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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Sep 06. 2022

헤어질 결심을 하고, 헤어지지 못하다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

박찬욱 감독, 박해일&탕웨이의 연기가 만들어낸 명작.


#1.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현실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랑을 하면, 우리는 너무나도 속수무책으로 붕괴되어 버린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마치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사랑 이외의 모든 것에 무책임해진다.


영화 속 해준(박해일)은 결혼한 유부남이고, 그와 서래(탕웨이)는 형사와 용의자로 만난 사이.

품위 있다, 는 말을 들을 만큼 직업의식이나 윤리의식이 철저한 해준에게 찾아온 사랑은 너무 잔인했다.


그들은 몇 차례나 헤어질 결심을 하고, 서래는 “붕괴되기 전으로 돌아가요”라는 말을 전하기도 하지만, 한번 붕괴되어 버리면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쉽지는 않다. 해준이 스스로 붕괴됨을 고백하는 말을, 서래는 사랑한다는 말로 받아들이는데, 맞다, 붕괴됨은 사랑을 받아들였다는 증표이다.  


사랑은, ‘마침내’ 그들을 더 붕괴시키고 말았는데, 그 붕괴됨이 어쩐지 슬프면서도 아름답게도 보이는 건 왜일까. 사랑도, 붕괴도, 헤어질 결심도, 그 모든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다.


출처: 헤어질 결심 영화 포스터


#2. 안개, 그리고 미결 과제

영화의 제2의 배경은 안개가 짙은 ‘이포’라는 곳이다. 배우들의 감정선이 너무나도 섬세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언가 흐릿한 느낌을 느끼면서도,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듯한 안개 같은 모호함이 있었다.


살면서 명확하게 선명한 선택이나 결론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늘 중간의 어딘가 지점에서 선택을 하고, 중간 지점의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즐기기도 하면서 때론 포기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사랑했지만 결국 이어지지 않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감정들도 있고, 부모님께 좋은 딸이 되고 싶지만 늘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회사에서 프로답게 열일하며 인정받고 싶지만 출근과 동시에 퇴근하고 싶기도 하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살고 싶지만 항상 그렇지는 못하고. 나라는 사람과 나의 인생을 과연 몇 가지 단어로 답 내릴 수 있는 걸까. 안개 같은 모호함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삶에는 결론을 내리고 종결짓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미결 과제들도 참 많다. 결국 서래가 스스로가 미결 사건이 되기를 자초한 것처럼, 그렇게 안개처럼 해준에게 남는 것처럼, 꽤 많은 부분들이 나에게도 미결 과제이고, 앞으로도 미결일 것만 같다. 


출처: 헤어질 결심 영화



#3. 눈빛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이포의 시장에서 해준과 와이프, 서래와 서래의 새 남편이 마주친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해준과 서래의 깊은 눈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옛날 탈무드에 인간이 숨길 수 없는 3가지가 기침, 가난, 그리고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의 눈빛은 정말 숨길 수 없다. 그 눈빛을 연기한 박해일과 탕웨이에게, 브라보.


출처: 헤어질 결심 영화


영화 리뷰의 결론,

휘몰아치는 사랑에 빠져버렸다면,

‘헤어질 결심’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결국은 헤어지지 못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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