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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r 01. 2018

마지막 자존심, 먼로에 탈옥은 없다

영화 <로건럭키>,  채닝 테이텀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1.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당연 "먼로에 ~은 없다"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로건럭키>는 그 대사대로 웨스트 버지니아인의 '자존심'(혹은 근거 없는 자존심, 자부심)을 정말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형제, 형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이 연기한)과 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은 현재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금고털이'를 계획한다. 그야말로 대범죄 계획. 그렇다고 삶의 염증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저 술집에서 시비가 더러 붙는 거 그리고 뺏긴 양육권 탓에 딸을 보기 녹녹지 않은 상황 정도. 또 등등.

콜리플라워

 형 로건은 일상의 노곤함에 결국 로건 형제만의 은어인 '콜리플라워'를 외친다. 생에서 두 번째로 듣는 그 말이 동생 로건은 두렵기도 하다. 진심이 아니길 빈다. 첫 번째 들었을 때, 동생 로건은 감옥을 가야 했으니까. 진심이냐고 묻는 동생 로건의 말에 형 로건은 '진심이라고 우리 한 번 해보자'라고 한다. 그렇게 금고털이를 작심한다.


콜리플라워, 꽃말은 '이익, 유익'


 그 길로 찾아간, 금고 폭파의 전문가 그러나 먼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역시 로건 형제의 계획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복역 중인 사람인 자신을 탈옥시켜서 금고를 털게 하려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당일, 로건 형제는 정말 그것을 실행에 옮겼고 그 덕에 먼로 교도소는 난장판이 된다. 조 뱅이 교도소를 나서기 전에 수감자 동료들에게 미리 소동을 부탁한 탓이다.

 말 그대로 난장판. 몇몇의 교도관은 몸이 꽁꽁 묶이고 식당의 CCTV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속이 답답한 먼로 교도소장에게 결국 제안이 들어온다. "경찰에 폭동이 일어났다고 신고할까요?" 교도소장이 대답하길


아니, 먼로에 폭동은 없다.
먼로에 폭동은 없다.


 처음에 난 우리네 군대문화를 생각했다. 괜한 소란을 피워 신문에 나거나 윗사람들의 안 좋은 관심을 받는 게 싫어서라고, 그런데 보다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이어서 수감자들은 식당에 불이 난 것처럼 꾸미는데 그 와중에도 "소방서에 불이 났다고 신고할까요?"에, 교도소장은


아니, 먼로에 화재는 없다.

 이건 자존심이었다. 교도소장의 처음 등장부터 뱉은 대사로 보아 더욱 그렇다. "요샌 먼로 교도소 밥 맛없다고 하는 애들 없지?" 이건 먼로 교도소장으로서 먼로 교도소에 대한 자존심이었다. 이렇듯 로건럭키는 '그들의 자존심' 잘 그려낸 영화이다.


2.

 그러고 보면 로건 형제의 금고털이도 사실 자존심으로 시작된 문제였다. 한때는 정말 유망했던 풋볼 선수였던 형 로건. 한쪽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해, 지금은 그저 트랙터 기사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라크 전쟁에 두 번이나 파병 다녀온 동생 로건도 국가유공자이지만, 한쪽 팔을 잃고 술집에서 이른바 '외팔이 바텐더'나 하고 있게 되었다. 그런 동생 로건이 술집에서 취객들에게 팔이 없다고 무시받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다. 로건 형제에게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마음의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은 자존심이 정말 세다는데, 정말 그렇군요.

 자존심! 무료 의료 봉사 차량에서 만난 실비아가 형 로건에게 건넨 말이 과연 영화를 꿰뚫고 있었다. 상영 내내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인 로건 형제의 행동들도 그러했기 때문에 그 말이 단숨에 이해된다.

 또한, 노래대회에서 딸이 웨스트 버지니아를 소재로 한 존 댄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부르는 모습 역시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유치원생 정도로 돼 보이는 딸은 그 노래대회를 위해 리한나의 <Umbrella>를 수도 없이 연습해왔었다. 그러나 노래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딸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존 댄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는 아버지인 형 로건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들까지 감동케 하였다.  (아래는 존 댄버의 노래와 가사이다. 가사에 웨스트 버지니아가 나온다.)


https://youtu.be/1vrEljMfXYo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Growing like a breeze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All my memories
Gather round her
Miners Lady
Stranger to blue water
Dark and dusty
Painted on the sky
Misty taste of moonshine
Teardrops in my eyes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I hear her voice
in the morning hours
She calls me
The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And driving down the road
I get a feeling
That I should have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Take me home country roads
Take me home country roads


3.

 그리하여 영화 <로건 럭키>는 그래서 유쾌한 영화이다. 자존심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뒷받쳐 주지 않는 상황들(다리를 저는 형 로건, 손이 하나 없는 동생 로건, 설명충 조 뱅, 폭동이 난 교도소를 인정하지 않는 교도소장 등등)의 오묘한 조화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자존심이랍시고 화내거나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라 뒷받쳐 주지 않는 상황들을 극복하려는 모습에서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로건 럭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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