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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지우기’ 최병소 작가 누구?

by 와이아트



‘신문 지우기’로 잘 알려져 있는 최병소 작가(1943-2025)가 지난 9월 향년 82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단색화와 실험미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인 만큼, 생전 작업의 의미와 유산을 차분히 돌아보고자 한다.


kakaotalk_20201215_174817199_02.jpg (출처: 아라리오 갤러리)




최병소의 대표작


최병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작품은 바로 ‘신문 지우기’이다. 작가는 신문지나 포장지 위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고 또 그어 새까만 선들이 화면을 뒤덮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반복해서 선을 긋기 때문에 마찰이 심해져 군데군데 찢기고 갈라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병소, <무제>, 2014.


최병소의 이러한 작업은 1970년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언론 통제를 시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병소는 신문에 선을 긋고, 신문 전체를 검게 칠해 발행된 내용을 볼 수 없게 한 다음, 볼펜 선 사이의 빈 공간을 다시 연필로 선을 그어 채우는 작업을 통해 70년대의 억압적인 상황에 조용히 저항하였다.


최병소와 ‘신문지’의 인연은 그의 어린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7살의 나이에 6·25 전쟁을 겪고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며 피난길에 올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노트를 살 돈이 없어서 신문을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독서신문’을 읽으며 책보다 신문을 더 가까이 했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가게에 포장지로 쓰던 ‘신문지’가 늘 쌓여 있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신문지라는 재료는 매우 친숙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131463923.1.jpg 최병소, <무제>, 2022. (출처: 우손갤러리)


최병소는 ‘신문지’를 주요 재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시에는 그것이 돈도 안 들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재료”였다고 담백하게 언급한 바 있는데, ‘신문지’에 대한 이러한 기억은 그가 중앙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후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작업적으로 소환된 듯하다.


결정적으로 1975년의 어느 날, 우연히 거리의 노점상에서 구매한 천수경 레코드를 들으며 손닿는 곳에 놓인 신문과 볼펜을 집어들고 끄적이던 작가는 지워진 신문을 자신의 작업으로 연결시켜보고자 했고, 단숨에 네 장을 완성하여 지금의 작업에 처음 착수하게 되었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인 신문지가 작업의 주요 재료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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