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그런 정치인을 가질 수 있을까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삼간다”라는 뜻의 단어, 신독(愼獨).
퇴계 이황이 대학과 중용에서 배워 평생토록 신조로 삼은 말이다. 중용에는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故君子愼其獨也)’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의 덕목으로 알려져 스스로 군자이기를 바란 선비들은 주변에 누가 있든 없든 홀로 있을 때 흐트러짐 없이 잘못된 생각조차 멀리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아마도 시인 윤동주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읆조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때 책읽다 우연히 발견한 ‘신독’의 뜻에 매료된 뒤로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지만 실천은 얼마나 어려운 지 알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어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를 봐도 ‘신독’을 실천한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말이다.
며칠 전 우리는 노회찬이란 진보정치인을 잃었다. 많은 것들을 남기고 기억시키고 떠났지만 개인적으로는 평소 ‘신독’을 실천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삶,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삶을 실천한 사람으로 말이다. 다만 너무나도 높이 설정한 스스로의 도리때문에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불행할 결말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온갖 거짓말과 술수가 난무하고 탐욕적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이고 그 세상의 결정판이 한국 정치권이라, 그래서 어떤 때는 비상식에 인간임을 저버린 일들이 상식적으로 인식되거나 용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기 때문에 더더욱 노회찬 의원은 빛이 난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우리 시민의 몫이고 떳떳한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추악한 그들이라 더 슬프다. 할 수 있는 건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