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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영 이서진 Jul 06. 2020

"별것도 아닌데 양보해라"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별것도 아닌데 네가 양보해라 "

저희는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고 나서 뒤늦게 시작한 부모 반성 수업>라는 책을 썼습니다. 대학교에 진학시키고나니, 부모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또렷해졌습니다. 아래 이야기도 부모 마음에 남은 슬픈 추억입니다. 


unsplash


또래 아이들이 여럿 모여서 놀면 장난감이 부족합니다. 작은 갈등이 생깁니다. 순서를 정해서 놀아도 가끔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죠. 그럴 때 엄마 아빠는 자기 아이에게 쉽게 말합니다. 


“별것도 아닌데 니가 양보해라.”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대단히 섭섭해합니다. 얼굴을 찡그리고 토라지거나 때로는 울기도 합니다. 당연한 반응일 겁니다. 어른들도 자신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힘듭니다. “왜 나여야만 하는가”가 싶습니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친구 가족과 놀이 공원에서 갔던 그 날을 기억합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습니다. 어쩌다 늦어졌고 빨리 공원에서 나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탈 시간만은 남았습니다. 남은 좌석은 하나였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하듯 말하고는 친구 아이를 놀이기구에 태웠습니다. 

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제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서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내며 항의했습니다. 


“난 왜 안 태워주는 거야?”

“이제 공원이 문을 닫잖아.”

“왜 아까 나더러 양보하라고 했어?”

“양보할 수 있는 거 아냐?”

“아냐. 나 양보가 싫어. ”

“아니,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그러지? 양보를 해야 착한 어린이잖아.”

“싫어. 미워. 엉엉~”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놀이기구는 아이에게 별거 아닌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놀이기구를 타는 건 아주 소중한 즐거움이었을 겁니다. 어른으로 치면 몇 년을 기다린 해외여행처럼 행복하고 좋은 일이죠. 그런데 그걸 별거 아니라고 일축했고 양보를 강요했습니다. 아이가 서럽게 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빠인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체면을 차리느라 아이에게서 당연한 권리를 박탈한 것이죠. 미안했습니다. 깊이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건 나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있다면 모두 공평하게 즐겨야 합니다. 다툼이 생긴 경우에는 공정하게 중재하고 그것도 안되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순서를 정해주는 것이 옳습니다. 혹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네가 원하면 양보해라. 

원하지 않으면 양보 안 해도 돼. 나쁜 아이가 아냐.

모두 양보하지 않으니까 가위바위보로 공정하게 순서를 정해보자. 


양보는 자신이 원할 때 하는 행동입니다. 남이 강요할 때는 양보하는 게 아니고 박탈당하는 거죠.  내 아이일지라도 부모는 양보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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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별거 아니다’라는 말도 남용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에게 놀이기구는 어른에게는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한 소중한 것이죠.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소망을 자기 기준에 맞춰 쉽게 낮춰 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리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심하네. 그거 별거 아냐.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아닌 일로 왜 그래?” 


그 문제가 아이에게는 아주 절실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버리면 자녀 마음이 어떨까요.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일 것입니다. 작은 절망을 느낄 것입니다. “그거 별 거 아니다” “그거 중요하지 않다” 등의 말은 웬만하면 쓰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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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쓴 또 다른 책도 소개합니다. 

<말투를 바꿨더니 아이가 공부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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