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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un 27. 2022

인생이라는 방황의 조각들에 대해

온정 에세이 <방황의 조각들> 책 리뷰


그녀를 만났던 것은 나 역시 방황을 하던 어느 시기 즈음이었다. 

함께 브런치 강연을 듣고, 어쩌다 인사를 하게 되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툴게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우리가 브런치로 연결되어 있어서였는지, 그녀가 자꾸만 기억이 났다. 

'우리 계속 글 써요.' 하고, 아주 깊지는 않았지만, 나로서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건넸었는데, 

최근 그녀의(온정 작가님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방황의 조각들'이라,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런 제목이었다. 




#1. 인생이라는 방황의 조각들에 대해 


"인생 씨, 저도 제발 안정이라는 품 안에서 따숩게 살아보고 싶어요. 대체 이게 뭡니까... 대학원을 졸업하고 A 회사를 지나 B 대학교를 두 번 건너서, 오래 다니자고 마음먹었던 C 대학교를 한 달 만에 나오기까지, 항상 마지막 순간까지도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안전지대 밖으로 던져졌다. 마치 온 우주의 자기장이 내가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자꾸만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 같다. 

... 그러나 깨지고 아프더라도 나는 늘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할 것이다. 내 손을 거쳐 가는 모든 일들에." 


한 번쯤 따숩게 살아보고 싶다, 아무런 걱정 하나 없이 순수하게 행복만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라는 종자는 왜 이렇게 진지충으로 태어나서, 또는 왜 이렇게 욕심 있게(?) 태어나서 

당최 쉬이 살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방황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 인생'이라고 불리는 시간들에 자그마한 행복들을 켜켜이 쌓아주었던 것 같다. 


그녀가 말하는 '방황의 조각들' 역시 어쩌면, 

그녀의 행복의 조각을 이야기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감히 혼자 생각해본다.


 

#2. 그녀가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상처를 마주하는 건 나의 온몸 구석구석을 바늘로 찌르듯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과거의 나는 무엇 때문에 아팠었는지, 현재의 나는 왜 그리 힘든 건지, 결국에는 그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도. 

힘을 잔뜩 준 채 펜으로 휘갈겨 쓴 글씨는 종이의 뒷면에까지 그 자국을 남겼다. 이 상처들을 연필로 쓰고는 지우개로 쓱싹쓱싹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나의 아픔을 만지작거렸다."

 

언젠가부터 지독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종종 되묻곤 했다, 

'나는 혹시 기억을 잘 못하는... 뇌세포 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공부는 어떻게 했느냐 묻는 사람들에게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었나 보다'라고 답을 하면서, 

'외웠다'와 '기억하다'는 어쩌면 다른 용어일지도 모른다, 고 혼자 생각하면서, 

이런 기억상실증도 아닌 건망증도 아닌 나약한 뇌를 가지고 있는 나를 이해해주는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력에 의지하며 나는 살아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감정과 생각들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발달하여, 

어찌나 복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내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 브런치에, 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면, 조금은 감정이 배출이 되기도 하고, 또 조금은 감정이 정리되기도 하고, 

남겨둔 글들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내 감정이 기억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브런치 글로 이어진 그녀(온정 작가님) 이기에, 그녀의 말을 빌려보았다. 


나는 힘을 잔뜩 푼 채 늘어진 상태로 글씨를 휘갈겨 썼고, 

그렇게 종이의 뒷면에까지 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언젠가 그 감정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나를 조금씩 만지작거렸다,

하고...  


온정 에세이 <방황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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