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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y 15. 2018

여행은 낯설어서 좋아

영화 <트립 투 스페인, Trip To Spain>, 일상을 벗어던지고!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중년의 남자 둘이 여행을 떠나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두 남자, 스티븐 쿠간과 롭 브라이든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농담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언제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이렇게 웃었나 싶었다.

 그리고 문득, 여행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 문화, 이국적인 분위기, 그리고 낯선 곳. 이 모든 것들을 누리고 싶다. 특히 낯선 곳! 낯선 곳!



 회사가 없고 일이 없고 의무가 없는, 그 낯선 곳!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재미난 일보다도, 매일같이 지고 있는 의무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상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남이 지어준 이름을 달고 그렇게 불리며, 직업을 달고 매일을 소비하고, 의무를 달고 몸을 닳게 하며 매사에 무뎌지는 일은 지옥에 떨어진 죄인이나 받는 일 아닌가.

 


 롭에게 이번 여행은 정말 그런 것이다. 일상에의 탈출! 아침이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낮에는 일에 빠져 살다가, 저녁에는 집안일을 하는 삶. 그런 아침 낮 저녁의 반복 반복 반복. 그 굴레 속에 스스로를 바라볼 때, 나는 다람쥐인가 사람인가 고민도 되는 지점일 것이다. 여행이 필요한 건 바로 이러한 순간이다. 이렇게 롭은 기분 좋게 떠난다. 스페인으로.



 온통 삶이 여행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만 있는 삶! 롭의 친구 스티븐은 그렇게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의무를 벗어던지는 삶!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묵묵히 가정을 유지하면 사는 롭과 달리, 스티븐은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며 원하는 삶을 꾸린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삶. 이른바 '돈 많이 벌어서 먹고 놀기만 하는 삶.'



 그러나 여행만으로 가득 찬 삶에서 여행은 곧 일상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여행으로 가득 찬 삶은 내게 이루어지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시작도 전에 이렇게 겁을 먹는다. 일상이 없이 여행으로만 가득차면 여행 그 자체로 익숙해지는 것 아닌가하고. 또 이게 영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스티븐의 최후를 보고나면!

 그 결말은 영화관에서(말줄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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