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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y Dec 21. 2015

"사람이 미래다", 믿은 건 아니죠?

두산인프라코어 사태는 다가오는 무차별적인 구조조정 시대의 서막인가?

1~2년차의 신입사원까지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차가 높아 임금 수준이 높은 이른바 '사오정'을 주요 대상으로 벌어지던 구조조정이 20대의 저연차 직원들까지로 확대되면서 공론화되었습니다. 특히 퇴직 강요과정에서 벌어진 화장실을 못가게 한다거나 회고록을 강제로 쓰게 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더욱 샀습니다.


"사람이 미래다" --> "사람이 (나가야) 미래다"?


출처 : google image search


첫째날 업체의 감독관이 하는 말이 12시~1시까지의 점심시간과 3시~3시10분이 보장된 휴식시간이라면서 그 외에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했으나 자주 이용할 경우 경고장을 보낼 것이며 그게 3회 이상 누적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휴대전화도 개인 소유물임에도 전체적으로 다 내라고 했다. 앞에 모아 놓고 쓰지 말라고 했고 안 내면 경고장을 낸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3회 이상이면 인사위에 회부한다.

두산인프라코어 ‘희망 없는 희망퇴직’···이번엔 ‘퇴사 압박’ 교육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까지 '희망퇴직'을 시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신입사원은 보호하라"라며 구조조정 대상 변경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논란은 다소 잦아들기는 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이미지 광고때문에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상이 정해진 퇴직 강요 프로그램을 '희망퇴직'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구조조정을 2번이나 겪은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써, 본인이 원해서 퇴직한다기 보다 희망하지 않을 시 당할 불이익 - 위로금이 없다거나 하는 - 때문에 마지못해 한다고 보면 위 주장에 100% 공감합니다.)


일각에서는 OB맥주 등 소비재 사업을 매각하고 중장비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략 자체의 문제점과 그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아닌 빚으로 인수한 밥캣의 기대 이하의 실적 등으로 발생한 위기의 책임을 최고의사결정자인 경영진이 아닌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30대초인 박서원씨가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임명되면서 '헬조선'과 함께 퍼지고 있는 '수저계급론'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기도 합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상황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아래 기사 참고.
매경이코노미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 위기 ‘일파만파’ 맥킨지 조언 실패 눈총에 영구채 논란까지'


한국경제에서 회사 오너의 힘이 절대적인 상황, 조직에서의 위계질서가 월급쟁이의 목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기에 위와 같은 주장에 동의합니다만 힘의 불균형을 해소시켜줘야 할 국가(정부)가 친기업적이고 노동자에게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입장이므로 주장은 말그대로 주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제는 지금이 구조조정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신입사원까지 대상이어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지만 대체로 가족까지 부양하고 있는 40대 이상은 정리되어도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만연화된 조기퇴직으로 인해 40대 이후 임금수준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월급쟁이에게 희망적인 메세지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내년도 경제는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도는 가운데 삼성을 비롯한 유수의 재벌들이 몸집을 이미 줄이기에 나섰고 박대통령과 정부는 연일 '경제위기론'을 언급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역시 빚으로 부동산/건설 부양에만 나섰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아몰랑'하며 내년 총선을 위해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

이제 경기가 어려우니 대부분의 기업에서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있어 보입니다.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쉽고 그 중에서도 고정비, 그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구조조정 등 노동계에 반하는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야당이 제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인력 조정이 더욱 우려됩니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시점에서 고용 창출이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점, 사회안전망 수준도 OECD 최하위인 점을 감안할 때 월급쟁이의 앞날이 우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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