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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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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Jul 15. 2017

Nominis


 이름을 불렀더니 네가 죽었다 사람은 나서 무엇이 되나요 죽음이 되지 죽음이 된다 그리고 아들은 죽음이 되었다 갓 태어난 무덤의 흙은 생 위에 뿌려지고 최후의 뼛가루는 태초에 잉태를 버렸다 비겁한 신학자와 음흉한 목사는 탁상에 둘러앉아 하나님을 울부짖고 양과 양치기는 오늘도 늑대를 기다린다

 얘야, 마리아 나지막한 부르는 목소리 무어라 할까 이 세상 어떤 언어로도 잡을 수 없는 딸의 자리에 죽음이 앉아있다 축축한 땅이 입을 떼고 마른 하늘이 눈을 열기 전부터 있었던가! 더러운 처녀를 갈기갈기 찢어발긴 음험함 마지막 숨을 내뱉고 나서야 남은 안식과 평화 이름이 뭐니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박사다 동네 사람들이 품에 핏덩이를 안고 달려와 벌건 얼굴로 내밀면 글자 몇 자 적어주고 죽여다오 그건 이름이 아니잖소 죽여다오 저 세상의 돌이 산을 까맣게 메우고 텅 빈 나무상자가 땅 속을 채워도 끝나지 않는 게 있다 날 좀 죽여다오 이제 그만 죽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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