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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un 12. 2022

우리의 미래와 현재가 맞닿는 지점

김초엽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 리뷰

상상력 풍부한 그녀의 첫 SF 소설집을 읽으며, 잠시나마 우리의 미래와 현재가 맞닿는 어느 지점에 있는 느낌이었다.


현재에 발을 붙인 상태로 미래에 잠시 다녀오니, 미래에도 그렇게 인간이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겠구나, 지금 하고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나도 최첨단인 미래에 중심을 잡고 산다는 것은 지금보다  쉽지는 않겠구나 싶은 위기감도 들었다.


#1. 어릴 적 ET 영화를 보며, 또 해리포터의 도비를 보며, 외계인이 내 옆에 함께 살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과연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사람들에게 내 친구 외계인을 자랑해도 될까, 그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사람들이 해치려 들지 않을까, 안돼 그렇다면 그를 몰래 숨겨둬야겠다고,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었다.


‘스펙트럼’에서 유명한 과학자인 할머니(희진)는 손녀에게 외계 행성에 다녀온 이야기를 차근차근해준다. 거기에서 만났던 희진을 보호해주던 보호자이자 친구인 ‘루이’에 대해서도.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에서 늘 끝났다, 행성의 위치도 다양한 현상의 원인도 알 수 없어 과학적으로 연구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행성의 안전과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해 그리 했던 것이었다.


내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였다면,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있었을까.  대단한 경험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안고   있었을까. 과학자로서의 소명과 인간적인 애정,  사이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공존이 쉽지 않아서, 수많은 영화에서 우리는 외계 생명체들과 그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며 끝이 났었나 보다.


#2.

한 유능한 여성 과학자는 냉동인간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이는 인간이 먼 우주로 나아가는데 핵심 기술이 된다. 그녀의 10년 간의 연구를 발표하는 날에 또 다른 웜홀 기술 발표에 따라, 그녀의 가족이 먼저 가 있단 소행성으로의 이동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발표를 마치고 서둘러 가족들에게 가고자 했으나 결국 마지막 우주선을 놓치게 되고, 170년 동안 스스로를 냉동했다 해동하며 다시 우주선이 뜰 날을 기다린다.


일과 가족의 균형이라는 주제는 지금도, 우주기술이 매우 발달했을 미래에도 똑같은 고민인  같다. 그리고 가족을 지키지 못한 슬픔은 평생의 한으로 남을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성취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것보다, 결국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너무나도 명백한 주제인데, 우리는  항상 실수하고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들을 놓치고 후회하고 있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우리는 점점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김초엽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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