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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Apr 09. 2018

습관의 1등

찰스 두히그의 <1등의 습관>

 작은 습관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던 적이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펜 잡는 습관을 고친 일이다. 무더운 여름이면 엄지손가락을 손에 넣은 채로 펜을 쥐어 엄지손가락이 미끌거릴 정도로 땀에 젖는 습관을 23살이 되어서야 고친 것이다. 손안에 땀이 흥건해서 오랜 시간 동안 펜을 잡고 있는 게 불편한 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 습관을 대학에 들어와서야 그것도 졸업을 목전에 앞둔 나이에 고쳤다. 교정기가 달린 펜을 쥔 모습을 본 친구들은 종종 무심하게 몇 마디 건네기도 했다. 이제 손으로 글 쓸 일도 많지 않을 텐데 펜 쥐는 습관은 바꿔서 뭐하냐고. 그때에 나는 1년 내내 교정기를 달고 살았고, 지금에 와서는 글을 적는 동안에도 젖은 손을 옷에 닦는다고 펜을 놓는 일이 줄어들었다. 더불어서 오래된 습관도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로 나는 다른 잘못된 습관을 고쳐보려 했다. 그중에는 펜 잡는 법과 같이 눈에 띄는 것 말고 '불평하는 버릇'이라는 가장 고쳐야 할 습관이 있었다. 지금보다도 철이 없던 시절에 나는 무엇 하나도 불평 없이 지나가는 일이 없었다. 내가 신청한 수업인데도 괜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 발로 들어간 동아리도 성에 차지 않아 투덜거리기 일수였다. 받을 필요가 없었던 스트레스를  혼자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나와는 다르게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찰스 두히그의 저서 <1등의 습관>은 그렇게 말한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약해빠진 젊은이를 최정예 해병대로 만드는 데에는 자신의 자주적인 선택을 강조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듯이.


 나 역시 내 결정에 떳떳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의 나는 나름대로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내가 벌린 일이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내가 정말 원한 일이었을까.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제법 된다. 덕분에 스스로 결정한 일에 흠뻑 몰입하기가 어렵지 않고, 그만큼 선택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펜 쥐는 법 하나를 바꾸려는 작은 시도가 내게 좋은 습관을 가져다준 결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그렇다한들 책의 제목처럼 좋은 습관이 나를 과연 1등으로 만들어 줄지를 고민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분명한 건 그러나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말하길 즐겨하는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이제 내게 아주 작은 부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선택에서, 그 자체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1등이 되지 않아도 좋다. 일전의 선택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었고, 노력할 수는 있으나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마음 아파할 이유가 더 이상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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