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현우입니다.
저는 2015년부터 약 8년 동안 자기개발, 비즈니스 강의 업계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십개의 비즈니스, 마케팅 관련 강의, 강연, 컨설팅 등을 결제해서 들었습니다. 업무적으로 수 백명의 전문가(가짜와 진짜)들을 만나왔으며, 직접 마케팅 강의를 하며 수백명의 수강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현재는 그로우마이즈를 운영하며 여러 비즈니스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그동안 직접 겪어왔던 구체적인 사례들 중 몇 가지를 함께 공유하려 합니다.
자기개발, 비즈니스 강의 업계의 현실
1. 제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마케터로 일을 할 때, 매월 5000만원 정도의 정산액을 받아가는 주식 크리에이터 T가 있었습니다. 업무상의 이유로 T를 인터뷰하기로 하였는데, “인터뷰 질문지를 1주일 전에 달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 해서 질문지를 보내주었습니다. T는 제가 보냈던 질문지에 답변을 덧붙여서 저에게 다시 보내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준비성이 철저하신 분이구나,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시작하고 나니 T는 본인이 미리 적어두었던 답변 이외에는 전혀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말그대로 전-혀요. 사전 질문지의 답변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100% 똑같이 외워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면서, 계속 더듬거렸습니다. 예상됐던 인터뷰 질문 이외의 질문을 던지면 아예 대답을 못했습니다.
전문가라는 게 도저히 의문스러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식사를 하며 물었습니다. “올해 투자 수익은 얼마나 되느냐, 자산이 많겠다...” 그랬더니 답변이 기가 막혔습니다. “사실 저는 모의 투자만 해서, 실제로 투자로 번 돈은 없어요” T는 본인이 직접 투자로 돈을 벌어본 경험은 없지만 '투자 전략' 강의를 팔아서 매월 5,000만원의 정산액을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2. 책쓰기 강의를 하며 한 명당 1100만원의 강의료를 받는 강사 K가 있습니다. K는 30대의 나이에 10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며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입니다. K는 이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성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성공한다” 라면서 말입니다.
K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보니, K를 신격화하는 수강생들과 코치진들의 글로 가득했습니다. 마침 지인들 중 K의 수강생이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인에게 K의 수강생들을 소개받아 3명 정도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천 만원을 냈는데 알려주는 게 거의 없었다, 돈을 냈기 때문에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죽어라 글을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쓰면 성공한다는 건 망상, 몽상에 가까운 것 같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 한 수강생은 K에게 1100만원짜리 책 쓰기 교육뿐만 아니라 1인창업과정, 공동저서 과정, 블로그 마케팅 과정, 주식투자, 원데이 강연수업, 유튜브 마케팅, 목차 과외, 부동산 투자 과정 등을 다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수강료는 총 4700만원이었고, 역시 얻은 것은 빚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면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 했더니 “K가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 3명을 고용해서 수강생들을 역공격한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K를 좀 더 파봤더니, 그가 낸 책은 한 번도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없었으며 90% 이상이 자신이 만든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이었습니다. 책표지와 제목만 달랐을 뿐, 목차와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2번 사례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제가 이전에 썼던 이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3. 네이버 비즈니스판 기자 시절,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갔었던 에세이 작가 J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라는 형태의,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말로 인기를 끄는 작가분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개인적인 궁금증을 담아 말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J가 답했습니다. “마케팅이죠, 어차피 사람들은 책 안 봐요. 저는 글 쓰는 데 시간 1시간을 들이고, 마케팅 하는 데 하루를 꼬박 씁니다. 마케팅만 잘 되면 그냥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9음절만 써도 겁나 잘 팔려요” J는 자신이 책에 쓴 내용처럼 살면 다들 굶어 죽을거라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본인은 매일 야근하며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4. 1인기업을 운영하던 시절, 블로그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들을 2곳 정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대행을 맡겼던 A업체는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를 엄청나게 높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혹해 대행을 맡겼고, 실제로 방문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구매로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는 성장했지만 비즈니스는 전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업체의 대행을 끊자마자 방문자 수는 1/10 토막이 났습니다(별도의 트래픽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A업체의 대행을 끊고 나서는 “마케팅은 매출이 올라야 의미가 있다, 조회수 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팔리는 글’을 써야 한다”라고 했던 B업체에 대행을 맡겼습니다. B업체는 마케팅 전문가로 유명한 유튜버가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블로그 마케팅 업계에서 워낙 유명한 회사였고, 리뷰도 좋고 신뢰가 가서 맡겼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B업체의 담당자였던 K에게 “조회수가 너무 낮지 않냐” 라고 물으면 “무작정 100명, 1000명에게 노출되는 글을 쓸 것이 아니라 10명 중 1명이 살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라는 정석적인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상 글 자체도 매력적이지 않고 조회수도 낮아서 아무런 마케팅 효과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사석에서 K를 만나 식사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K에게 B업체의 실황을 물었더니, “당시에는 혼자서 5개의 업체를 담당하느라.. 솔직히 클라이언트를 하나하나 꼼꼼히 볼 여력이 없었어요, 회사에서 준 ‘팔리는 글 템플릿’ 에 맞춰서 빨리 많이 쓰는 게 중요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클라이언트들도 성과가 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5. 그동안 수많은 마케팅 대행사 대표들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본인이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며 해외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자랑하곤 합니다. 백화점에 가서 FLEX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연봉을 00억씩 번다”며 자랑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마케팅 대행사 창업을 하면 금방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원을 한 명씩 채용하고, 교육하고, 클라이언트들을 관리하다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늘어나고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체계화가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욕심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별로 업종과 특성과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시스템화 시킨다는 것은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저 스스로는 마케팅에 자신이 있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지만, 직원들은 아직 그런 인사이트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저(조현우)를 보고 마케팅 대행을 맡기는데, 사실상 실무를 하는 것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제가 보는 시각과 직원들의 시각을 맞추려면 상당한 경제적, 시간적 교육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이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면, 마케팅 대행사는 대표가 아닌 실무자의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대표는 직원들 관리와 교육에 초집중을 해야 합니다. 대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직원들 교육과 관리에 집중하지 않고 놀러 다닌다? 클라이언트의 성과가 절대 날 수가 없습니다.
6. 한동안 무자본창업 열풍이 불었습니다. 수많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들과 크리에이터들은 공격적으로 퍼포먼스 광고를 했습니다. “하루 2시간만 일하면 1000만원 번다” 등의 카피라이팅으로 열심히 컨텐츠를 만들고 홍보를 했습니다. 저 또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있으면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강의를 팔기 위해 열심히 카피를 짰습니다.
다행인 점은, 수강생들의 후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러나 신기했던 것은 강의를 다 수강하지도 않고 극찬을 하는 후기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있으면 각 수강생들의 수강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의가 너무 좋다” 며 후기를 달아주신 분들을 인터뷰해서 BEFORE/AFTER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연락을 해보면 삶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강의를 듣고 인생이 바뀐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BEFORE/AFTER 콘텐츠에 자신을 올려달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긴 했는데, 그 분들은 사실상 강의를 듣기 전부터 잘 되고 있던 케이스였습니다. AFTER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BEFORE를 억지로 더 안 좋게 보이도록 스토리를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7. 마케팅 회사를 차린 후 수많은 비즈니스 인플루언서들을 만났습니다. 돈을 잘 번다던 그들은 저에게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마케팅을 할 때는 가장 높은 수익일 때를 얘기했던 거고,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마케팅 좀 도와주세요”, “매출은 높은데 사실상 남는 게 없어요…”
심지어는 2200만원 짜리 마케팅 교육을 판매하고 있는 S강사는 저에게 “마케팅 좀 도와달라, 힘들다, 적자다” 라며 마케팅 대행을 의뢰했습니다. “유튜브 성공 방정식” 을 가르치던 유튜버는 어느새 본인 채널의 조회수가 바닥을 찍었고, “하루 2시간 일하고 월 1000만원 버는 블로그 비법” 을 가르치던 L 강사는 블로그로 돈을 못 벌어서 결국 취업을 했습니다.
조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