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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un 11. 2022

가족의 위로

밥 먹어, 라는 한마디 말

내가 수능을 보던 , 엄마는 조용히  만든 쌀밥과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차려주셨다. “  맥히는데  이리 많이 했어하며 반은 남기고 집을 나섰더랬다. 내가 우울해했던  어떤 날에도 엄마는 맛있는 밥을 차려주셨다. 슬픈 와중에 꾸역꾸역 먹다가, ‘ 이리 많이 줬어!’ 하고 괜히 퉁퉁 댔던 기억이 있다. “힘내하고  한마디 따뜻하게 해주면 되잖아! 맨날  놈의 밥만 먹으래! 하고 엄마에게 괜히   핀잔을 하고, 괜히 서운해했었다.




온도가 같지 않은 슬픔을 위로하는 것은 어렵다. 겪어보지 않은 슬픔을 위로하는 더더욱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운 …’라는 말조차   없을 만큼  막히는 슬픔이 찾아오니, 나는 조용히 그를 위해 밥을 차렸다.  만든 쌀밥과 그가 좋아하는 반찬. 쌀밥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김과,  만든 반찬들의 아삭함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있게, 그렇게 조용히 위로를 보냈다.




각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의 영역이 있다.  각자 책임져야만 하는 무거운 순간들이 있다. 내가  슬픔을 견뎌내고 책임을 다해가면서 성장하는 동안, 조용히 나를 위해 옆에 있어줬던 엄마의 마음도 이랬겠지. 엄마의 밥이 그녀가 전하는 위로였음을, “ 먹어하며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응원을 보냈던 것이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위로였음을, 이제 알았다.



제주, 카페 이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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