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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ul 23. 2022

진심으로, 닿고 싶은 의미들에 대해

< 닿고 싶다는 말 > 전새벽 에세이 책리뷰

오랜만에 본,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에세이.


#1. 포옹이라는 것에 대해


전새벽 작가는 스스로를 포옹성애자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포옹을 좋아한다. 포옹이란,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행위인 동시에, 가장 뜨겁게 전할 수 있는 애정표현 또는 위로 같은 느낌이랄까.

스무살 땐, 군대 가기 직전의 친구를 위한 모임에서 남사친에게 진심으로 잘 다녀오라고 포옹을 시전했다가, 그에게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를 하게 하기도 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언젠가부터 포옹에 아주 인색해졌다. 엄마를 안아드렸던 적이 언제였던가. 아빠를 힘껏 껴안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심지어 남동생은 초등학교 이후 안아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전새벽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가 가족들과 나누었던 포옹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가족들을 안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들었다.


포옹이 고파지는 밤이다.




#2. 닿고 싶다는 말


작가는 어느 날 무작정 휴가를 내고 거문도로 떠났다, 바다의 소설가라 불리는 한창훈 작가를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나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가끔 생긴다. 유명인인 경우도 있고, 작가이거나 예술가인 경우도 있다. 나는 정말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인데 그들이 나를 만나줄까, 싶어 ‘만나보고 싶다’ 하다가 마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전새벽 작가의 용기에 감탄해본다, 그리고 보고 싶은 누군가를 무작정 찾아가 닿을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내 인생에도 일어날 수도 있으려나 가만히 상상해 본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살고 있는 이 서울에선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이야기에, 주식 이야기에, 비즈니스 이야기로 가득한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의미도 없는(?), 감정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그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전새벽 작가님도 언젠가 한번 만나 뵐 수도 있지 않을까. :))





#3. 나씨나길 정신에 대해 


전새벽 작가는 스스로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고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글을 모두 읽고 나니 누구보다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인간은 관종 기질과 내 스타일대로 살고 싶은 개썅 마이웨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며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지난주에 회사에서 있었던 작은 갈등과 그로 인해 ‘내가 또 누군가에게 미친년이 되었구나’ 하는 작은 죄책감으로 신경이 쓰였던 일을 떠올려봤다.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였던 그 일.


아몰라, 나는 씨발 나의 길을 간다, 라는 ‘나씨나길’ 정신을 떠올려보며… 쿨하지 않은 나는 쿨하기로 다시 한번 마음먹어 보았다.




전새벽 에세이, 닿고 싶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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