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간이라는 것에 어떤 기대가 있었던 적이 있던가. 빨간 핏줄 여러 가닥이 검은 자에 어지럽게 붙어 이글거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난 그런 적이 없던 것 같다. 아니 없어야 한다. 저런 광기에 무슨 기대를. 마주한 그 광기에, 당장 뒤돌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땐 정말 난처하다. 얼굴에 튀는 한 두 방울의 침,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 사이로 우렁치는 목소리, 그리고 그 광기가 가득한 눈. 어쩔 수 없어 그냥 마주 서있는 내겐 웃음마저 떠오른다. 이런 것도 인간일까라는 생각마저 일는다. 죽일 수 있다면 죽이고 싶다. 죽여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싶단 말이다.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일이다. 죽여서야 얻는 인간의 존엄성이란. 그러나 평소처럼 무시하기로 한다. 오늘도.
다른날에, 정말 그 어떤 다른날에. 나는 요조처럼 수면제를 가득 먹고 존엄이란 없는 인간들 사이에서 뛰쳐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마고처럼 태초부터 그랬다는 듯이 멀쩡한 척하는 질서를 깨부시고 더러운 이것들의 목을 뜯어낼 수 있을까.
왜 서울역에 아저씨들이 집에 안들어가고 거기서 자고 있는지 알아? 몸도 말짱한데 말이야. 그 이유를 고민하다 인간의 역겨운 본성을 알고서 질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일들을 벌인다. ‘이유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