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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y 02. 2018

방향관리부터

유성은 <내 인생을 바꾸는 시간관리 자아실현>

시간은 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 유명한 명언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닳고 닳게 들어 너무도 익숙한 말이다. 그런 탓인지 이제는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하는 말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시시껄렁한 충고 정도로 그칠지도.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피아노 학원으로, 태권도 학원으로 돌려지던 열 살 정도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의 교감 선생님은, '시간이 금이라고요? 아니요, 시간은 생명입니다.'라고 다소 고압적으로 훈화를 하셨다. 엄숙한 조례 시간, 굳은 표정의 선생님, 경직된 아이들. 그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그런 이유인지 학원을 전전하던 꼬맹이부터 아직까지 나는 꺼질듯한 생명을 다루듯이 '시간'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감선생님은, 훈화를 하기 전에 유성은이 지은 <내 인생을 바꾸는 시간관리 자아실현>을 읽었던 것일까. 알 수 없지만, 그럴 것이다. 유성은의 저서에서 주구장창 시간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책에 제시된 목표 설정, 우선순위 결정, 계획 수립, 시간 사용법 등의 시간관리 즉 생명 관리의 비법들은 그럴싸하다. 정말이지, 이대로만 산다면 100살에 죽더라도 200살, 300살에 죽는 것과 진배없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왜? 어렸을 적 훈화와 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문득, 지금에 와서야 궁금증이 앞선다. 시간을 관리하는 이유에 대하여. 왜 이렇게 아득바득 살아야 하는 것일까. 기억나는, 교감선생님 말씀으로는 시간이 다하면 사람 목숨이 다하므로 시간이 곧 생명이랬다. 책에는 시간을 관리하면 인생이 달라지고, 남보다 앞설 수 있다고 한다.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명줄이야 하늘의 뜻이니 시간관리를 한다고 늘어나는 일도 아니어서 시간이 생명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또한 달라지는 인생, 남들보다 앞선 인생은 과연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시간도 관리할 일이므로 무작정 '시간'에 뛰어들기도 뭐하다.


 근래에 학교 후배 소식을 하나 들었다. 원래도 똑똑한 친구였는데, 남들 3,4년은 족히 걸리는 자격증 시험을 학생 신분으로 2년에 땄다는 이야기였다. 그 길로 연봉 오천만 원이 넘는 대우를 받고 업계 최고의 회사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렇게 대학 친구들과 모여 부러워한 술자리가 무색하도록,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그 똑똑한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그가 원했던 그 일이 그를 못살게만 한 탓에, 사실은 원하던 일이 아닌 탓에.


 철저한 시간관리로 목표를 쟁취하는 일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얻고자 하는 일이 내가 진정 내 삶에 꼭 필요한 일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악착같은 시간관리로 3년을 10년 같이 써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취 해내도, 내 길이 아니라면 그 3년은 10년 같이 썼든 100년 같이 썼든 쓸모없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먼저 방향 관리를, 진심으로 나는 하고 싶다. 그걸 느끼면서도 훈화 시간의 두려운 경고 이후 나는 여전히 줄곧 시간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기에 앞서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이 바로 이런 걸까 이런 식으로라도 폭포처럼 쏟아내리는 시간에 나를 던지기 전에 주춤하고 싶다. 시간의 폭포가 내리치는 물살에 취소는 없으므로.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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