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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책

신입사원의 두려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사원의 마음가짐>

by 김이올

<사원의 마음가짐>이라는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왜냐하면 사원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따로 있다는 것이, 내게 의무를 지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요즘 같은 시대엔 사원으로서의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남들 다하는 취업준비를 한다고 나는 어지간히 호들갑을 떨었었다. 괜히 나 혼자 어두컴컴한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취업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나는 도대체 어디에 그리고 언제 취업할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나를 소개할 때에 어디 학교 무슨 전공을 말하거나, 군대에서 근무하던 중에는 근무처를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낯선 사람을 만나도 나를 소개할 말이 없어 황망하였다. 그런 식으로 갈 곳 없이 무엇으로부터 버려진 기분이 싫어서 매일을 채용 공고가 늘어선 게시판을 뒤졌었다.


결국엔 합격 통보를 받고서는 시야를 가로막은 암막 커튼이 걷힌 것과 같은 눈부심을 느꼈다. 눈이 멀 정도의 환함.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그리고 이내 곧 두려워졌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좋은 회사에 들어가 놓곤 제 몫 하나 해낼 순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무엇 하나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위로가 되었던 말은, <사원의 마음가짐>에서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적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인지 판단하려면 3년이 지난 뒤에 하라'는 말이었다.


학기가 시작될 쯤이면 어김없이 전공책을 사러 간 서점에서, 수업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진작에 질려버릴 때가 더러 있었다. 구매할 책을 대충 휘리릭 넘기면서 '이걸 내가 어떻게 해'하고 잔뜩 겁을 먹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러나 다 알고 있다. 학기가 끝날쯤, 그러니까 날이 아주 더워지거나 추워질 쯤이면 이 책도 고등학교 때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본 수학의 정석처럼 눈에 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조급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자기 멋대로인 탓에 내 뜻대로 될는지는 모르겠어도, 어찌 되었든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잘할 수 있을까, 적성에 맞을까, 내 몫 하는 데엔 얼마나 걸릴까. 이런 걱정이 앞설 때마다 '일단 열심히 해보고' '3년은 해보고' 라며, 다독이고 분발하면서 묵묵히 꾸준히 나아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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