정' 으로 1:1 컨설팅을 했었는데 당시의 수강생이다.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 때 대표님한테 강의 듣고 나서 반짝 몇 달간은 돈 잘 벌었어요. 한 달에 몇천만원씩도 벌어보고. 그래서 약간 자만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무실도 이사하고, 직원도 뽑고 했는데 지속이 안 되더라고요. 마침 기획부동산한테 사기 비슷한 것(?)도 당해서 팔지도 못하는 땅까지 샀어요. 대출 영끌해서 샀는데, 지금은 이자로만 한달에 몇백씩 나가고 있습니다."
대충 상황을 들어보니 한달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대출 이자를 포함해서 1000만원 가량 된다고 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성급했기 때문이다. 아직 성공할 만큼의 성과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직원을 채용하고, 겉멋든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까지 수많은 강의들을 들었고, 여러 사람들을 가르쳐왔다.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수강생들을 만났다. 이런 사람들은 백이면 백 공통점이 있다.
"사업은 시스템으로 굴려야죠. 제가 직접 실무를 뛰면 사업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제가 일일이 다해요. 저는 일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이런 말들을 밥먹듯이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동의힌다. 제대로 된 사업이라면 대표가 없어도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생기려면 일단 안정적인 매출이 나와야 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을 막힘없이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시스템을 만들려면 사업 초기에는 대표 스스로가 1인 10역을 해내야 한다.
사업 초반의 대표는 인사담당자가 돼서 채용과 인사행정, 급여관리까지 다 해야 한다. 세일즈, 마케팅도 해야 한다. 교육도 해야 한다. 시스템을 위한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쉬운 일이 단 하나도 없다.
자신이 직접 이런 일을 하지 않고 바로 직원을 채용해서 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 회사가 크기 전까지는 대표가 모든 직원들의 일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한 명이 빠졌을 때 얼마든지 빈틈을 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달에 천만원도 안정적으로 벌지 못하는 사람이 직원을 채용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귀찮은 일이 하기 싫은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고 해도 진짜 결론은 '귀찮고 힘들어서'다. 세상에는 이처럼 아무 생각도 개념도 신념도 없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서 직원을 채용하고, 지인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서 넓고 쾌적한 사무실을 얻는다. 세금처리를 핑계로 외제차를 과감히 지르기도 한다. 최악이다.
위에서 말한 '상황이 안 좋아진 수강생'에게 내 솔직한 생각을 말해주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항상 기억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항상 귀찮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업 초반의 생존 여부는 '귀찮은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어요. 한달에 몇 천만원, 몇 억 벌어봐야 의미 없습니다. 한달에 500만원을 벌어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벌어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상황이 될 때까지는 대표가 직접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하루하루 귀찮은 것들을 계속 해나가야 해요. 대표가 사업 초반부터 귀찮은 것을 안하려고 하면 그 사업은 100% 망합니다."
다행히 나는 이런 실수를 절대 하지 않는다.
20살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지금 이 순간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자만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일의 성과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지만, 불필요한 지출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한다. (갑자기 유재석의 예전 셀프카메라가 떠오르는데, 안 본 사람들은 꼭 한번씩 보길 권한다. https://youtu.be/er5_sPevfJU)
최근에는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수익이 몇 배 이상 늘었음에도 개인적으로는 그 때보다 돈을 훨씬 더 안쓴다. 차는 아직도 경차를 타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 레스토랑도 안가고 비싼 옷이나 신발, 시계 등도 절대 안 산다. 사업이라는 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잘 되는 상황일수록 더 아끼고 신중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한달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일단 생존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직원을 채용하는 순간은 '할 일이 더 늘어났을 때', '더 이상 내가 일을 다 할 수 없을 때' 뿐이다.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은 절대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밤을 새서라도 직접 한다.
한 달에 수십개의 컨텐츠를 기획하는 것.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것. 리텍스트 블로그/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유튜브 컨텐츠를 촬영하는 것. 채용, 행정, 교육, 세일즈, 마케팅 모두 다 내가 한다. 리텍스트에는 현재 직원이 2명, 곧 1명이 더 입사하지만 내 일을 서포트해주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일만 집중해서 한다.
물론 가끔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한다. 내가 모든 일을 맡아서 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자동화를 만들고 쉴 시기가 아니다. 최소 5~10년은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실수하게 된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의 의사결정이 귀찮은 것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닌가?'
'일하기가 싫어서 시스템, 자동화, 사업적 성장 등의 그럴듯한 이유를 만드는 것 아닌가?'
리텍스트 조현우
whtlrkwkd1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