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무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올 Apr 04. 2017

기원을 찾아서

정유정 <종의 기원> 서평

 스포일을 최소화하였음. 소설 해석은 링크로


 종의 기원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다윈의 저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유명할 뿐, 사실 우리에게 그것은 원숭이의 진화인지 신의 창조인지를 써놨든 그다지 중요한 논의는 아니다. 종교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단지 앞에 놓인 질척질척한 삶을 한 층 거두어내고 싶을 뿐이다. 한 층만이라도.

 정유정의 동명의 저서, 종의 기원은 우리의 무관심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 정유정이 권하는 한눈팔이는 과연 눈코입을 덮고 있는 답답한 진흙을 조금이라도 거둬낼 수 있을까. 원숭이의 진화니 신의 창조니 말고, 진짜 우리의 기원인 그곳으로. 그곳은,


바로 부모이다.

부모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고, 모든 사람의 기원은 부모이기에.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정유정의 화법은 거침없다. 핏덩이로 태어났었던 유진은, 자신의 기원을 마주하는 그 앞에서 다시 한번 핏덩이가 된다. 그것은 유진에게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케 한다. 과연 나는 핏덩이로 태어났던가. 내가 핏덩이로 마주한 것은 초라한 죽음인가. 무언가의 본질을 살필 때, 그것의 시작과 끝을 살펴보는 것은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정유정은 탄생과 죽음을 한데 모아놓고 우리를 고민케 한다. 나는 누구일까.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라
- 임제 스님


 정유정의 목소리리는 불교 조계종의 호된 가르침처럼도 들린다.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부처는 무엇이고 부모는 무엇이랴. 정유정의 안내에서, 그러면 부모라는 기원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부모에서 머물러 있는 것 자체로 우리인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재능에서 그릿, 자가당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