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의 추억 #4 : 중매仲媒와 매파媒婆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못하면 빰이 석 대’라는 속담이 있다.
아버지한테 어머니와 혼담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여쭤보았다.
아버지 중학교 친구가 약국을 하셨는데 그분 큰 매형과 미래의 장인어른이 함께 동갑계(1919년생)를 하던 중 아버지가 도청 건설과를 다닐 무렵 혼기가 다가오자 그 큰 매형이 중매를 선다고 매파로 나섰다.
즉 妹兄이 媒兄이 되는 순간이 되시겠다.
쌍둥이 동생인 작은 아버지는 영월에서 세무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결혼을 하셨다.
쌍둥이 형인 아버지는 결혼 전까지 큰 형님 댁에서 출근을 했다고 하는데 쌍둥이들은 합동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 혼주가 3명이 되는 상황이니 신기하지 않은가?
아버지는 어머니와 유성온천으로 신혼여행을 장인, 장모와 같이 갔는데 당시는 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서 가능한 풍경이지 않겠나 싶다. 지금 결혼하는 신세대들에게 시부모나 처부모들과 신혼여행을 함께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결혼 후 첫 6개월은 어머니만 혼자 아버지 고향인 정천에서 친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생활을 하다가 6개월 후 전주에서 외할아버지 지인의 집에 세를 들어 어머니와 정식으로 신접살림을 차렸고 그 후 군산 옥구 군청 건설과에서 근무 중이던 아버지에게 운명의 시간이 찾아온다.
도청 공무원을 하시다가 제재소 사업의 길로 들어선 외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제재소 문을 닫을 지경이 되자 외할머니는 큰 사위인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아버지는 사양을 했으나 장모인 외할머니는 정천에 계시던 친할아버지를 찾아가 사정이 어렵게 되었으니 도와 달라고 한다.
그 시절 여장부가 아니면 나서기 힘든 용기와 행동이지 않은가?
남편이 병석에 누워서 사업을 접게 될 상황에 처하자 부인이 적극적으로 바깥사돈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 지금도 쉽지 않겠지만 그 시절 정서로 판단을 해봐도 어려운 결단이었다.
결국 안사돈의 수고에 감화를 받으신 친할아버지는 외할머니와 함께 아버지에게 오셔서 처가의 사업을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권유를 하시게 된다.
“내가 처가의 제안을 사양한 것은 알고 있으나 처가의 사정이 딱하니 네가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할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아버지는 다음 날 군청에 가서 사표를 내고 외가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고 하는데 이 시점의 결정이 아버지에게도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아버지 나이가 20대 후반이었고 유망한 건설과 공무원의 신분으로 신혼을 즐기던 시기에 생각지도 않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처가 사업을 돕는 모양새의 변신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아버지의 신병으로 장녀인 어머니의 인생도 남편과 함께 변곡점을 맞이하는데 당시 어머니는 이러한 긴박한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았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다음에 이어질 ‘탄생과 성장’ 중 '母의 추억'편을 기대하시라.
父의 추억 #5 : 풍혈냉천風穴冷泉
나의 본적은 鎭安진안군 程川정천면 鳳鶴봉학리로 내 아버지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며 호수처럼 넓은 용담 댐이 가까이에 있다.
기록을 검색하니 백제시대에는 물거현勿居縣의 지역이었고 1313년 고려 충선왕 용담현으로 고을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한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마령의 풍혈냉천으로 어릴 적 아버지와 같이 놀러 갔다고 하는데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의 초교 입학 전 아버지의 여름 물놀이 추억인 모양이다.
아버지가 나를 목마에 태우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내가 무섭다고 울었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당시 분위기를 위험으로 해석한 나의 울음 덕분에 아버지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내게도 잠시 스쳐가는 기억이 있다.
내가 중국 광조우에서 주재 근무할 때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동네 수영장이 있었다.
와이프가 어린 첫째를 안고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놀란 첫째가 위기감을 느끼고 와이프의 어깨를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아들은 물개가 되었지만 나와 아들의 어릴 적 물에 대한 첫 기억은 두려움이었나 보다.
여담)
. 2001년 국내 5위 규모의 용담댐이 완공되어 전주시, 익산시, 군산시 등 전라북도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서북부 지역에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다. 용담댐 덕분에 전북 지역의 고질적인 물 부족이 해결되었지만 진안군은 이로 인해 6개 면과 진안읍 일부가 수몰되고 군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수몰 지역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 원불교의 5대 성지 중 하나인 인근 만덕산은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제자들을 데리고 첫 훈련을 난 곳이다.
. 정세균 현 국무총리의 국회의원 4선(15-18대) 지역구이며 황인성 전 총리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 당선 후 1993년2월 문민정부 초대 국무총리가 된다.
. 냉천에는 여름에도 고드름과 얼음이 얼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 근처에 있는 마이산馬耳山은 세계 최대의 타포니 지형으로 국가지정 지질 공원이며 CNN과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