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에서 ‘포스트휴먼’을 다루는 작품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포스트휴먼은 ‘인간 이후의 인간’을 뜻하는 말로, 좁은 의미로는 신체적으로 진화된 인간을 뜻해요. 『슈퍼인텔리전스』의 저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포스트휴먼’을 수명이나 인지, 감정 같은 인간의 중심 능력 중 최소 하나 이상의 부문에서 인간의 한계를 엄청나게 넘어선 존재라고 정의했어요. 영화 <로보캅>이나 <아이언맨>에서 그려지는 철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포스트휴먼은 단지 의학적·기술 공학적으로 진화한 인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어우러지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 존재,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며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 등을 통칭하죠. 지난 화에서는 '인류세'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해보았다면, 이번 화에서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현대 미술 작품을 통해 살펴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