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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y 08. 2018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좋아하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해가 뜨고 낮이 되는 건 분명히 좋은 신호였다. 이제껏 그렇게 배워왔다. 태양은 식물 생장을 돕고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고……. 그런데 직장인인 내게는 일하러 나가야 한다는 무음의 알람일 뿐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하루를, 몇 달을 알람에 따라 움직여왔고 그리고 남은 인생을 자동 기계처럼 그렇게 살 것이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다. 주변의 동료들, 과거로는 선조들 모두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지루한 '노동'으로 인생을 채우면서. 그러면 노동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인생을 채울 수는 없을까,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텔레비전 화면에 얼굴을 종종 비추는 사람들처럼 수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이 불필요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노동의 사전적 정의로 보아, 아무리 부자라도 노동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통장을 확인하는 일도,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 방문하는 일도 하물며 가사를 돕는 파출부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결국엔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노동은 인간세상에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노동이라면 즐겨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맡겨만 주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보니 그런데 내 마음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참으로 골치 아프다. 


 그런 내게 <왜 일하는가>의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얄밉다. <왜 일하는가>를 잠깐 인용하면 이렇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안에서 크나큰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며 감사한다면 그보다 더 큰 성과는 없다. (중략) 젊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일에 미쳐보라는 내 말은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다. (중략)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느 누구보다 좋아해 보라. 그 일에 흠뻑 빠져보라. 그러면 퇴근시간에 집에 가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집에서 밤새워 그 일에 매달려도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노동이 괴롭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저자는 일을 즐겨라, 일에 미쳐라라는 둥 야속하기도 하다. 그나마 스스로 고리타분함을 경계하고 있는 건 다행일까. 어찌 되었든 저자의 조언은 쓸모가 하나도 없다. 무슨 방법이라도 알려줘야지 않는가. 

 그래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식의 누구나 아는 무책임한 조언을 뒤로하고, 노동을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보았다.


1. 내 일의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기.

2.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면 했을 다른 일의 부정적인 면 생각하기.

3. 내 일에서 내가 성취할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기.


 만들어 보고 나니 책의 저자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결국엔 이것도 내 마음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야말이지. 마음은 마음 먹기 달렸다 좋아하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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